책을 되새김질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중국편 1 : 돈황과 하서주랑

대빈창 2019. 9. 30. 07:00

 

 

책이름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중국편 1 : 돈황과 하서주랑

지은이 : 유홍준

펴낸곳 : 창비

 

착각이었다. 2권의 리뷰에서 나는 『중국편』도 『일본편』처럼 4권으로 마감될 것으로 말했다. 『중국편 1·2권』이 출간된 기념 인터뷰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둔황·실크로드는 대장정의 시작이었다. 올해 마무리할 3권엔 투루판-쿠차·호탄-카슈카르 답사기를 담을 계획이다. 중국편 답사기만 10권에 이를 것 같다.” 나는 기사를 읽고 갑작스럽게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그렇다. 『중국편』도 현재까지 출간된 『국내편』처럼 10권이 늘어설 것이다. 『중국편』 답사기는 순서대로 읽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군립도서관의 이미 대여된 책을 아쉬워하며 2권을 먼저 잡았었다.

부제가 「돈황과 하서주랑」인 1권은 섬서성 서안을 중심으로 한 『사기』와 『삼국지』의 무대인 관중평원(關中平原), 대륙을 연결하는 회랑처럼 길게 뻗어 있는 협곡이 달리는 것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하서주랑(河西走廊), 중국 대륙의 서쪽 끝, 실크로드의 서역으로 가는 관문 돈황 3부로 구성되었다. 답사는 진나라, 한나라의 도읍지였던 서안(西安)을 출발하여 감숙성의 성도인 난주(蘭州)에서 무위(武威), 장액(張掖), 주천(酒泉)을 거쳐 돈황(敦煌)에 이르는 장장 2000㎞의 여정이었다.

답사 일행의 발자취가 머문 천수(天水)의 맥적산석굴(麥積山石窟)은 ‘중국 역대 왕조 불상 조각의 전시장’이라고 불리었다. 221개 석굴에 7,800구의 불상이 모셔졌다. 난주(蘭州)의 병령사석굴(炳靈寺石窟)은 216개의 석굴에 조각상 815구, 불화 900제곱미터, 부조로 새긴 작은 불상 56개 그리고 제기(題記)가 62개였다. 저자는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자랑할만한 동양 3국의 불교문화로 중국은 석굴사원, 일본은 사찰정원, 한국은 산사를 꼽았다. 만리장성은 동쪽 발해만의 산해관(山海關)에서 북경의 팔달령(八達嶺)을 거쳐 서쪽 끝 고비사막의 가욕관(嘉峪關)까지 1만리가 훨씬 넘는 길이였다. 만리장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넘어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였다.

일행은 가욕관을 거쳐 마지막 답사처인 명사산(鳴沙山) 월아천(月牙泉)에 닿았다. 명사산은 ‘모래 울음소리가 들리는 산’이란 뜻으로 동서 40킬로미터, 남북 20킬로미터, 해발높이 평균 1600미터였지만, 월아천에서 바라보는 명사산은 지표에서 불과 60미터 남짓했다. 월아천은 초승달 모양의 못으로 사막 한가운데 솟아난 전형적인 오아시스였다. 월아천의 누각 월천각(月泉閣)의 2층 현판은 〈명사산(鳴沙山) 명불허전(鳴不虛傳)〉이었다. 즉, ‘명사산의 울림은 헛되이 울리는 것이 아니다’라는 뜻이 되었다. 원래 명불허전(名不虛傳)의 뜻은 ‘명성은 헛되이 전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저자는 서안함양 공항에 내리며 당연히 진(秦)나라의 수도 함양(咸陽)과 아방궁을 떠올렸다. 글이 시작되며 등장하는 소두(小杜, 작은 두보)라고 불렸던 시인 두목지(杜牧之, 803 ~ 853)의 『아방궁부(阿房宮賦)』의 마지막 연이 인상적이었다.

 

진나라 사람들은 스스로 슬퍼할 겨를도 없이 망했기에

후세 사람들이 이를 슬퍼하고 있는데

만약에 후세 사람들마저 이를 슬퍼하며 교훈으로 삼지 않는다면

뒤이은 후세 사람들이 그 후세 사람들을 슬퍼하며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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