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
지은이 : 함민복
그린이 : 윤태규
펴낸곳 : 문학동네
친구 〇〇〇에게 늘 바다처럼 푸르고 깊게 살자 2009. 여름. 함민복
〇〇〇님께 2019. 6. 13 친구 함민복 올림
정확히 10년 만에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이 나왔다. 나는 그동안 은근히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섯번 째 시집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창비, 2013)이 나온 지 6년6개월이 지났다. 첫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가 바다와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뭇 생명들을 재미있게 노래했다면, 두 번째 동시집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는 일상에서 만난 존재들이 살아가는 풍경을 세밀하게 그렸다.
나는 남이 모르는 큰 재산의 소유자였다. 시인 친구를 둔 덕분으로 현재까지 출간된 시인의 자필 서명이 쓰인 책 전부를 소장하고 있다. 세월 묵은 논문집을 들추면 속표지 서명에 십중팔구 ‘惠存’이라는 한자가 박혔다. ‘잘 보아 주십시오’라는 일본식 한자였다. 시인의 우리말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나는 그동안 외딴 섬에서 우편으로 보내주는 시인의 책들을 넙죽넙죽 받아 읽었다. 미안했다. 출간되자마자 온라인 서적에 들어가 동시집을 주문했다. 이래저래 짬을 낼 수가 없었다. 초여름이 되어서야 천년고찰 전등사가 자리 잡은 정족산의 한 자락을 뒤울안으로 삼은 시인의 집을 찾았다. 시인의 자필서명을 받고, 게으르게 이제서야 책을 손에 펴들었다.
「시인의 말」의 배경에 그려진 그림이 눈에 뜨였다. 구름 두 점이 두둥실 떠 있고, 나뭇가지에 한 마리 새가 앉았다. 자동차 한 대가 크레숑을 울리며 지나가고, 야외 수돗가가 있는 지붕 높은 집은 영락없이 시인이 살고 있는 여우고개아래 소담마을 집이었다. 담장 안 짙푸른 나무는 시인과 연배가 같은 느티나무일 것이다. 동시집은 4부에 나뉘어 42편이 실렸고, 해설은 이안(시인)의 「따라 하고 싶은 질문 - 놀이의 시」이다. 마지막은 동시집을 여는 첫 시 「앵두나무 저울」(14쪽)의 전문이다.
참새가 앉으면 / 낭창낭창 앵두나무 가지가 휜다 // 참새가 날아가면 / 붉은 앵두 서너 알 떨어진다 // 참새가 더 조심했어야 할 / 참새 마음의 무게가 // 달콤 달콤 달콤 / 앵두 서너 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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