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없는 십오 초
책이름 :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지은이 : 심보선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인터넷을 서핑하다 인기 있는 시집을 검색, 세 권을 손에 넣었다. 오규원의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심보선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이장욱의 『정오의 희망곡』. 하나같이 표지그림 컷이 눈에 띠는 출판사의 시인선이었다. 시집의 초판본은 2008년에 나왔다. 이른 나이인 24살에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의 첫 시집이었다. 하지만 시집은 등단한 지 14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 나이의 등단과 더디게 출간한 첫 시집.
태양 / 오른쪽 / 레몬 향기 / 상념 없는 산책 / 죽은 개 옆에 산 개 / 노루귀 꽃이 빠진 식물도감 / 종교 서적의 마지막 문장 / 느린 화면 속의 죽음 / 예술가의 박식함 / 불계(不計)패 / 변덕쟁이들 / 회고전들 / 인용과 각주 / 어제의 통화 내용 / 부르주아 대가족 / 불어의 R 발음 / 모교의 정문 / 옛 애인들(가나다 순) / 컨설턴트의 고객 개념 / 칸트의 물(物) 자체 / 물 자체라는 말 자체 / 라벤더 향기 / 아래쪽 / 토성
「나를 환멸로 이끄는 것들」(24 ~ 25쪽)의 전문이다. 시편들이 생경하다. 시적 상상력이 새롭기 때문일까. 등단작의 심사를 맡았던 시인 황동규, 문학평론가 김주연은 이렇게 평했다. “기성 시단의 어떤 흐름과도 무관하며, 시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곧잘 사용하는 상투어들이나 빈말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그렸다. 시집은 3부에 나뉘어 58편이 실렸고, 해설은 문학평론가 허윤진의 「꿈과 피의 미술관」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속물의 시대에 쓰는 자학과 투덜거림”이라고 했으며, 시인은 자기 시를 이렇게 말했다. “이 세계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행복해질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고. 그럴 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어찌할 수 없음. 이런 것을 멍에로 짊어지고 사는 사람이 세계를 바라보고 관계를 맺을 때 생기는 파열, 갈등, 체념. 그런 정서가 나에게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