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김치를 담그다.
김치냉장고의 대형 김치통에 가득 찼던 갓김치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김치를 담근 지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위 이미지는 청양고추 가루를 넣어 매콤하기가 그지없는 김치통에 막 담겨진 돌산갓김치입니다. 맛을 보려 위에 덮은 비닐을 걷어내고 두 포기를 꺼내 접시에 썰었습니다. 김치통의 가장자리에 말국이 배었습니다. 추석연휴 섬에 들어오신 작은 형이 서둘러 갓을 뽑았습니다. 말복이 지나 작은형과 나는 텃밭에 무씨를 파종하고 포트묘의 배추를 이식했습니다. 작은형이 돌산갓김치 종자를 구했습니다. 젊은 시절 나는 몸을 막 굴려 자주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병원밥에 싫증이 나면 전통시장을 찾아 갓과 고들빼기김치로 잃어버린 밥맛을 찾았습니다. 문득 그 시절이 떠오른 작은형의 눈에 용케 갓김치 종자가 뜨였습니다.
돌산갓은 생육이 여타 김장채소보다 빨랐습니다. 파종한 지 한달 보름이 지나자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흔한 말로 꽁이 박히는 현상입니다. 입동을 전후하여 김장철에 돌산갓을 수확하면 잎사귀와 줄기가 억세어 먹지 못할 것이 확실합니다. 작은형이 서둘러 돌산갓을 수확했습니다. 어머니가 담그고 소금으로 숨을 죽였습니다. 손맛이 뛰어난 뒷집 형수가 김치를 담갔습니다. 시중에서 구입한 것보다 쌉쌀한 맛이 훨씬 뛰어납니다. 비위가 약한 이는 코로 연신 매운 기운을 쏟아낼 것만 같았습니다. 하루 세끼 끼니때마다 돌산갓김치 접시에 코를 박는 저를 보시며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내년 봄에도 씨를 뿌려 김치를 담가 먹자.”
파종하고 남은 종자봉지를 찾았습니다. 씨앗은 잘디잘았습니다. 크기는 들깨 씨 반만하고 둥글었습니다. 꼼꼼한 성격의 작은형이 세밀하게 파종하였기에 이만큼이나마 건질 수 있었습니다. 진득하지 못하고 건들거리는 제가 갓김치를 파종하고 거두어들이는 일이 잘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돌산갓김치는 가위로 토막 내는 것보다 뿌리만 가위로 잘라 길쭉한 김치를 통째 입으로 베어먹는 맛이 일미입니다. 마치 김장김치를 길게 손으로 쭉 찢어 김이 설설 나는 쌀밥위에 얹어 먹는 것처럼. 일년내내 돌산갓김치를 맛볼 수 있다는 행복한 상상에 마음이 부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