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책이름 :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지은이 : 박상영
펴낸곳 : 문학동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문학동네, 2018)
『대도시의 사랑법』(창비, 2019)
나는 신인작가 박상영의 첫 소설집과 이어 나온 연작소설을 강화군립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두 권의 책은 생각보다 빨리 입고되었다. 한 달에 두 번 강화도에 나가면서 도서관에 들렀다. 먼저 작가의 첫 작품집을 대여했다. 표제작은 미국의 문예지 『World Without Borders』에 실려, 올해 소설 중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나의 요즘 책읽기는 소설을 멀리했다. 인터넷에서 책 리뷰를 서핑하다 우연히 시선에 걸려들었을 것이다.
작가는 2016년 단편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작품집은 7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되었다. 첫 작품은 「중국산 모조 비아그라와 제제, 어디에도 고이지 못하는 소변에 대한 짧은 농담」이다. 해설은 문학평론가 윤재민의 「캡사이신 폭탄에 치즈를 곁들인 ‘빨간 맛’을 음미할 줄 아는 고독한 미식가들을 위한 알려지지 않은 케이팝 모음집」이다. 작품명과 해설의 기괴한 제목에 저절로 시선이 끌렸다.
등장인물도 하나같이 파격적이었다. 한정치산자 기질의 게이 남창, 발기부전에 시달리는 섹스중독자, 인정 욕구에 빠진 인스타그램 폐인, 여자 친구를 두고 원나이트를 즐기는 남자, 퀴어 영화에 매달렸다 밑바닥까지 간 영화감독, 고층빌딩 꼭대기의 자수성가한 성도착증 환자, 걸그룹 데뷔조에 발탁된 연습생 출신의 섹스중독자, 변태적 섹스 출장 매춘부 등. 술과 무의미한 섹스로 인생을 탕진하는 인물들이었다. 문학평론가는 “한국 사회의 황폐화된 내면과 윤리적인 파탄을 반영하는 인간형”이라고 말했다.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와 「부산국제영화제」는 연작소설로 읽혔다. 여기서 패리스는 개였다.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는 인스타그램 폐인 소라가 (그녀의 유일한 직업이었던 인터넷 쇼핑몰 피팅 모델) 남자친구 김을 만난 지 2주년 되는 날 애완견숍에서 개를 샀다. 패리스가 가출하고 소라의 지인들이 개를 찾으려 모였다가 벌어진 사건을 김의 시점에서 서술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연하의 애인 태혁을 만나러 부산에 내려가 벌어진 일들을 소라의 시점으로 서술하였다. 작품속에서 소라는 남자친구 김과 여전히 사귀고 있었다.
‘한국 문학의 떠오르는 신예’, ‘퀴어 문학의 계보를 이을 기대주’ 등 문단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신인작가의 첫 소설집은 벌써 7쇄를 찍어냈다. 퀴어 문학의 대표 주자로 강렬한 조명을 받고 있는 소설가는 말했다. “퀴어 영화는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해 보편화됐고, 시만 해도 황병승, 김현이라는 이름이 이미 있어요. 소설에는 퀴어가 이제야 도착했어요. 소설이 그만큼 보수적인 동네였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