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욕망과 파국

대빈창 2022. 8. 11. 07:00

 

책이름 : 욕망과 파국

지은이 : 최성각

펴낸곳 : 동녘

 

‘생태주의 작가 최성각의 독서잡설’이라는 부제를 단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가 출간된 지 벌써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환경운동가·작가 최성각의 환경책 서평집 2탄이라 할 수 있는 『욕망과 파국』의 부제는 ‘나는 환경책을 읽었다’였다. 두 권의 책은 모두 출판사 《동녘》에서 나왔다. 부리나케 출간되자마자 손에 넣었지만 1년6개월이 지나서 손에 책을 들었다. 나는 그동안 환경운동하는 작가 최성각의 책은 두말않고 무조건 손에 들어야 직성이 풀렸다.

책은 5부에 나뉘어 24편의 글이 실렸다. 1부 ‘기후행동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작가를 강원 산골로 이끈 더글러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와 더글러스와 쓰지 신이치의 대담집 『예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 다섯 대륙의 지구온난화 현장 보고서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지구행동 활동가들의 긴급 메시지 팸플릿 『1.5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자동차를 버리려는 힘겨운 투쟁과 감동적인 실천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

2부 ‘사라지는 것들의 끝없는 목록’은 7,000년 전 시작된 문명은 인류의 암 『우리 문명의 마지막 시간들』. 사람은 50조 개의 단세포로 구성된 상호협력공동체 『당신의 주인은 DNA가 아니다』. 동물시집 『동물시편』. 그림책 『새끼표범』과 『초록 눈 코끼리』. 양봉업자 존 밀러의 5년간의 밀착취재 논픽션 『꿀벌을 지키는 사람』.

3부 ‘조종弔鐘은 언제 울려야 하는가’는 고결한 영혼의 근본주의자 스코트 니어링. 평화와 인권, 폭력에 대한 비폭력 저항,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존중심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자신을 위해 최소한의 물질적 혜택마저 외면한 권정생. 고교 시절 작가를 글쓰기의 세계로 이끌었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았고, 그 이야기를 소설로 썼던 루이스 세풀베다.

4부 ‘이 산천은 정권의 것이 아니다’는 새만금과 4대강을 다룬 『새만금,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 『강은 오늘 불면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5부 ‘꿈꾸는 것 자체가 희망이다’는 인류역사상 최악의 폭력과 살육이 자행된 20세기는 『증오의 세기』. 체르노빌 피폭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체르노빌의 목소리』. 생태시집 『나무 앞에서의 기도』. 파멸적인 인간의 오만함을 묻는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캘커타 인력거꾼 샬람의 꿈과 좌절 다큐멘터리 영화 『오래된 인력거』.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는 지구의 파멸을 막기 위해 기온 상승치를 1.5℃ 이하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화석연료를 2050년까지 제로로 만들어야 가능한 수치였다. 한국은 2019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7위의 기후악당국가였다. 미래세대의 삶이 어찌되었든 이 땅은 경제성장 제일주의를 고수하는 돈벌레들이 정치·경제 권력을 장악한 한심하고 심각한 환경후진국이었다.

『욕망과 파국』에서 다룬 작가와 책들에서 내가 읽은 것은 대략 1/3 정도였다. 이승하의 시집을 책의 목차에서 발견하고 먼저 손에 들었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길 끝에서 만난 이야기』를 얼마 전 읽었다. 그가 망명지 스페인에서 코로나-19로 2019년 4월 숨진 것을 뒤늦게 알았다. 현재까지 알려 진 ‘우주에서 유일한 생명을 품고 있는 행성’ 지구의 앞날이 극단적으로 어둡고 우울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한 생물종이 지구환경 전체를 바꾼 인류세人類世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책장을 덮으며 작가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나는 몹시 씁쓸했다.

 

“이미 충분히 가난한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직장에서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이런 유類의 책을 볼 여가가 없고, 이 책을 읽고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미 가난에서 벗어나 있기 쉽상”(24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