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폭력
책이름 : 예수・폭력
지은이 : 이승하
펴낸곳 : 문학들
“저는 이번에 『폭력과 광기의 나날』에서 못다 한, 예수에 관련된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했습니다.······. 세상은 20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폭력과 광기의 나날이며 공포와 전율의 나날이며 감시와 처벌의 나날입니다.” 「에필로그」에서 시인이 한 말이다, 나는 그동안 『공포와 전율의 나날』과 『감시와 처벌의 나날』을 잡았다. 품절된 초창기 시집 『폭력과 광기의 나날』이 재출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예수・폭력』은 광기 3부작의 속편이라 할 수 있다. ‘예수’를 매개로 ‘폭력’을 시로 형상화했다. 3부에 나뉘어 60편이 실렸고, 문학평론가나 동료 시인의 해설·발문대신 시인의 고백 「에필로그」를 실었다. 시편들은 예수 시대 사건과 현대 사회의 비극적 참상을 병치시켜 시적 긴장을 높였다. 수태고지, 통곡의 벽, 최후의 만찬, 베들레헴 마구간, 십자가에 못을 박는 로마병사, 골고다 언덕, 노아의 방주. 그리고 아우슈비츠 홀로코스트, 후쿠시마 원전폭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 시리아 내전, 미국의 이라크 침공, 티베트 독립투쟁, 캄보디아 킬링필드,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그리고 조류독감, 사스,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세월호, 4·19와 5·16까지.
시인은 신문기사, 사진, 그림, 통계 수치를 적극 활용하여 시의 메시지를 강화시켰다. 폴란드의 화가 백친스키의 그림 2점. 스페인 예사의 웃는 예수상. 미국 캘리포니아 샌크라멘토의 피눈물 흘리는 성모상. 체코 쿠트나 호라 해골성당. 티베트 난민 꼬마, 남편학대에 도망가다 붙잡혀 코·귀가 절단된 아프가니스탄의 10대 여인. 미군 폭격으로 죽은 아이를 안은 이라크 아버지의 눈물. 국내 첫 사이버 가수 ‘아담’. 신문 기사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 IS의 인질 참수, 시리아 학살. 통계 자료는 주요 분쟁지역 아동 사망자, 13세 미만 아동 성폭력, 한국의 아동 학대. 마지막은 시집을 여는 첫 시 「내가 버린 예수」(13쪽)의 전문이다.
귀갓길 지하철에서 예수 만난다 / 졸고 있는 내게 다가와 종이 내민다 / 자필로 또박또박 쓴 사연이 아프다 / 믿으시오 믿는 자는 천국에 가리니 // 한밤중 뒷골목에서 예수 만난다 / 서 있는 내게 다가와 손 내민다 / 배고파요 천 원만 주세요 만 원밖에 없어 손사래 친다 / 적선하시오 베푸는 자는 천국에 가리니 // 집 없는 이들은 어디로 가나 / 저마다 몸무게보다 더 나가는 리어카 끌며 / 올라가는 가파른 골고다 언덕 / 땀 흘리는 예수들이 겨울엔 더 많다 // 내가 버린 예수 / 매일 만났었구나 매일 헤어졌었구나 / 정신병원에 면회 가도 교도소에 면회 가도 /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예수 그리스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