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밤이, 밤이
책이름 : 밤이, 밤이, 밤이
지은이 : 박상순
펴낸곳 : 현대문학
나의 책장에 문학 출판사가 펴내는 시집 시리즈의 첫째권이 제법 쌓였다. 창비시선 - 신경림의 『農舞』, 문학동네시인선 - 최승호의 『아메바』, 애지시선 - 하종오의 『님 시집』, 민음의 시 - 고은의 『전원시편』, 모악시인선 - 정양의 『헛디디며 헛짚으며』, 휴먼시선 - 김옥종의 『 민어의 노래』, 녹평시선 - 김명수의 『77편, 이 시들은』, 문학과지성시인선R - 이성복의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다;시 - 안현미의 『곰곰』까지. 오늘 새로운 시집 한 권이 목록에 올랐다. 현대문학핀 - 박상순의 『밤이, 밤이, 밤이』.
표지그림은 정다운의 Fabric Drawing The city, colored stripes frame, 2016이다. 작가는 신진 시각예술작가 발굴 기획프로젝트 ‘2017 articovery'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TOP 1으로 선정되었다. 핀 시리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문학잡지 『현대문학』이 내세운 동시대 한국문학의 흐름을 일별할 수 있는 기획 시리즈였다. 월간 문예지는 매월 시와 소설에서 작가 한 명씩을 선정해, 시인은 신작 시와 40매 내외의 에세이를 수록했다.
먼저 핀 시리즈 VOL Ⅰ으로 여섯 권의 소小시집이 묶였고, 6인의 시인들은 박상순, 이장욱, 이기성, 김경후, 유계영, 양안다이었다. ‘독특한 개성과 리듬감으로 한국 시단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시인은 1991년 『작가세계』로 등단했다. 『6은 나무 7은 돌고래』,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Love Adagio』, 『슬픈 감자 200그램』, 소시집 『밤이, 밤이, 밤이』까지. 등단 32년 만에 다섯 권의 시집을 상재한 과작寡作의 시인이었다. 시집은 부 구분없이 30편이 실렸다.
겨울 바닷가의 해 질 녘, / 바람 속에서 내 들꽃이 말한다. 아름답지요. / ―나는 춥다. // 겨울 바닷가의 해 질 녘, / 내 들꽃이 말한다. 여기 앉아요. 아름답지요? / ―나는 춥다.
「내 들꽃이 바람 속에서 말한다」(52쪽)의 전문이다. 나는 시편에서 어떤 감동을 받기는커녕 난해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만 가장 짧기에 고른 시편이었다. 시인은 등단이후 끈기(?)있게 낯설고 전위적인 작품들을 내놓았다. 시리즈 VOL 1의 시집 말미에 실린 시인들의 에세이 공통 테마는 ‘공간’이었다. 「나의 카페」는 시인이 프랑스 파리의 길거리 카페, 독일의 베를린 기념관 내부의 유리 카페, 독일 화가들의 작업장․아틀리에 전시회, 스페인 마드리드 골목 카페, 독일 뒤셀돌프의 젊은 작곡가와의 짧은 점심식사가 예정된 여행을 하면서 시인의 시론과 예술론은 풀어낸 산문이었다.
“내가 ‘화가의 눈’을 가진 것은 맞지만, 시인으로서의 나는 , 화가의 도구를 손에서 내려놓고, ‘시인의 언어’라는 물질성을 생각한다. 나의 시는, 사실적이거나 구체적인 사건이나 행위가 나타나거나, 시적 대상으로 보이는 어떤 현실이 다른 차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117쪽)······. 그러나 나의 시적 언어는 ‘화가의 눈’과 ‘시인의 언어’, 순수 감각과 예술적 본성을 통해 역사의 내부에 나를 설치한다.(1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