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 2011. 2. 7. 04:31

 

 

 

책이름 : 컨설턴트

지은이 : 임성순

펴낸곳 : 은행나무

 

내 책장 한켠에는 세계문학상 수상작들이 제1회 '미실'부터 순서대로 자리잡고 있다. 이 책은 6회로 2010년 수상작으로, 곧 2011년 제7회 수상작이 발표될 것이다. 세계문학상은 5월에 공모가 고지되고, 12월말에 마감한다. 그리고 다음해 2월 말에 수상작이 결정되고, 4월쯤에 책이 출간된다. 이제야 책을 잡는다. 나의 게으른 책읽기 때문인가. 아니면 어쩔수 없는 편집증적 기질로 무조건 책부터 구입하고 보는 조급한 성미가 문제인가. 둘다 문제의 원인일 것이다. 출간되자마자 구입하고 신년 수상작이 발표될 즈음 책을 잡았다. 띠지의 문구는 '총 281편, 국내 장편소설 공모 사상 최다 응모'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킬링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다. 회사의 의뢰를 받아 작은 우연처럼 보이는 불행이 반복되어 고객을 자살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킬러다. 주인공은 죽음을 제공하는 것도 일종의 서비스업으로 컨설팅하는 전문직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와 그걸 용인하는 사람들의 자기합리화'를 그린 이야기라 말한다. 심사위원들도 입을 모아 '자살을 가장한 타살을 일삼는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라고 추켜 세웠다. 그렇다 '진정한 구조는 결코 조정되지 않는다. 사라지는 건 늘 그 구조의 구성원들뿐이다.(23쪽)' 2009년 쌍용자동차의 대량 정리해고 이후 노동자와 그 가족이 자살한 것이 지금까지 총 12명이다. 이 땅에서 갖은 자들이 외치는 '노동의 유연성'은 다름아닌 '해고의 자유'로 가난한 자들에게는 곧 '사회적 타살'인 것이다. 소설이 아무리 리얼해도 도저히 이 땅의 비극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슬픔이다. 그것은 승자독식의 무한리필로 가난한 자들은 '죽음'이라는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그 바로미터인 복지 지표를 살펴보자. 2009년 14.4%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벌이로 생활하는데 이 수치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표에는 가난한 농어민이 제외되어 있어 실질적인 수치는 더 높다. 소득하위 10% 가구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0%대로 떨어져 소득불평등, 양극화가 더욱 벌어졌다. 대한민국의 자살율은 2위와의 거리가 하늘과 땅 차이로 압도적이다. OECD 국가 중 2009년 10만명당 자살자가 28.4명으로 유일하게 20명이 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복지지출이 7.5%로 최하위인 멕시코 다음으로 낮아 사회안전망은 부실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준에 들어가고 있다'고. 이에 발맞추어 거대여당은 육아·교육·건강보험·저소득층·장애인·노인 등 서민복지 예산을 깡그리 없애 버렸다. 그리고 복지국가 중에서 특이하게 자연생태 복지에 신경을 써  '4대강 살리기(?)'에 모든 예산을 전격 투자했다. 권위적인 정권의 자기환상과 고삐풀린 토건 재벌의 탐욕이 노골적인 본색을 드러냈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눈 앞인 공정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