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대빈창 2024. 2. 26. 07:30

 

 

책이름 :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지은이 : 이동우

펴낸곳 : 창비

 

버릇처럼 신간 시집을 일별하다 표제가 눈에 띄어 집어든 시집이었다.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2023)는 2015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동우李東宇의 첫 시집이었다. 등단 8년 만에 나온 시집은 ‘진정성으로 돌파하는 꾸밈없는 언어와 정밀한 묘사로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고 삶을 위협하는 생명 파괴의 현상을 섬세한 필치’로 그렸다고 평가받았다. 추천사에서 시인 김해자는 “우리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과연 이렇게라도 살 수 있는지, 울음을 듣는 귀와 통점을 느끼는 발에서 발화된 물음”이 있다.

문학평론가 김영희는 해설 「다르게 살아가는 생명을 발명할 때」에서 말했다. “기후, 동물, 노동이라는 주제를 통하여 생명에 대해, 타자에 대해, 계급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142쪽)했다. 3부에 나뉘어 54편이 실렸다. 1부, ‘당신의 안부를 물었다’는 기후 재난과 동물 육식에 대해 다루었다. 갯벌 매립 멸종 동물, 상괭이 사체, 괴정천 웅어․도요새, 칼리만탄 열대우림 산불, 히말라야 라다크 설원 눈표범, 양 도축, 호주 산물, 철새 도래지, 치킨용 어린 닭, COVID-19, 구제역 등. 2부, ‘슬픔 없는 나라로’는 한국현대사의 극악무도한 학살과 착취, 노동과 계급 문제를 다루었다. 노근리양민학살사건, 제주 4․3과 여순사건, 4․16 세월호 참사, 이주노동자, 난민, 부산 신발공장 여공, 철거민, 퀵 서비스, 새벽배송 택배, 빌딩 유리벽 여자 청소부, 콜센터 감정노동자 등. 3부, ‘밤이라는 빈칸’은 지친 자들의 안식처를 그렸다.

로봇개의 하울링을 소재로 삼은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를 표제로 삼은 이유를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운다는 건 솔직하고 생래적인 반응이다. 누군가의 울음을 듣고 함께 운다는 건 타자와 소통하는 근원적 방법이다. 인간과 자연도 수평적 공동체로서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마지막은 『화상 자국』(115쪽)의 전문이다.

 

당신이 켠 성냥불에 어둠이 타들어갔다 // 구멍 난 밤에서 민낯의 내가 삐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