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으로 본 조선 ③ - 경기ㆍ충청ㆍ전라ㆍ경상
책이름 : 옛 그림으로 본 조선 ③ - 경기ㆍ충청ㆍ전라ㆍ경상
지은이 : 최열
펴낸곳 : 혜화1117
미술평론가 최열(崔烈, 1956- )하면 나는 80년대 민중미술을 떠올렸다. 그는 91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ㆍ구속되었다. 88년 결성한 민족민중미술운동전국연합을 스스로 해체했다. 그는 미술사를 독학했다. 미술사학자는 30여년을 조선후기 실경산수화에 매달렸다. 옛 그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갔고, 마음과 눈에 갈무리했다.
『옛 그림으로 본 조선』 시리즈 세 권을 펼치는 즐거움은 압도적인 옛 그림에 있었다. 책 판형을 키웠고, 고급 종이에 인쇄한 그림은 선명했다. 세부도를 적극적으로 배치하여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셋째 권의 부제는 ‘과연 조선은 아름다운 실경의 나라’였다. 임진강 이남의 우리 국토 전 지역 경기ㆍ충청ㆍ전라ㆍ경상의 실경화들이 펼쳐졌다. 차례는 각 지역별 주요 도시를 사전식으로 구성하였다. 독자는 자신의 고향 그림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유람을 떠나는 이들의 목적과 경로를 따라가면서 당대의 풍경을 실감나게 전달했다.
미술사학자는 서문 「조선은 참으로 실경의 나라, 실경의 천국」에서 “땅은 제 모습을 다시 드러내고 강은 다시 흐를 것이다, 그날을 위해 우리는 옛 모습을 기억해야한다. 옛 그림을 본다는 건 옛 풍경을 돌이켜 달라질 그날을 미리 떠올려보는 일”(4-5쪽)이다. 국내에서 ‘경기ㆍ충청ㆍ전라ㆍ경상 실경화를 집대성한 최초의 저술’은 서장과 1-4장에 62편의 글을 담았다. 아둔한 자는 방대한 지역과 수많은 옛 그림을 따라가는데도 숨이 벅찼다. 나의 리뷰는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를 비롯한 이름난 화가의 눈에 익은 옛 그림을 소개한다.
서장―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조선의 풍경. 경기는 기전산하畿甸山河, 충청은 청풍명월, 전라는 황금평야, 경상은 천년정토. 실경화를 통해 명승지의 아름다움을 항시 옆에 두고 즐기는 와유臥遊, 유람하며 그린 그림을 통해 승경지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즐기는 자오自娛. 조선을 그린 화가들 다녀온 이들은 긍재兢齋 김득신(金得臣, 1754-1822), 고송유수관古松流水館 이인문(李寅文, 1745-1824년 이후),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 1710-1760),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1866), 소치小癡 허련(許鍊, 1808-1892)외 32인.
1장 경기―수천 년 문명의 땅, 왕실의 앞마당. 넓은 붓으로 빗자루로 쓸어내듯 그린 부벽준, 겸재의 〈박연폭포〉. 60세가 넘은 노인의 모임 계회를 그린 단원의 〈기로세련계도耆老世聯契圖〉. 개성의 실경을 그린 16점의 그림첩 표암의 《송도기행첩》. 강화도를 실경으로 그린 단원의 8폭 병풍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 파주 임진강변의 절벽을 그린 겸재의 〈임진적벽〉, 1742년 10월 보름날 임진강 선상 유람을 기록한 겸재의 《연강임술첩 漣江壬戌帖》의 〈우화등선羽化登仙〉과 〈웅연계람熊淵繫纜〉.
겸재가 1747년에 그림 포천의 〈화적연〉. 1778년 단원이 그린 《행려풍속도 8폭병》 중 〈매염파행賣鹽婆行〉은 김홍도가 자랄 때의 안산 풍경. 단원의 《화성능행도 8폭병》. 정조가 1796년 단원에게 그리게 한 화성후팔경에서 전해지는 두 점 〈서성우렵西城羽獵〉과 〈한정품국閒亭品菊〉. 단원의 용주사 후불탱화 〈삼세여래〉. 겸재의 《퇴우이선생진적첩》 중 〈무봉산중舞鳳山中〉.
2장 충청―빼어난 산수의 기운을 품은 청품명월의 땅. 단양읍 관아 일대를 그린 겸재의 〈봉서정鳳棲亭〉. 표암의 《구학첩》 중 〈운암〉, 〈운선동〉, 〈사선대〉. 도담삼봉을 그린 겸재의 1737년 〈삼도담〉, 최북의 1749년 〈도담〉, 18세기 작 〈선암〉. 김홍도의 1796년 《병진년단원절세보》 중 〈도담삼봉〉, 〈옥순봉〉, 〈사인암〉. 겸재의 1737년 이후 작 〈구담龜潭〉.이인상의 1757년 〈옥순봉 백루〉. 단원의 1792년경 〈상선암〉. 이인상의 18세기 중엽, 이인문의 18세기말~19세기초 작품 괴산의 〈수옥정漱玉亭〉. 겸재가 1746년 무렵 부여 땅을 그린 〈임천고암林川鼓岩〉.
3장 전라―눈부신 황금평야가 비단처럼 빛나는 땅. 19세기 중엽 소치의 〈모악산 금산사〉. 두루마리 화폭에 변산의 여섯 풍경을 그린 표암의 〈우금암도〉. 초의선사의 1813년 〈다산초당도〉. 표지그림의 지리산 북쪽 경상 함양 851미터 금대산에서 남쪽의 지리산을 바라보는 풍경을 그린 1770년 진재 김윤겸의 〈지리전면도〉.
4장 경상―낙원의 가락 흐르는 천 년 정토의 땅. 〈도산서원도〉는 빼어난 구도 겸재의 1733년작. 겸재가 1746년에 그린 《퇴우이선생진적첩退尤二先生眞蹟帖》 중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 겸재의 1734년경에 그린 영양의 〈쌍계입암雙溪立岩〉. 겸재가 1721년경에 대구를 그린 〈달성원조達城遠朓〉. 1734년경 청하현 관아를 그림 겸재의 〈청하성읍〉. 두 점이 전하는 겸재의 〈내연산삼용추 內延山三龍湫〉. 선면과 비단에 그린 겸재의 〈해인사〉 두 점. 가야산 홍류동의 낙화암을 그린 고송유수관 이인문의 《실경첩》 중 〈낙화암〉. 능호관 이인상의 1747년 유천점 주막에서 본 풍경을 그린 〈유천점봉로도柳川店逢壚圖〉, 1748년 지리산 천왕봉 등반길에 그린 〈용유상탕龍遊上湯〉. 허주 이징이 1643년에 그린 〈화개현구장도〉.
미술사학자는 말했다. “치의자득致疑自得은 의문을 갖고 스스로 깨우치라는 말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조선은 실경화가 없는 나라’라는 인식이 팽배했어요. 조선은 중국의 그림을 베끼는 수준으로 ‘관념 관수’라는 말을 썼어요. 그래서 30여년동안 실경화를 찾아 다녔죠. ‘조선은 실경화의 천국’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