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

대빈창 2025. 2. 18. 07:30

 

책이름 :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

지은이 : 이원외 88인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우리나라 3대 문학 출판사가 반년 남짓한 시간동안 일제히 기념시집을 출간했다. 문학동네 시인선 200호 기념 티저 시집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2023. 10). 창비 시선 500호 기념 시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2024. 3). 문학과지성 시인선 600호 기념 시집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2024. 4). 문학동네시인선은 2011년 최승호의 『아메바』, 창비시선은 1975년 故 신경림 시인의 『농무農舞』, 문학과지성시인선은 1978년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가 1호 시집이었다.

〈문학동네〉는 50호, 100호에 이어 세 번째 기념 시집이었고, 〈창비〉와 〈문학과지성〉은 100호부터 새로운 백번대마다 기념 시집을 출간했다. 각 출판사가 펴낸 아흔아홉 권의 시집에서 내가 잡은 시집 권수는 ‘문학동네시인선’은 단 세 권이었고, ‘창비시선’은 스물한권이나 되었다. ‘문학과지성시인선’은 열세 권이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끝없는 사람』, 『방부제가 썩는 나라』, 『소피아 로렌의 시간』,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2170년 12월 23일』,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낫이라는 칼』,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 『황색예수 2』.

 

"이제야 왜 먼저 뒤표지 네모 쪽 문장을 읽었는지를, 그곳에 고요하게 머물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01호 『사랑은 탄생하라』의 이원은 미리 600호 시인선 간행 축하 글을 『문학과사회』 봄호에 보냈다. 「전위에서 사랑까지, 한국 현대 시의 희귀하고 고유한 역사」의 한 구절이다. 나도 ‘문학과지성 시인선’을 펼치면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이 뒤표지였다. 문학평론가 강동호는 기념 시집의 발문 「미지를 향한 증언―시가 우리에게 건네는 말」에서, “뒤표지 글은 전통적으로 시집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시인이 추가로 쓴 글로 시인의 문학적 지향과 목표가 드러나 있다.”고 했다. 600호 기념 시집은 500번대 뒤표지에 담긴 글들을 묶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은 故 오규원 시인이 디자인했다. 故 김영태 시인과 작가 이제하의 캐리커처가 트레이드마크다. 시인선은 그동안 백번대마다 시집 테두리의 바탕색에 변화를 주었다. 황토색(1-100), 청색(101-200), 초록색(201-300), 밝은 고동색(301-400), 군청색(401-500), 자주색(501-600), 600번대 시인선은 파란색이라고 한다. 표제는 시인선 309호 故 허수경 시인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뒤표지 글에서 가져왔다. 마지막은 시인선 574호 정현종의 『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의 뒤표지에 실린 詩 「놀다」(94쪽)의 전문이다.

 

괴로움을 견디느라 괴로움과 놀고 / 슬픔을 견디느라 슬픔과 놀고 / 그러다가 / 노는 것도 싫어지면 / 싫증하고 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