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당신을 위해 지은 집

대빈창 2025. 4. 16. 07:00

 

책이름 : 당신을 위해 지은 집

지은이 : 함성호

펴낸곳 : 마음의숲

 

『당신을 위해 지은 집』의 부제는 ‘시인이자 건축가 함성호의 인생 미학’이었다. 구성은 4장에 나뉘어 39편의 글을 담았다. 책을 여는 첫글 「이상한 의뢰인」은 땅도 없고, 시공비도 없고, 설계비도 없으면서 집을 지어달라고 했다. 어린이 전문도서관 〈웃는 책〉의 관장이면서 시인인 아내였다. 시 쓰는 건축가는 옥탑에서 정발산으로 넘어가는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집을 지었다. 많은 빛을 끌어들이느라 시인 부부는 많은 빚을 졌다. 가난한 부부 시인의 집의 당호는 〈소소재素昭齋〉였다.

01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집. 인도 무굴제국의 왕 샤자한이 죽은 왕비 뭄타즈 마할을 위해 지은 무덤 타지마할은 당대 전 세계의 기술이 모여 만든 인도의 건축. 유일한 아름다움은 유일한 장소에 있는 것이 건축의 문법. 내몽골 출신의 사이푸와 말라시 부부 감독의 영화 〈징기스칸〉. 복잡함을 이루는 근본을 찾는 것은 과학이지만 복잡함을 견디는 문제는 나를 바꿔야 가능. 정신지체·신체장애를 가진 열한살 딸 강이를 위한 집을 설계·의뢰한 화가. 좋은 집은 집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같이 살기 때문. 문학은 경험의 소산이 아닌 순전히 상상의 산물. 울릉도의 우데기, 강원 산간의 코클, 강원도의 하나의 지붕아래 가옥과 축사는 눈이 많이 쌓였을 때를 대비한 작업동선을 확보하기 위한 배려.

02 시와 바람과 구름이 사는 집. 솟대는 떠나는 사람에게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길 위의 상징, 돌아오는 사람에게 귀소의 끝을 알리는 둥지의 표식. 인간이 하늘을 동경하는 것은 절대자의 시선을 느끼기 때문. 봄에 부용, 가을에 국화를 창호문에 꽃잎 배접하던 어머니. 한강 하구의 정사초(육지와 바다 퇴적물의 영향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는 사구)에 망명국가 건설을 꿈꾸는 건축가 조건영의 ‘율도국 프로젝트’. 풍경 속에서 풍경을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풍경을 내면화. 한국에서 도심공원 계획이 큰 성과물을 내지 못하는 것은 산과 강이라는 거대한 자연이 도시에 펼쳐져있기 때문.

03 시로 지은 집, 그림으로 지은 집. 두 장의 자화상은 스물두살 때 그린 것은 첫 번째 시집 『56억7천만년의 고독』, 서른살 초반에 그린 자화상은 세 번째 시집 『너무 아름다운 병』의 표지그림으로 장식.시가 안 읽히는 이유는 우리 시가 불온성을 잃어버렸기 때문, 이는 더 이상 제도와 규범적 삶에 흠집을 내지 못한다는 말. 강약이 섬세하고 붓처럼 부드럽게 스미는 2B 연필. 1448년 한 고문서 수집상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세계 7대 불가사의 바빌로니아 공중정원의 함무라비 설계 초안이 스케치된 두루마리. 습관이 몸의 리듬을 일깨우기 위한 전주와 같은 것이라면 원칙은 이성을 바탕으로 어떤 일을 합리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처음에 주어지는 조건과 같은 것.

04 시와 바람과 구름이 사는 집. 예술가는 근대국가가 유일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직업. 건축이 합목적성을 추구하면서 장식의 부재를 선언했다면 미술은 합목적성의 자리에 유기적인 관계의 시스템을 놓으면서 장식의 불필요를 역설. 런던 남서부의 콘월 지역에 건설된 전체부지 면적이 15헥타르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온실 ‘에덴 프로젝트’. 인류의 문명은 인간과 인간의 소통 문제를 좀 더 원할히 하는데 전력을 기울인 바퀴, 전화, 인터넷.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의 상태가, 매스미디어라는 강력한 대중조작 매체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현대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