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다상담 2
책이름 : 강신주의 다상담 2
지은이 : 강신주
펴낸곳 : 동녘
우리 시대 대중·거리의 철학자 강신주(姜信珠, 1967- )는 하나의 현상이다. 수십 여 권의 책을 출간하고 수십 만 부의 출간부수를 자랑했다. 그의 강연장은 발 디딜 틈도 없다고 한다. 철학자의 첫 책은 2003년에 나온 『장자―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이후, 1년에 두 권꼴로 출간했다. 서해의 작은 외딴 섬에 살고 있지만 나는 철학자의 책을 스무 여권이나 잡았다.
2권도 1권과 마찬가지로, 1부는 철학자의 강연이고, 2부는 고민을 털어놓는 사연자들과 직접 얼굴을 맞댄 상담이었고, 3부는 현장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남겨진 이야기를 추신으로 더했다. 2권의 주제는 ‘일―정치―쫄지마’로 국가․가족․직장 등 공적인 생활과 관련된 고민을 묶었다. 독자들이 꼽는 철학자의 최대 강점은 쉽다는 것이다. 그의 강연 언어는 저잣거리의 말이었다.
독서지도사 양영훈씨는 말했다. “학자들이 책에서 좋은 이야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삶에서 그만큼 치열하게 고민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강신주씨는 강연에서 정부․여당 같은 현실 정치를 강하게 비판한다. 자신의 삶이 메시지가 되는 이들이 좋은 지식인 아닌가”
프롤로그 「‘노’라고 하며 살자!」현대 독일 철학자 슬로터다이크는 “‘노’라고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예스’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와 예스를 자기의 감정과 판단대로 당당하게 말할 때 자유의 윤곽이 비로소 뚜렷해진다.
1부 일. 당나라 백장百丈 스님의 말, “一日不作 一日不食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 영어능력을 원하는 자본에 팔려고 영어를 공부, 손님에게 팔리기 위해 화장을 하는 매춘부처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시대를 “보편적 매춘의 시대”라고 이야기. 마르크스의 사위 라파르그의 『게으를 수 있는 권리』, 버트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 내세의 젖과 꿀이 흐르는 천국을 기대하는 삶 말고 지금 여기에 젖과 꿀이 흐르도록 하는 삶. 한국인이 워커홀릭으로 만들어진 이유는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일만 했던 오래된 독재의 경험, 치열한 생존경쟁으로 일자리 자체를 지상의 가치로 만들었던 산업자본의 압력. 일만 하는 가축과도 같은 삶이 탄생했고, 사랑하고 창조하는 향유의 시간은 철저하게 망각되어버린. 수동적이고 관습적인 주체를 능동적이고 성찰적인 주체로 변형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인문학.
2부 정치. 일본철학자 가라타니 고진은 “국가는 수탈과 재분배의 기구”, 어떤 사람이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없어서 아무나 소유할 수 있는 형식이야말로 사랑의 형식이자 진정한 공동체의 형식. 임제臨濟 스님의 말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 스스로 당당한 주체가 되기를 비겁하게 회피하는 순간, 우리는 점점 더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전락. 정치인류학자 피에르 클라스트르의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는 남아메리카 인디언 사회연구로 개인들의 자유로운 공동체와 거대한 피의 제국이라는 국가형식. 보수는 자신을 사랑하고, 진보는 타인을 사랑. 분단국가의 공식은 우리 체제가 민주화되면 북한과의 적대관계가 완화되고, 우리 체제가 반민주적이고 권위적으로 돌아가면 북한과의 대립이 강화. 김지하 시인은 부르주아 입장의 계몽주의적 시인으로 박정희 독재에 대해 진보적이지만 전태일에 대해 보수적.
3부 쫄지마. 무서운 것이 있어 쪼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지 못해서 쪼는. 뻔뻔스럽고 당당한 문학가들이 한국사회의 민주화운동을 주도. 2000년전 중국철학자 송견宋鈃의 ‘견모불욕見侮不辱’은 “모욕을 당해도 치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프로이트는 “내가 진짜 원하고 욕망하는 것들이 연극화 되어서 나오는 것이 꿈,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것은 연극적으로나마 꿈속에서 실현”. 도박은 불법적 투자이고, 투자는 합법적 도박, 발터 벤야민은 “자본의 핵심은 도박의 논리, 혹은 심리에 있다”. 라캉은 『에크리』에서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진실로 자신이 소망하는 것인지 혹은 소망하지 않는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 주체는 다시 태어날 수 었어야만 한다.”
에필로그 「존 레논의 ‘이매진’을 읊조리며」. 김수영 「달나라의 장난」은 돌아가는 팽이에서 직감했던 것은 자유의 외로움, 독립의 서러움. 존 레논의 〈이매진〉은 자유와 평화를 위해서 모든 종교, 모든 국가, 모든 소유를 철폐하는 꿈을 노래. 인류의 아주 오래된 미래, 코뮌Commune은 개인들의 자유로운 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