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다상담 3
책이름 : 강신주의 다상담 3
지은이 : 강신주
펴낸곳 : 동녘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생활인들의 고민을 가장 가까이서 끌어안고 가장 쉬운 철학의 언어로 풀어내는 사랑·자유의 철학자 강신주(姜信珠, 1967- )의 〈다상담〉 시리즈 마지막 편이다. 소비·가면·늙음·꿈·종교와 죽음이라는 다섯 개의 주제를 다루었다. 철학자는 현대인이 살아가면서 돈을 벌고 쓰는 것을, 맨얼굴을 드러내고 가면을 쓰는 것에 갈팡질팡 하는지를,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는지를, 꿈이 없는면 왜 불안해지는지를, 죽음을 두려워하면서 종교에 의지하는지를. 동서양 인문학을 종횡무진하며 찾아낸 번득이는 삶의 기준을, 폐부를 찌르는 독설로 풀어냈다.
프롤로그 「지금까지 많이 힘드셨지요?」.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매달 한번씩 ‘벙커 1’에서 〈다상담〉 진행. 우리 이웃들의 고뇌와 직면하는 것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든 일. 2013년 10월 31일 목요일은 마지막 〈다상담〉이 있던 날 ‘종교와 죽음’이라는 테마는 저녁 7시30분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4시에 끝났다.
1부 소비. 〈매트릭스〉에서 배신자 사이퍼는 가상의 세계를 알면서도 스스로 다시 매트릭스로 들어가려, 우리들은 유형․무형의 상품들에 취해서 살려면, 자본주의에 편입. 게오르그 짐멜․발터 벤야민은 ‘자본주의는 세속화된 기독교’. 인류가 발견한 억압수단 가운데 우리 욕망에 가장 부합하는 체제가 바로 자본주의.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는 우리에게 필요한건 제품이 아니라 제품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생활에 필요한 것을 사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사는 것. 우리 시대의 소비는 욕구불만을 채우는 과정. 자본주의는 화폐와 상품 사이의 비대칭적 교환이 반복적으로 지속되어야 유지되는 체제. 자본주의는 상품을 가진 사람보다 자본을 가진 사람에게 우월함을 보장하는 체제. 일본철학자 가라타니 고진은 ‘생산―소비 협동조합’이라는 또다른 삶의 방식을 제안, 반자본주의를 선언한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 일종의 생활공동체.
2부 가면.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의 배우가 연기할 때 쓰던 가면 ‘페르소나Persona'. 인격은 영어로 ‘퍼스낼리티Personality'로 ‘페르소나를 유지’하는 정도의 의미. 소중한 사람, 나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나를 보여야 할 사람, 내 맨얼굴로 사랑해야 할 관계에 있는 친구나 애인 앞에서는 반드시 가면을 벗어야 된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 ‘어느 곳에서나 주인이 된다면, 자신이 있는 그 곳이 모두 참되다.’
3부 늙음. 사회학자 에밀 뒤르겜의 『자살론』의 핵심은, 경제가 어려울 때 사람들이 자살한다. 나이든 사람은 전자본주의사회에서는 존경을 받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퇴물이 되는, 전자본주의사회에서 젊은이는 별로 환영받지 못했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 젊은이는 노동자로서나 소비자로서 가장 각광을 받는. 자본주의는 가장 젊은 것이 가장 가치 있다고 하는 체제, 자본주의는 우리의 나이 듦이 쓸모없는 상태로 생명만 유지되는 것이라는 자괴감. 위대했던 사람들은 나이 들어 끝내 죽는 것은 편안해지는 것이라고 생각. 삶을, 죽음을, 당연히 늙음을 무서워하지 않고, 쉬는 걸로 생각. 철학자 리오타르는 산업자본의 생존전략에서 ‘모더니티Modernity'의 논리를 간파. 노인들은 새로운 상품에 적응하기 어렵다. 신상품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는 도시생활에서 지혜는 노인들이 아닌 젊은이들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게 된 것.
4부 꿈. 장자의 첫 번째 편 〈소요유逍遙遊〉는 목적이 없는 여행. 꿈과 관련한 세 가지 경우, 첫 번째는 순수한 현재에 사는 사람, 두 번째는 꿈과 현실이 갈등하지만 현실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바라보게 하는 꿈을 꾸는 사람, 세 번째는 백일몽을 꾸는 사람.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의 말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지금 여기에 충실하라’. 미하엘 엔데의 『모모』는 미래의 꿈을 꾸느라 마을 사람들은 풍요로운 현재, 관능적인 삶을 잃어버리게 되는. 자유自由는 어떤 행동을 자신에게 근거해서 수행하는 것을 가리키는 개념. 칸트는 『실천이성비판』에서 자유를 ‘한 상태를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능력’.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은 자신의 나태와 무기력을 극복하려는 불굴의 의지가 없다면 자유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노래.
5부 종교와 죽음. 죽음에 대한 고통과 두려움을 종교로 위로받는 것. 종교는 미래에 대한 공포를 먹고 사는 것. 현재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종교를 믿지 않는 것. 미래에 대한 공포 속에 종교와 자본주의는 항상 같이 있다.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사랑에 빠지면 나는 나에 대해 객관적이고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에 대해서는 주관적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종교라는 환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지 무언가를 사랑해야만 한다.
에필로그 「이젠 안녕」. 철학자는 끝내 당당해야 한다는, 산처럼 일체 감정의 동요 없이 의무를 다한다는 생각.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민을 품으려면 산이 아니더라도 산의 시늉이라도 내야만 하는 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