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함경도 이야기

대빈창 2025. 5. 28. 06:00

 

책이름 : 함경도 이야기

지은이 : 김남일

펴낸곳 : 학고재

 

『함경도 이야기』는 문학 작품으로 남은 북국의 자취를 소설가 김남일이 글로 다시 그렸다. 아득히 멀어진 ‘북방’의 문학사적 복원이었다. 작가는 몇 년동안 이 땅의 근대문학의 배경을 찾아다녔다. 한국문학이 소홀히 넘어갔던 소설과 시의 공간적 배경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문학평론가 고명철은 추천사에서 말했다. “문학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와 문화지리를 망라한 두터운 독서를 바탕으로 함경도를 재해석”했다.

1898년 러시아지리협회는 사상 최대의 탐사단을 조직하여 백두산으로 향했다. 탐험가·작가 가린 미하일롭스키는 조선 민담을 채집. 1900년 윤치호는 함경도 덕원(원산) 감리로 임명, 감리는 개항장과 개시장의 통상 업무를 담당하던 관아의 우두머리. 함흥 서호진 태생의 소설가 안수길의 『통로』(1970), 『성천강』(1971)은 문명개화가 함경도 땅에 밀어닥칠 무렵을 배경. 함흥 원산 출신 소설가 한설야의 『탑』(1940-1941)은 1902년 3월 25일 함흥 민요民擾를 소재.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 「피장」편의 백두산자락 허항령 두메산골. 사잇섬, 즉 간도間島는 조선사람들에 의해 개간 안수길의 『북간도』(1967). 웅기만 아래 작은 포구 배기미에서의 어머니의 죽음, 이태준의 「사상의 월야」(1941). 심훈의 소설 『상록수』(1935-1936)의 여주인공 채영신의 실제 주인공 농촌운동가 최용신은 원산 루씨여학교 제2회 졸업생. 원산의 루씨여학교와 더불어 관북지역 최초의 여학교 함흥 영생여학교가 배출한 소설가는 손소희, 임옥인, 이정호. 공립학교의 일화를 다룬 소설가 박준녀의 단편 「아이 러브 유」(1962).

강원도 강릉·속초에서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 안변까지 가는 철도가 동해북부선을 배경으로 한 이태준의 단편 「철로」(1936). 고향 성진을 무대로 하는 세 작가, 소설가 최정희의 「봉황녀」(1941), 시인 김기림의 「길」(1936), 서해 최학송의 「백금」(1926). 육당 최남선의 『백두산 근참기覲參記』는 1926년 7월 28일 〈동아일보〉에 첫 선을 보인 이래 총 89회에 걸쳐 연재된 한국 근대 문학사에서 가장 빼어난 기행문 중 하나.

개마고원은 함경남북도에 두루 걸쳐있고, 면적이 남한 전체의 40퍼센트에 이른다. 1928년 무진년의 관북대홍수로 신흥군 한 고을에서만 360여 명이 죽었다. 함남 신흥 출신의 여성작가 이정호의 단편 「감비 천불붙이」(1974), 한설야의 ‘탁류 3부작’ 「홍수」(1936), 「부역」(1937), 「산촌」(1938).

일제강점기 흥남은 동양 최대의 질소비료공장으로 명성. 해방 당시 흥남은 일본질소비료공장부지 600만평, 그 부대시설 부지 300만평을 껴안은 조선 최대의 공업지대. 조선 농민이 일제가 강요하는 강압적 현실 아래 새로운 노동자 계급으로 분해되는 과도기적 상황을 그린 한설야의 「과도기」(1929). 이정호의 「소나기」(1974).

1921년 1월 원산노련의 총파업은 참가인원만 2,000명으로 조선 노동운동 역사상 전에 없이 큰 규모로 전개. 원산출신 김학철은 『격정시대』에서 총파업을 생생하게 복원. 흥남질소비료공장 노동자의 삶을 다룬 이북명의 「민보의 생활표」(1935), 「암모니아 탱크」(1932), 「질소비료공장」(1932). 노동운동과 적색농민운동을 묘사 한설야의 「씨름」(1929), 장편 『설봉산』(1951).

함경북도 명천 출신 현경준은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 어민·어업소설가. 동해안의 정어리(청어) 어업을 정면으로 다룬 「오마리」(1939), 「출범」(1937), 「퇴조」(1939). 바다를 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격랑」(1935). 북선 개척이 몰고 온 급격한 산골마을의 변화를 다룬 김기림의 소설 「철도연선」(1935-1936). 길회선 종단항 나진의 개발 광풍을 다룬 이태준의 「복덕방」(1937). 1940년대 청진의 인구는 15만명을 넘어서 경성, 부산, 대구에 이어 조선 제4위의 대도시로 급성장. 청진 개발의 조선인 수혜자를 그린 강신재의 중편 「파도」(1963), 청진의 겨울풍경 「고향 야화」(1951).

1936년 인구 2만 명이 넘는 군사도시로 성장한 나남. 이효석은 결혼하자마자 아내의 고향 경성으로 도피하여 경성농업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백석은 함흥 영생고보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북관의 풍경을 담은 「함주 시초」 연작(1937), 「산중음」 연작 (1938). 한반도 최초의 유역변경식 발전소 부전강 댐으로 형성된 부전호를 배경으로 한 이정호의 「뚜깔리」. 백석의 「함남 도안」(1939). 주을 지협에 대한 예찬, 이효석의 수필 「주을의 지협」(1937), 북국의 낭만·이국적인 것에 대한 동경, 단편집 『노령 근해』(1931).

만주 국경을 넘으려는 집단 이민자들, 시인 이찬의 수필 「북관점경」(1937). 함경선에 얽힌 슬픈 사연, 한인택의 「춘원 (1938). 한국 근대 문학사에서 북방파를 대표하는 시인 이용악의 첫 시집 『분수령』(1937), 제2시집 『낡은 집』(1938). 일제하 일부 작가들의 자발적 친일행각을 그린 이석훈의 3부작 『고요한 폭풍』(1941-1942).

함경도 동쪽 끝 두만강이 동해와 만나는 우리나라 최북단의 어항 조산만의 서수라를 배경으로 한 이태준의 등단작 「오몽녀」(1925). 최인훈의 「두만강」의 시간적 배경은 1943년, 공간적 배경은 두만강 국경도시 회령. 식민지 민중의 처절한 고통 최서해의 「고국」(1924), 회령역의 곡물짐을 나르는 인부 체험을 반영한 「무서운 일상」(1926). 패전국 국민으로 전락한 일본인들을 향한 인간존엄을 그린, 소설가 허준의 중편 「잔등殘燈」(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