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천 개의 공감

대빈창 2008. 8. 27. 17:03

 

 

책이름 : 천 개의 공감

지은이 : 김형경

펴낸곳 : 한겨레 출판

 

표제처럼 일천 개의 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수치상 일천오백개의 공감을 느껴야 한다. 그것은 책 분량에서 대략 반쯤의 전반부를 두번 읽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베스트목록 반열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이 책을 나는 작년 초, 4쇄 판을 구입했다. 습관처럼 앞서 손에 넣은 책들을 잡고는, 6월 중순경에 읽어 나가다, 회의 차 본소에 들르게 되었다. 그런데 아끼는 직장 후배를 보자, 문득 그에게 더욱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저자의 '사람풍경'을 읽고 출간되자마자 손에 넣었다. '사람 풍경'은 세계를 여행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내재한 감정의 실체와 근본에 대해 사색'하게 만드는 심리여행 에세이다. 그러기에 '심리치유 에세이'라는 부제를 보고 나는 이 책을 구입한 것이다. 소설가 김형경의 외도(?)가 빚어낸  심리 에세이 2탄이라고 부를 수 있다. 책은 '어린 시절에 적절한 양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 겪는 갈등을 과장되게 해석하고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바로 여기서 '천 개의 공감'의 존재 이유가 생긴다. 성인이 되어서도 사람과의 관계 맺기에 서툰 이들에 대한 공감으로 저자는 정신분석학의 힘을 빌려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기에 이 책을 잡는 독자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깃든 유아의 투정과 질투와 시기심을 알게 됨으로써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삶이 편안해지는 지점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초등학생 자매를 둔 엄마다. 나는 나이가 차 성격이 굳어져, 정신분석을 받아도 치유하기가 힘들다. 차라리 내가 예뻐하는 그 자매가 성인이 되었을 때 사람과의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 올바른 심리 형성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머리가 너무 길었다. 고작 두 권의 책을 빌려주고, 생색이 도를 지나친 것이 아닌가. 그리고 1년이 지난 뒤, 나는 책을 돌려받고, '되새김질'을 한다. 나는 녀석들을 떠올리며 빙긋 입가에 미소를 짖는다. 꼴에 삼촌이랍시고 나는 녀석들이 이유기 때 술이 덜 깬 부스스한 얼굴로 분유통을 들고 찾아가 할머니가 혀를 쯧쯧 차셨다. 어린 천사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나를 '○ ○ 삼촌'으로 반기고 따른다.

'천 개의 공감'은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각각 자기, 가족, 성과 사랑 그리고 사회와의 관계 맺기를 다루었다. 한 예로 요즘 젊은 세대들은 쿨(?)함을 선호하는 삶의 기조를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삶을 멋진 삶이라고 합리화한다. 하지만 그 본질은 이렇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회생활에서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가 어려워 갈등이 생기면 곧장 회피한다. 곧 나는 주지 않으니깐 받지도 않는다는 것은, 사람과의 거리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친밀한 관계에 대한 욕구는 강하므로 내면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남이 보면 쿨한 것이 강하게 보이지만, 자신은 한없이 허약하고 취약점이 많아 사소한 문제로 자아가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고통은 대부분 그 관계에서 비롯된다. 실제 정신분석 치료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자기 자신을 알고,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면  비교적 쉽게 갈등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하지만 '자기 알기'란 지난한 고통을 감수해야 얻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