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 2015. 10. 26. 07:00

 

 

책이름 : 총, 균, 쇠

지은이 : 재레드 다이아몬드

옮긴이 : 김진준

펴낸곳 : 문학사상

 

2 ~ 3년 전만해도 나는 블로그에 성심을 갖고 열심이었다. 댓글을 가끔 다는 즐겨 찾는 블로그에서 책을 처음 접했다. 서울대도서관 대출순위 1위.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기회가 왔다. 2014년 11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출판사들은 앞 다투어 파격세일을 단행했다. 내가 손에 넣은 책은 2013년 개정 출간된 소장본으로 나온 하드커버 한정판이다.

이게 웬일인가. 배달사고였다. 내 손에 온라인서적 브랜드가 찍힌 골판지 두 상자가 한꺼번에 배달되었다. 내용물은 같았다. 700여 쪽이 넘는 부피 있는 책이 내 책장에 두 권 나란히 어깨를 겯게 된 사연이다. 그리고 나는 온라인 서적에 발길을 끊었다. 올 초 기초지자체에서 지역화폐(상품권)를 발행했다. 이왕이면 꿩 먹고 알 먹기였다. 내가 책을 손에 넣는 방법은 1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읍내 유일의 서점에 FAX로 구입도서 목록을 보내고 전화를 넣었다. 한 달에 한 번 뭍에 나가면  서점을 향해 먼저 발길을 돌렸다.

책은 현대 세계와 그 불평등이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인류문명 보고서였다. 저자는 어떤 민족은 다른 민족을 정복하고 지배하고, 또 대상으로 전락되었는가. 원주민은 왜 유라시아인들에게 도태되었는가. 대륙들마다 문명 발달 속도는 왜 다른가. 지구상의 다양한 문명은 어디서 비롯되었는가라는 의문을 명쾌하게 분석했다.

문명 발달의 차이는 1만3천 년 전 석기시대의 각 대륙별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야생 동식물을 가축화·작물화한 지역의 민족은 일찍 농경이 발달할 수 있었던 환경적 차이 때문이었다. 농경사회는 문자, 기술, 제도, 중앙집권제 그리고 병원균(콜럼부스가 도착한 1492년 800만명이었던 히스파니올라 섬의 인디언은 1535년 0명이 되었다)과 무기로 다른 민족을 희생시켰다. 지난 500여 년간 유럽인이 자행한 정복의 역사였다. 지금도 유라시아 대륙은 경제·정치적으로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 저자는 말했다. "이런 상황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저자의 분석은 세밀했다. 독자가 마땅히 품어야 할 의문에 대한 답을 빼놓지 않았다. 그것은 주철, 나침반, 화약, 종이, 인쇄술, 항해술 등 중세까지 세계 기술을 선도했고, 비옥한 땅과 가장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 유럽에 추월당한 이유였다. 중국은 해안선이 단조롭고 넓은 땅은 장애물이 없어 통일국가 형성이 오래되었다. 반면 유럽은 높고 험한 산맥과 들쑥날쑥한 해안선과 여러 개의 반도로 인해 만성적인 분열에 시달렸다. 중국의 통일국가는 조정 결정을 변방까지 일사분란하게 적용시켰다. 이것이 역효과를 냈다. 콜럼부스는 다섯 번의 구걸(?) 끝에 배 세척을 얻어 탐험 항해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와도 같다. 동아시아의 정치적 미래는 양국이 고대에 쌓았던 유대를 성공적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특별증보면 「일본인은 어디서 왔는가」의 마지막 단락이다. 저자는 현대 일본인의 조상은 한국인이라는 학설을 지지했다. 그것은 유전자 분석결과 한국인과 야요이인의 비율이 고대 조몬인과 아이누족의 비율보다 우세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