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 인간
책이름 : HUMAN - 인간
지은이 : 최민식
펴낸곳 : 눈빛
‘카메라의 렘브란트’ 한국대표 사진가 최민식 선생(1928 ~ 2013)의 별세 소식을 듣고 미루었던 책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나의 블로그 카테고리 ∥책을 되새김질하다∥의 리뷰 600번째 글로 나름대로 의미부여하며 책을 펴들었다. 이 책은 1957년 사진에 입문한 이래 외길로 ‘인간’이라는 주제에 천착한 선생의 사진선집이었다. 213컷을 추려 엮은 특별보급판은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상(공동우물, 노점상, 우산팔이, 구두닦이, 뻥튀기, 노가다 일꾼, 짐꾼), 2부 자갈치 시장(노상 어물전, 길거리 한 끼, 어선 도색작업), 3부 빈민계급(목발소년, 앵벌이, 장님 동냥아치, 노상의 고단한 낮잠, 신문팔이), 4부 가난한 사람들의 인물사진(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
하루에 그것도 매일, 한 사리 36장짜리 필름을 15통씩 찍어댄 작가. 한 달이면 16,200장 한 해면 자그마치 5,913,000장을 찍어댄 작가.(242쪽) 선생은 평생을 가난한 사람들을 흑백사진으로 촬영했다. 방귀 뀐 놈들이 성질내는 꼴이었다. 선생은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말 못할 핍박을 당했다. 간첩으로 100여 번 신고를 당했고, 중정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선생은 작업을 놓을 수 없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다. 어려웠던 시절, 선생의 손을 쥐어 준 이는 분도출판사의 임인덕(林仁德, Sebastian Rothler) 신부였다. 살림이 쪼들려 의식주 해결도 힘들었던 그 시절 신부는 『인간』 4·5·6·7·8집을 내주었다. 독재정권의 갖은 회유와 협박에 굴하지 않고 신부는 사진가의 뒷배를 봐주었다.
나의 작품은 인간이 중심이다.
인간이 작품을 철저하게 지배한다.
인간의 현존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인간을 묘사함으로써만
나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었다.
나의 작품은 성심(誠心)에서 비롯된 위력을 지녔으며,
거기에는 예술과 삶이 만나 어우러져 있다.
선생의 사진관(寫眞觀)이다. 선집에 실린 수백 컷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사진을 들라면 나는 아래 여섯 장의 사진을 손꼽겠다. 이미지는 1957년 서울 용산역 길거리에서 잡았다. 사진은 나에게 먼저 측은지심을 일깨웠다.
Busan, 1957 : 부감법으로 잡은 달동네 전경.
Busan, 1963 : 뻥튀기 드럼통에 웅크린 채 세상모르게 잠든 아이.
Busan, 1965 : 웃통을 벗어던진 채 해머를 어깨에 멘 노가다 노동자.
Busan, 1969 : 비린내 나는 손을 등 뒤로 돌린 채 어린 딸 등에 업힌 아들에게 선
채로 젖을 물린 생선장수 아낙네.
Seoul, 1957 : 담 모퉁이 길바닥에서 허겁지겁 국수를 들이키는 계집아이.
Busan, 1985 : 외팔·외다리 신문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