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집 새끼 고양이 -33
위 이미지는 나에게 데자뷰였다. 2019. 8. 「뒷집 새끼 고양이 - 21」의 장면과 같았다. 새끼들이 태어난 지 한 달하고도 20여일이 지났었다. 노순이는 그때 네배 째 낳은 새끼들이 어느 정도 앞가림을 하자 우리집 뒤울안으로 이끌고 왔었다. 어미가 새끼의 목덜미를 무는 행동은 무리였다. 새끼들은 어미 말을 지상명령으로 여겼다. 녀석들에게 가파른 화계花階는 넘어지고 엎어지는 고난의 대장정이었을 것이다.
〈심장이 뛴다 38.5〉 촬영팀이 이틀 동안 북새통을 떨자 노순이는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보일러를 앉힌 넓은 광을 포기하고 이사를 감행했다. 저온저장고의 출입통로로 쓰이는 길쭉한 틈새 공간이었다. 허드레 물품이 어지럽게 널린 비좁은 공간에서 새끼들은 장난질에 여념이 없었다. 산책을 나설 때마다 새끼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녀석들과 눈을 맞추었다. 녀석들이 태어난 지 한 달 보름이 지났다. 아침 산책을 나서며 새끼들을 찾았다. 네 녀석이 제멋대로 바닥에 누웠다. 두 마리는 슬금슬금 뒷걸음을 치는데 두 마리는 꿈쩍도 안했다.
아! 그물이 온 몸을 휘감았다. 녀석들은 그물에서 빠져나오려고 얼마나 애를 썼을까. 나는 집으로 되돌아와 문구용 가위를 찾았다. 두 녀석의 몸을 칭칭 감은 그물 줄을 가위로 잘라냈다. 한 녀석은 나일론 줄이 목을 파고들어 붉은 피가 묻어났다. 내 손안에서 죽은 듯이 누워있던 녀석이 얼마쯤 시간이 흐르자 비칠거리는 걸음으로 어두운 구석으로 사라졌다. 산책에서 돌아오니 다행스럽게 네 녀석이 모두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물뭉치를 녀석들의 아지트에서 꺼내 밖으로 내동댕이쳤다.
노순이는 한 마리만 낳은 여섯・일곱배 째 얼룩이와 노랑이는 우리집에 데려오지 않았다. 새끼들에게 젓을 물리고, 노순이가 빨래건조대에서 새끼들과 놀고 있었다. 어머니가 부엌 샛문으로 던져 준 찐 감자와 말린 숭어찜에 맛을 들인 어미가 아예 새끼들을 데리고 원정에 오른 것인지 몰랐다. 새끼들은 밤이 되면 뒤울안 평상 밑에서 잠을 잤다. 노순이는 배가 고프면 자기 집에 가서 사료를 먹었다. 새끼들은 인기척이 나면 평상 밑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녀석들은 어미가 불러야만 어둠속에서 기어 나와 젓을 빨았다. 삼 년 전에는 하룻밤만 묵었는데 이틀을 넘기고 있었다.
“이제 새끼들 데리고 니네 집에 가”
어머니가 평상에 앉아 노순이에게 말을 건넸다. 노순이가 냐~ ~ 옹! 냐~ ~ 옹! 대꾸했다. 어미는 싫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새끼들은 이제 낯이 익었는지 스마트폰을 들이대도 놀기에 정신없었다. 어머니가 이름붙인 택호 ‘민박집’에서 그날 암놈 한 마리를 분양했다. 나머지 세 놈은 수놈이었다. 민박집은 대빈창해변의 길냥이 한 마리를 데려왔다. 혼자 자라는 새끼고양이가 외로워서 짝을 붙여 준 것이다. 배를 타러 느리 선창에 나서면 녀석을 볼 수 있겠다. 나흘 만에 고양이 가족 네 마리가 자기집으로 돌아갔다. 저녁 산책을 나가며 뒷집 저온저장고 출입통로로 다가서니 새끼 세 마리가 놀고 있었다. 어머니와 뒷집 형수가 말했다.
“살려줘서 고맙다고 우리 집에 며칠 있어나 보다.”
“새끼를 위해주는 줄 알고, 실컷 보라고 어미가 데리고 갔다 온 것”
이틀이 지났다. 이른 아침을 먹는데 부엌 샛문에서 노순이의 보채는 소리가 들렸다. 노순이가 오늘따라 꼭두새벽부터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졸랐다. 샛문을 여니, 수돗가 감나무 밑에서 새끼 세 마리가 나를 멀뚱히 쳐다보다 꽁무니를 뺐다. 새끼 고양이들은 며칠 뒤에 모두 분양될 것이라고 한다. 녀석들이 인정 많은 주인을 만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노순이는 아무래도 새끼들에게 호구지책을 일러주고 있었다.
“주인이 집을 비우면 이 집에 와서 조르면 굶지는 않는다.”
p.s 수놈 삼형제는 봉구산너머 큰말의 한 집에 분양될 것이라고 한다. 형제들끼리 오손도손 외롭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세 녀석 모두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