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대빈창 들녘의 진객珍客

대빈창 2025. 6. 16. 07:00

 

위 이미지는 열흘 전 대빈창 들녘에서 만난 진객珍客 이었다. 점심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 봉구산을 바라보며 옛길로 접어들었다. 대빈창마을 상수도 물탱크가 자리 잡은 야산을 등지고 앉은 외딴집을 지나쳤다. 자연스레 눈길은 다랑구지로 향했다. 저어새 세 마리가 사이좋게 모 포기 사이에 들어섰다.

들녘의 모내기를 마친 지 스무날 쯤 지났다. 흙냄새를 맡은 뿌리가 활착을 마치고 분얼을 시작할 시기였다. 거름기를 빨아올린 모가 검푸른 색깔을 띠었다. 저어새는 농부가 김매기를 하는 것처럼 포기 사이에 들어서 부리로 논바닥을 휘저었다.

내가 사는 주문도는 희귀생물을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생태가 살아있는 흔치 않은 섬이었다. 저어새는 전 세계적으로 5,2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 1급이었다. 한반도·중국·일본·대만 등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랑부리저어새와 함께 천연기념물 제205호로 지정하여 보호받고 있었다. 

아침부터 해가 났다 구름이 끼어 어둡다가 오락가락하더니 빗방울이 하나·둘·셋 셀 수 있을 정도로 떨어졌다. 나는 무시하고 대빈창 해변제방 바위벼랑 반환점까지 갔다 돌아왔다. 귀한 녀석들을 만나려고 고집을 부렸는지도 모르겠다. 저어새는 바닷물과 민물을 가리지 않고 주걱 같은 부리로 바닥을 휘저으며 먹이를 섭취했다. 서해의 작은 외딴섬에서 만나는 귀한 손님들은 아래와 같다.

 

노랑부리백로(천연기념물 제361호),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제362호), 도요새(큰뒷부리도요―알래스카에서 호주 태즈메이니아까지 13,500km를 비행한 기록),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 왜가리(횡성 압곡리 번식지 천연기념물 제248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후투티(희귀종 여름 철새), 맹꽁이(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무자치(포획금지 야생동물), 고라니(세계자연보전연맹IUCN지정 멸종위기종), 상괭이(멸종위기 보호동물) 등. 마지막은 시인 함민복의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비룡소, 2009)에서 「저어새」(10쪽)의 전문이다.

 

물 빠진 / 갯골에서 // 저어새가 젓가락 같은 다리로 서서 / 주걱 같은 부리로 뻘탕을 휘젓고 있다 // 어미 저어새가 그만 먹으라고 해도 / 새끼 저어새는 아직 더 먹어야 한다고 / 고개를 젓다가 깜짝, 멈춰 서서 // 턱 턱 턱, 칠게를 먹고 / 꿀꺼덕, 갯지렁이를 삼킨다 // 국물은 안 먹고 건더기만 골라 먹어도 / 혼나지 않는 저어새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