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미술로 본 한국의 에로티시즘

대빈창 2025. 6. 11. 07:00

 

책이름 : 미술로 본 한국의 에로티시즘

지은이 : 이태호

펴낸곳 : 여성신문사

 

‘학고재신서 4’ 『조선 후기 회화의 사실정신』(학고재, 1996)을 잡고, 미술사학자 이태호(李泰浩, 1952- )를 알게 되었다. 그의 글에 매혹되었고, 온라인 서적을 통해 세 권의 책을 손에 넣었다. 『우리시대 우리미술』(풀빛, 1991), 『조선미술사기행 1』(다른세상, 1999), 『미술로 본 한국의 에로티시즘』(1998) 이었다. 2000년에 개정판이 출간되었으나 품절상태였다. 풍부한 도판 200여점은 읽는이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하나 정체성을 잃은 현대의 성문화. 쾌락만을 추구하는 프리섹스 풍조와 매매춘, 소비적 향락산업 만연과 음란한 음주문화, 범람하는 성의 상품화, 성추행과 성폭력 등 우리의 성 현실은 일그러지고 뒤틀려 황폐화, 세계 제2위의 성범죄국가. 이 땅에서 오랜 세월동안 형성된 성문화와 풍속에는 공동체적인 건강성과 역사 발전에 따른 근대적 성의식의 긍정적인 면모가 표출.

둘 한국미술사에 나타난 성표현. 국보 제285호 울주 태화강 반구대 암각화, 옆모습의 인물상은 두손을 머리에 얹고 무릎을 약간 굽힌 자세로 양 가랑이 사이 남근을 발기시켜 놓은 모습. 포항 흥해 칠포리 암각화는 여성의 음부를 연상. 대전에서 출토된 〈농경문청동기〉의 가랑이 사이로 남근을 드러내놓고 따비질하는 인물상.

통일신라 안압지雁鴨池에서 출토된 실물 크기의 목제 남근. 고려 귀족 성문화는 당시 유행한 속요 「쌍화점雙花店」, 「만전춘滿殿春」을 통해 가늠, 개성 부근에서 출토된 직경 9㎝ 가량의 동경銅鏡 뒷면의 4가지 체위가 단순하고 거칠게 형상.

조선후기 진경산수화 완성자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의 18세기 중엽 수묵산수화 〈음양도陰陽圖〉.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1758-?)의 《혜원풍속도첩》은 30여점으로 꾸며진 풍속도첩. 조선후기의 춘화 가운데 가장 회화성이 뛰어나고 조선풍의 격조를 지닌 작품은 단원의 도장이 찍힌 춘화첩, 원래 40점으로 구성된 화첩으로 파첩破帖되어 10여점 가량 공개. 춘화첩의 그림마다 찍힌 김홍도 도인은 모두 후대의 것.

셋 성신앙터의 조형물. 강원 삼척 해신당海神堂의 남근목. 정읍 칠보 원백암 마을 신목神木 느티나무 아래 ‘자지바우’. 순창 팔덕의 화강석 조각 팔왕마을 ‘낭군바위’, 태촌마을 ‘미륵집’. 남원 동충동東忠洞 길가의 남근석. 삼성산三聖山 삼막사三幕寺 칠보전앞 남근석과 여근석. 김제 모악산 귀신사의 ‘개좇바위’. 월악산月岳山 덕주사德周寺의 연꽃대좌위 남근석 모양의 석물. 충북 영동 천태산 영국사寧國寺 망탑봉 3층석탑을 받치고 있는 넓적한 바위가 여근석. 보은 법주사의 남근목으로 벌였던 ‘송이놀이’.

포항 형산兄山 왕룡사王龍寺 산신각山神閣 느티나무 뿌리의 옹이구멍. 남원 주천 내천마을 암반계곡 선녀골 ‘보지바위’ 혹은 ‘성욕바위’. 겸재 정선의 북악 오른쪽 능선을 그린 〈부아암도負兒岩圖〉. 인왕산 선바위 암석군락의 ‘보지바위’. 무악毋岳의 산등성이에 2m 넘는 남근석 형태의 선돌, ‘까진바위’ 혹은 ‘뾰족바위’. 남해 가천마을 발기된 모습의 남근석과 임신한 여성의 형태 여근석. 경주 건천 오봉산 여근곡.

민간신앙의 한 형태로 자리잡은 장승長丞은 16-17세기 임진·병자 양란을 거치면서 조선후기 공동체문화의 중심으로 부상. 대전 법동 천하대장군과 남근석, 지하여장군과 여근석. 부안읍내 동문·서문의 장승(주장군, 당장군). 영암 쌍계사의 장승. 남원 실상사 장승. 주천 호기리 장승. 여천 선소船所의 당산아래 돌장승. 장흥 관산 돌벅수. 나주 불회사 당장군. 남원 운봉 돌벅수, 제주도 돌하르방.

넷 공동체 놀이문화와 성. 줄다리기에서 머리부분 도래는 남녀의 성기를 상징, 줄을 서로 밀고 당기는 과정은 성행위를 암시. 충남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 경남 창녕 영산 줄다리기, 부안·고창·영광 등 호남 서부 지역의 줄다리기와 줄감기. 전북 부안 위도蝟島의 띠뱃놀이 짚인형은 아랫도리 양 가랑이 사이에 남근을 세운 나신.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인형극 남사당패 꼭두각시놀음의 목인형 홍동지洪同知의 좇심은 구습을 타파하고 인간답게 살려는 민중의 힘을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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