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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책이름 : 암자로 가는 길지은이 : 정찬주찍은이 : 김홍희펴낸곳 : 열림원 나의 책은 출판사 《좋은날》 초판본이었다. 20여 년 묵은 책은 제본용 본드가 말라 앞뒤 쪽이 낱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책장에 빈공간이 없이 나의 독서여정은 군립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했다. 그동안 부피가 얇은 시집만 온라인서적에서 구매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시집이 아닌 책을 손에 넣었다. 『암자로 가는 길』 시리즈 세권이었다. 젊은 시절 한때, 출가를 꿈꾸었던 회한 때문이었을까.책장에 두 손으로 꼽을 만한 작가 정찬주(丁贊主, 1953- )의 암자 답사기, 불교와 연관된 고사를 풀어쓴 어른동화 그리고 산문집이 어깨를 겨누고 있다. 작가는 1983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단편 「유다학사」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자타가 공인하는..

푸른 고집

책이름 : 푸른 고집지은이 : 이재무펴낸곳 : 천년의시작 『푸른 고집』(2004)은 시인 이재무(李載武, 1958- )의 일곱 번 째 시집으로 ‘상처의 의미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읽어내려는 인생론적 경향성’의 시편들이 주조를 이루었다. 시인 천양희(千良姬, 1942- )는 추천사에서 말했다. “탁월한 인식력과 예지력의 현실을 꿰뚫고 있는 시편 ” 들이라고. 4부에 나뉘어 72편이 실렸다. 문학평론가 이경호는 “자연 속에서 현실로부터 입은 아픔은 위로받고 상처는 회복되어 시의 몸은 다시 삶의 현실로 뛰어든다”(139쪽)고 말했다. 시인은 '생태에 대한 관심을 단순히 자연에 국한시키지 않고 인간 삶의 생태'로 끌어올리려 노력했다. 표제는 「봄날의 애가」(49쪽) 2연에서 따왔다. 세상 밖으로 보송보송한 얼굴..

야만 시대의 귀환

책이름 : 야만 시대의 귀환지은이 : 박노자펴낸곳 : (주)한겨레엔 『야만 시대의 귀환』은 나에게 박노자(朴露子, 1973- )의 열세 권 째 책이었다. 책은 미국 패권의 태동부터 성장, 현재의 균열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해부했다. 귀화 한국인 박노자는 말했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위기의 시대, 한국은 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 감상적인 친미나 맹목적인 반미를 넘어, 미국 패권의 계보와 쇠락의 메커니즘을 냉철하게 통찰”해야 한다.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으로 2기를 맞은 트럼프의 관세 폭탄과 다자주의 파괴, 베네수엘라 침공과 마두로 대통령 부부 납치,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 이란 공습까지 미국의 행보는 글로벌 일극 체제의 몰락을 보여주고 있었다. 현 정세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귀결되는 ..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책이름 :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지은이 : 마커스 드 사토이옮긴디 : 박병철펴낸곳 : 반니 영국 수학자 마커스 드 사토이(Marcus du Sautoy, 1965- )는 2008년 리처드 도킨스의 뒤를 이어 ‘과학대중화사업’의 책임자인 시모니 석좌교수가 되었다.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의 부제는 ‘인간의 의식에서 우주까지, 과학지식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였다. 세계는 예측가능한가, 우주는 무한한가, 빅뱅 이전의 시간을 알 수 있는가, 물질을 이루는 궁극의 구성성분은 무엇인가, 양자세계의 한계는 무엇인가, 인간의 의식은 뇌의 어느 곳에 자리 잡고 있는가 등 현대과학의 극단지점으로 독자를 인도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과학적 지식의 한계점까지 나아가 과학자들의 의견을 알기 쉽게 정..

기러기의 부상負傷

10월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사흘 전 아침 7:40 이었다. 대빈창 해변 바위벼랑 반환점을 터치하고 아침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해변 제방길에서 마을로 꺾어드는 진입로 전망대를 스무 걸음쯤 남겨 두었을까. 기러기 한 마리가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겁이 없는 녀석이구나!기러기들은 영리했고 사람을 두려워했다. 빈 논에 새까맣게 앉아 떨어진 알곡을 주워 먹던 기러기는 차량이 지나쳐도 본채만채 했다. 하지만 인기척이 느껴지면 놈들은 영락없이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올랐다. 겁을 상실한 기러기인가. 녀석은 나와 거리가 점점 좁혀지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길가의 풀뿌리를 부리로 뜯어먹었다.나는 기러기를 지나치며 녀석이 날개를 펴지 못한 이유를 알았다. 오른 날개깃이 땅에 끌리고 있었다. 녀석은..

허균의 맛

책이름 : 허균의 맛지은이 : 김풍기펴낸곳 : 글항아리 군립도서관의 신간도서를 검색하다, 책을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그동안의 독서여정에서 감질나게 만난 책이었다. 더군다나 조선의 최고 문장가·혁명가 허균(許筠, 1569-1618)이지 않은가. 부제가 ‘『도문대작』, 조선 미식 선비의 음식 노트’였다. 나는 ‘조선판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을 떠올렸다. 음식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 음식평을 기대했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자신의 경험을 덧붙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도문대작屠門大嚼'은 푸줏간 앞을 지나면서 입맛을 쩍쩍 크게 다신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먹을 수 없는 처지이니 먹는 것을 흉내냄으로써 만족을 느껴보려는 심정의 표현이었다. 고전인문학자 김풍기(金豊起, 1961- )은 표제어..

세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책이름 : 세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지은이 : 리처드 도킨스외 30인옮긴이 : 김동광펴낸곳 : 포레스트북스 제1부 과학적 사고. 영국 진화생물학자·동물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1941- ), 의문에 대한 답은 증거. 증거는 어떤 현상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보는 것(또는 듣는 것, 느끼는 것, 냄새 맡는 것 등)을 뜻한다. 잘못된 믿음을 주는 좋지 않은 증거들은 ‘전통’, ‘권위’, ‘계시’등. 영국 동물학자 메리언 스탬프 도킨스(Marian Stamp Dawkins, 1945- ), 어떤 현상을 과학적으로 해명한다고 해서 그 현장 자체의 가치를 손상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노력은 그 가치를 높이는 것. 미국 문화인류학자 메리 캐서린 베이트슨(Mary C..

시간의 그물

책이름 : 시간의 그물지은이 : 이재무펴낸곳 : 문학동네 2주 만에 읍내에 발걸음을 하면서 군립도서관에 들렀다. 도서대여 목록에 시인 이재무(李載武, 1958- )의 묵은 시집 두 권이 올려 있었다. 『시간의 그물』·『푸른 고집』. 도서검색용 자판을 두드렸다. 찾는 시집이 3층 청소년자료실에 있었다. 2층 보관실의 또다른 시집을 사서에게 부탁했다. 내가 3층에서 갖고 내려온 시집과 사서가 들고 온 시집이 『푸른 고집』이었다. 웃음이 나왔다. 한 권을 물리고 『시간의 그물』을 다시 검색했다.내가 시집에서 가장 먼저 펼치는 쪽은 말미의 해설이나 발문이었다. 본문의 시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으려는 궁색한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겠다. 반갑게도 발문을 쓴 이가 소설가 현기영(玄基榮, 1941 - ) 선생이었다. ..

공간미식가

책이름 : 공간미식가지은이 : 박진배펴낸곳 : 효형출판 코드#1Wit(재치): 재기발랄함이 살린 숨은 공간의 매력. 산책 문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브랜드, 영국 ‘헌터Hunter' 장화. 1902년 문을 연 뉴욕의 유서깊은 호텔 알곤퀸Algonquin의 ‘라운드 테이블 룸’. 유명한 벨기에 리에주Liege의 374개 단으로 이루어진 ‘몽타뉴 드 부랑Montagne de Bueren' 계단. 스케일의 힘이 느껴지는 인디애나폴리스 시내의 신호등. 런던 최초의 엘리베이터 사보이 호텔의 '붉은 승강기The Red Lift'. 그림은 국제적인 언어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 보자르 양식Beaux-Arts의 1903년 지어진 뉴욕 트라이베카 지역의 소방서. 남부도시 재즈의 본고장 뉴올리언스New ..

병오년丙午年 상강霜降의 텃밭

위 이미지는 24절기 가운데 열여덟 번째 절기인 상강霜降에 우리집 슬라브 옥상에서 잡은 컷이었다. 상강은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에 들었고,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시기였다. 밤에 기온이 많이 떨어져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의 계절이다. 9월 들어 시작되는 추수는 상강 무렵이면 마무리가 되었다. 대빈창 들녘의 벼베기도 끝났다.텃밭이 훤하게 비었다. 김장채소 무와 배추가 한 두둑 반씩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무 두둑 옆 빈 두둑에 괭이밥이 가득했다. 잡초들은 서리가 내리면 뜨거운 물에 데쳐진 나물처럼 시들 것이다. 마당가 양옆 밭도 한쪽은 비었고 한쪽에 쪽파에 심겨졌다. 이제 월동작물 마늘과 양파를 파종하고, 김장을 담그면 병오년 텃밭농사도 마무리되었다. 내일모레 작은형이 입도入島하면 ..

텃밭을 부치다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