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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책이름 :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지은이 : 장석남펴낸곳 : 창작과비평사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 등 뒤로 털썩 / 밧줄이 날아와 나는 /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 사랑은, /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 놓고 앉았다가 / 배가 들어와 /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 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 배를 매게 되는 것 // 잔잔한 바닷물 위에 /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 떠 있는 배 //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 온종일을 떠 있다 덕적도 출신 시인 장석남(張錫南, 1965- )의 「배를 매..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책이름 :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지은이 : 염무웅펴낸곳 : 창비 창작과비평사 대표, 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한국의 대표적 지성의 한 분으로 꼽는 문학평론가 염무웅(廉武雄, 1941- ) 선생. 책장을 둘러보니 선생이 공저자로 참여한 네 권짜리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가 유일했다. 40여년전 그시절, 나는 선생의 글들은 『창작과 비평 영인본』을 통해 만났다. 책은 선생의 팔순 기념 산문집이었다.시선을 끄는 표제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는 독일의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Wolf Biermann, 1936- )이 한국의 인터뷰어에게 한 말에서 따왔다. 독일 통일 15주년을 맞아 통일정책·통일운동의 주역 18명과 가진 인터뷰 모읍집 『변화를 통한 접근』(한울 ..

연결된 위기

책이름 : 연결된 위기지은이 : 백승욱펴낸곳 : 생각의힘 사회학자 백승욱(白勝旭 , 1966- )의 앞서 잡은 『1991년 잊힌 퇴조의 출발점』이 ‘분석의 부재와 의지의 과잉’ 〈국내편〉이라면, 『연결의 위기』는 〈국제편〉이었다. 사회학자는 말했다. “‘신냉전 사고로는 지금의 세계질서 변동을 제대로 살펴볼 수 없다. 신냉전 사고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세계를 나눠 그중 한쪽에 속하면 된다는 환상을 만들어내 현재의 심각한 위기에 눈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의 대만 무력점령 위협 및 북한의 핵도발 위협과 함께 진행될 수 있는 '연결된 위기'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구도가 확립된 ‘얄타체제의 해체’로 생겨났다.”『연결된 위기』는 2부 4장으로 구성되었다. 1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반도..

슬프다 풀 끗혜 이슬

책이름 : 슬프다 풀 끗혜 이슬지은이 : 송재학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벌써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2011년 출판사 《문학동네》는 파격적인 판형의 ‘문학동네 시인선’을 선보였다. 시리즈의 ‘특별판’은 기존 시집 판형을 두 배로 키웠다. 최승호의 『아메바』, 허수경의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송재학의 『내간체를 얻다』 세 권을 무녀리로 삼아 출범했다. 그때 시인을 만났어야 했다. 시인 송재학(宋在學, 1955- )은 1986년 계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슬프다 풀 끗혜 이슬』은 등단 33년째를 맞은 열 번째 시집이었다. 시인은 그동안 ‘다의적이고 중의적인 표현, 중첩된 감각의 시어가 시인 특유의 아름다우면서도 긴장감이 팽팽한 매혹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고 평가받았다.시편은 3부에 나뉘어 5..

보통 이하의 것들

책이름 : 보통 이하의 것들지은이 : 조르주 페렉 옮긴이 : 김호영펴낸곳 : 녹색광선 남다른 실험 정신과 감수성, 독창적인 언어감각으로 20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20세기 유럽의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 내가 다섯 번째로 잡은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 1936-1982)의 책은 서로 다른 스타일의 에세이가 실린 『보통 이하의 것들』이었다. 아홉 편의 텍스트는 모두 평범한 것들을 다루는 ‘일상의 글쓰기’라는 테마를 조금씩 다른 양식으로 관통했다.1부 보통 이하의 것들. 1.무엇에 다가갈 것인가? 진짜 스캔들은 갱내 가스 폭발이 아니라, 광산에서 행해지는 노동이다. 진짜 ‘사회적인 불편함’은 파업 기간 동안의 ‘시급한 사항들’이 아니라, 견디기 힘든 하루 스물네 시간, ..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

책이름 :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지은이 : 신대철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시인 신대철(申大澈, 1945- ) 이름 석자를 보고, 나는 어떤 남성적·웅변적인 강인함을 떠올렸다. 왜 그랬을까. 아마 조각가 강대철(姜大喆, 1947- )의 ‘물결의 표현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도도한 흐름의 얼굴의 형체’를 나타낸 〈돌의 얼굴〉이 연상되었을 것이다.시인은 196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강설降雪의 아침에서 해빙解氷의 저녁까지」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77년 첫 시집 『무인도를 위하여』(문학과지성사)를 상재했다.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2000)는 무려 23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이었다.시인은 1963년 가정이 풍비박산되어 오갈 데가 없었다. 대학에 휴학계를 제출하고 충남 청양 칠갑산 합대나무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

책이름 :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지은이 : 빌 브라이슨옮긴이 : 이덕환펴낸곳 : 까치 ‘세계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 빌 브라이슨(Bill Bryson, 1951- )의 다섯권째 책이었다. 2003년 출간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잡았다. 그시절, 나의 책장에는 두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과학서가 자리 잡고 있었다. 1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수많은 이론물리학과 우주론을 포함한 과학서에 나의 손때가 묻었다. 책은 ‘21세기 최고의 대중과학서’로 꼽힌 초판본을, 20년 만에 과학적 성과를 보강한 개정판이었다.『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은 6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는 우주의 역사, 우주의 탄생 빅뱅·인플레이션 이론, 다중우주론, 45억년 전에 형성돤 태양계의 구조와 ..

수확의 계절

바야흐로 절기는 추분秋分을 지나 한로寒露로 향하고 있었다. 24절기 중 17번째 절기였다. 찰한寒, 이슬로露로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이슬이 서리로 변해가는 시기였다. 찬 이슬이 맺히면서 기온이 떨어지기 전에 섬 주민들은 가을걷이로 바쁜 나날이었다. 겨울 철새 기러기떼가 날아와 다랑구지 대빈창 들녘의 빈 논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2026년 丙午年 텃밭 營農日記를 들추었다. 5. 15. 꿀밤고구마 1단 100개를 텃밭에 이식했다. 9월의 마지막날, 작은형이 1:00 삼보6호 2항차로 주문도에 입도入島했다. 형제는 오후 2시부터 봉당에 깔방석을 깔고 땅콩까기 작업에 들어갔다. 9. 6~7일 텃밭 네두둑에 심겨진 땅콩을 뽑고 꼬투리를 따서 그물멍석에 3일간 말려 그물망에 보관했다. 16개였다. 9. 13-14 이..

텃밭을 부치다 2026.10.02

2026 제4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책이름 : 2026 제4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지은이 : 위수정·김혜진·성혜령·이민진·정이현·함윤이펴낸곳 : 다산북스 그 시절, 연초가 되면 나는 〈신춘문예당선작품집〉을 잡았고, 한 여름에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출간되기를 기다렸다. 언제부터인가 〈이상문학상 작품집〉도 신년에 나오기 시작했다. 수록되는 작품들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초창기에는 기수상작가의 작품 한편을 실었다. 원로작가를 우대하는 취지에서 ‘특별상 수상작’을 만들었지만 두 해로 단명했다. 2003년도는 전상국의 「플라나리아」, 2004년도는 문순태의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가 수상작이었다. 가장 파격적인 대상작은 2004년도 김훈의 「화장」이었다. 대상작가는 『칼의 노래』로 2001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을 뿐 중·단편 발표작이 없었다. 「..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책이름 :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지은이 : 이문재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문학동네, 2011) / 산책시편(민음사, 2007) / 마음의 오지(문학동네, 2007) / 제국호텔(문학동네, 2012) / 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 2014) / 『혼자의 넓이』(창비, 2021) /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문학과지성사, 2026) 5년 만에 출간된 7번째 시집이었다. 나는 시인 이문재(李文宰, 1959- )의 모든 시집과 유일한 산문집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호미, 2009)를 잡았다. 1982년 동인지 『시운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40여년을 생태적 상상력을 구축하고 관계의 윤리를 시로 탐색했다.『녹색평론』 발행·편집인이었던 고故 김종철(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