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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가을

책이름 : 중세의 가을지은이 : 요한 하위징아옮긴이 : 이종인펴낸곳 : 연암서가 디아스포라 지식인 故 서경식(徐京植, 1951-2023) 선생의 ‘국경과 국민주의 너머를 상상’한 에세이집 『어둠에 새기는 빛』에서 책을 다시 만났다. 776쪽 양장본의 두꺼운 부피, 대여목록에 있던 책을 자꾸 뒤로 미루었다. 책은 1919년에 처음 나왔다. 내가 잡은 책은 출판사 《연암서가》의 초판 4쇄로 2014. 4.에 출간되었다. 표지그림은 장 푸케의 〈성스테파누스와 함께 있는 에티엔 슈발리에〉 가벨데갈레리 국립박물관. 베를린이었다. 네덜란드 역사학자·미술사가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 1872-1945)는 모든 문화 현상의 기원을 ‘놀이’에 두고 인간의 존재와 행위 양식의 본질을 파헤친 기념비적 저..

대멸종에서 꿀벌은 살아남을까

열흘전이었다. 점심 산책을 나가는 길이었다. 포터 넉 대가 대빈창 마을로 들어서고 있었다. 낯익은 광경이었다. 그렇다. 작년 이맘때 쯤, 나는 똑같은 장면을 보았다. 양봉 도구가 실린 포터가 앞장서고, 적재함에 벌통이 가득 실린 포터 석대가 뒤를 따랐다. 벌통을 내려놓을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올해도 벌치는 부부가 주문도에 들어왔다. 그들은 작년, 봉구산 발치 연못골 초입 밭가에 벌통을 늘어놓았다. 벌통의 재질은 종이였다. 재래식 나무벌통보다 다루기가 손쉬울 것이다. 올해는 대빈창 해변 제방의 오른쪽 끝 바라지 앞 공터였다. 바라지는 커다란 함지박을 엎어놓은 모양새였다. 분명 예전에는 주문도에 딸린 무인도였을 것이다. 간척사업으로 제방을 쌓아 주문도와 연결되었다.이미지를 잡기 위해 바닷물이 가장 많이 ..

입국자들

책이름 : 입국자들지은이 : 하종오펴낸곳 : 산지니 부산의 지역 출판사 《산지니》가 반가웠다. 기억에 남는 책으로 부산의 원로작가 고故 이규정(李圭正, 1937-2018) 선생의 3권짜리 장편소설 『사할린』, 1930년대 사할린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1990년대 초반 후손들의 사할린 방문으로 마무리했다. 사할린 디아스포라 동포들은 해방될 때 6만 명에 가까웠다. ‘약자에 대한 사랑, 생명에 대한 옹호’ 김곰치(1970- )의 르포·산문집 『지하철을 탄 개미』가 인상 깊었다.병원 가는 길의 《작은도서관》에 들러 대여도서를 반납하고 네 권의 책을 대여했다. 시집 두 권. 환상적 리얼리즘 이탈로 칼비노의 동화적 상상력이 빚어낸 초창기 소설, ‘책과 자연을 사랑하는 라디오 PD' 정..

책을 덮고 삶을 열다

책이름 : 책을 덮고 삶을 열다지은이 : 정혜윤펴낸곳 : 녹스 ‘책과 자연을 사랑하는 라디오 PD' 정혜윤의 여섯 권째 책을 잡았다. 『책을 덮고 삶을 열다』는 책에 대한 책이었다. 작가는 말했다. “독서란 누군가의 문장을 빌려 나 역시 내 삶의 결을 완성해 나간다는 것. 나아가, 책은 내가 아닌 타인의 삶과 연결되기 위한 쉽고도 진실한 다”라고. 7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1장 계속 말을 거는 목소리 하나가 마음에 남을 수 있다.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 남쪽 야쿠시마 섬의 농부 시인 야마오 산세이(山尾 三省, 1838-2001)의 詩 「시시포스」(『나는 숲으로 물러난다』에서). 끊임없이 산꼭대기로 바위를 끌어올려야 하는 헛수고하는 형벌을 받는 신화 속의 시시포스. 다른 세상·풍경을 발견하는 시간·선물로 만..

작약과 공터

책이름 : 작약과 공터지은이 : 허연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시집․시선집 - 『불온한 검은 피』(민음사, 2014) / 『천국은 있다』(아침달, 2021) / 『나쁜 소년이 서 있다』(민음사, 2008) / 『오십 미터』(문학과지성사, 2016) /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문학과지성사, 2020) / 『작약과 공터』(문학과지성사, 2025)산문집 - 『그리고 한 문장이 남았다』(생각정거장, 2019) / 『그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생각정거장, 2018) / 시의 미소(민음사, 2016) 그동안 내가 잡은 시인 허연(許然, 1966- )의 책들이다. 시인은 그동안 ‘날카롭고 세련된 감수성과 짙은 여운을 남기는 파격적인 문체’로 평단과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여섯 번째 시집 『작약과 공터』는 제37..

죽음의 그림자

4. 16(木) 점심산책, 대빈창 해변 반환점 바위벼랑아래서 소변을 보았다. 오줌줄기에서 엷은 분홍빛이 어른거렸다. 햇살이 벼랑 엄나무 잎사귀 사이로 스며들면서 얼비친 현상으로 보았다.4. 17(金) 어머니의 2박3일 외박. 〈지혜의숲〉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면서 좌변기에 소변을 보았다. 분홍빛이 어제보다 선명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선수항 언덕집 식당에서 작은형까지 세모자가 삼겹살로 점심을 먹었다. 삼보6호 2항차 오후 1시 출항 매표. 승선하기 전에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니 여전히 분홍빛. 결단을 내렸다. 작은형은 인천집으로 향했고, 어머니를 모시고 요양원으로 되돌아갔다. 읍내 비뇨기과 1차병원. 스틱키드 소변검사 적혈구 검출. 의사는 큰병원 진료를 권했다. 신도시 대학병원 비뇨기과 월요일 외래진료..

나무 위의 남작

책이름 : 나무 위의 남작지은이 : 이탈로 칼비노옮긴이 : 이현경펴낸곳 : 민음사 15여 년만에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 1923-1985)의 소설을 잡았다. 내가 읽은 『나무 위의 남작』은 출판사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107’로 2판이었다. 표지그림은 도메니코 뇰리의 〈나무 위의 남작〉이었다. 칼비노는 ‘현대인들의 족보’로 불리는 ‘우리의 선조들’ 3부작을 발표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였다. 《작은도서관》에 비치된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을 먼저 손에 펼쳤다. 화자話者는 코지모와 네 살 터울인 동생 비아조였다.소설은 18세기말 19세기초,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 시대, 왕정복고 등과 같은 역사적 사건의 격..

이탈로 칼비노의 문학 강의

책이름 : 이탈로 칼비노의 문학 강의지은이 : 이탈로 칼비노옮긴이 : 이현경펴낸곳 : 에디토리얼 ‘사회적 건축가’ 봉하사저의 故 정기용(鄭奇鎔, 1945-2011) 선생의 『사람·건축·도시』에서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리 칼비노(Italo Calvino, 1923-1985)를 처음 만났다. 가장 많이 인용된 책이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었다. 장편소설은 줄거리도 없고, 주인공도 없었다. 서사도 없이 묘사만 있을 뿐이었다. 200여 쪽 남짓한 소설 속에는 ‘상상의 도시’들만이 등장했다.더욱 놀라웠던 것은 콜롬비아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Gabriel García Márquez, 1927-2014), 아르헨티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1899-1986)와 더..

어둠에 새기는 빛

책이름 : 어둠에 새기는 빛지은이 : 서경식옮긴이 : 한승동펴낸곳 : 연립서가 서준식의 『옥중서한 1971-1988』을 통해 디아스포라 지식인 故 서경식(徐京植, 1951-2023) 선생을 만났다. 1971년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이 조작한 〈재일교포학생 학원침투 간첩단사건〉에 서승과 서준식 형제가 휘말려들었다. 동생은 옥중의 형들을 찾아, 부모를 모시고 고국을 찾았다. 서승의 『옥중 19년』, 『서준식의 생각』을 찾아 읽었다. 형은 19년, 동생은 17년을 고국의 찬 감옥에서 영어의 몸으로 잡혀 있었다.뒤늦게 2020년, 선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잡았다. 『어둠에 새기는 빛』은 내가 읽은 선생의 스무권째 책이었다. 군립도서관에 비치된 선생의 모든 책을 잡았다. 신간서적들은 희망도서로 신청했고 대여..

소농은 혁명이다

책이름 : 소농은 혁명이다지은이 : 전희식펴낸곳 : 모시는사람들 『똥꽃』(2008) / 『삶을 일깨우는 시골살이』(2016) / 『옛 농사 이야기』(2017) / 『땅살림 시골살이』(2011) / 『마음 농사 짓기』(2019) 노동운동가 출신의 농부 전희식(1958- )의 책을 여섯 권째 잡았다. 자연과 생명, 농사와 살림을 이야기하는 『소농은 혁명이다』(2016). 『귀농통문』, 『대산농업문화』, 『녹색평론』, 『모심과 살림』 등 정기간행물과 〈한국농어민신문〉, 〈프레시안〉, 〈경남도민일보〉 등 신문에 실린 글들을 모았다. 표제는 『녹색평론』에 실린 글에서 따왔고, 가장 긴 분량(48쪽)의 「환경위기와 에너지 자급 농사」는 ‘석유에 중독된 현대인의 삶’에 대한 『작은책』 강연 초록이었다. 농부는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