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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왜곡의 역사

책이름 : 예수 왜곡의 역사지은이 : 바트 어만옮긴이 : 강주헌펴낸곳 : 청림출판 미국 근본주의 신학의 영향을 받은, 아니 청출어람의 이 땅에서 태어나 자란 나에게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을 비판하는 미국의 성서학자·초기 그리스도교 역사학자 바트 어만(Bart. D. Ehrman, 1955 - )의 책들은 폭염 속 소나기를 선사했다. 나는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갈라파고스, 2015)를 2017년에 처음 만났다. 그리고 출판사 〈갈라파고스〉에서 출간된 『고통, 인간의 문제인가 신의 문제인가』, 『기독교는 어떻게 역사의 승자가 되었나』, 『두렵고 황홀한 역사』를 2021년에 연이어 잡았다.틈나는 대로 온라인 서적에 들어가 그를 검색했다. 오랜만에 신간 『신약성경』이 〈도서출판 서커스〉에서 나왔다. 『예수..

풍경의 발견

책이름 : 풍경의 발견지은이 : 강영조펴낸곳 : 효형출판 조경학자 강영조姜榮祚의 『풍경의 발견』은 명풍경 31곳을 찾아 우리 산하의 풍경을 아름다움의 근원이나 조망의 방법, 의미의 관점에서 해설했다. 풍경을 체험하는 조건에 따라 조망의 즐거움, 풍경의 표정, 사람의 풍경, 풍경의 노래, 풍경의 탄생 다섯 장으로 나누었다. 각 장의 주제를 글머리에 해설하여 독자의 풍경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배려가 새삼스럽다.1. ‘이 대지 속에 산다는 것’―자기 몸을 움직이면서 외부를 볼 수 있는, 즉 조망과 은신의 양의적인 장소가 좋은 조망점. 덕유산 향적봉―하늘과 지평선이 이윽고 분간조차 안 되는 끝이 없이 먼 곳까지 산능선이 겹쳐지는. 소양호 빙원―이 지면이 허물어지면 죽음에 이를 것이라는 위태로움은 도리어 불변의 ..

나의 인생 나의 학문

책이름 : 나의 인생 나의 학문지은이 : 김원룡펴낸곳 : 학고재 도서출판 학고재學古齋는 ‘산문선’의 간행 취지를 “옛 것을 배워 우리 시대의 고전을 창출”한다고 했다. 첫 책을 한국 고고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삼불三佛 김원용金元龍(1922-1993) 선생의 글로 삼은 것은 안성맞춤이었다. 제자 안휘준은 서문에서 선생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선생은 책상 앞 벽면에 직접 그린 문인화와 편지봉투를 스카치테이프로 붙여놓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봉투에는 유서가 들어있었다. 책은 4장에 나뉘어 52편의 글을 실었다.1장 노학생의 향수. ‘가난한 서생 김원용이 고생해서 구한 책이니, 읽는 자는 때를 묻히지 마시고, 빌리는 자는 닷새를 넘기지 마시오(貧書生元龍 苦心購得之書 用之須淸淨 借覽勿過五日)’. 학자, 정객, 관리..

책이름 : 뿔지은이 : 신경림펴낸곳 : 창작과비평사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조무래기들뿐 「農舞」의 도입부다. 나에게 시인 신경림(申庚林, 1935-2024) 선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였다. 첫 시집은 1974년 제1회 만해문학상 수상작이었다. 시인의 수상소감은 “혼자만이 아는 관념의 유희, 그 말장난으로 이루어진 시에 대한 반발로 더욱 대중의 언어로 대중의 생각을 끄는 것이 내가 주로 생각하고 있는 시”라고 밝혔다.시집은 한국 시단과 독서계에 일..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책이름 :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지은이 : 정지아펴낸곳 : 마이디어북스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는 작가 정지아(鄭智我, 1965- )의 에세이였다. 애주가로 소문난 소설가는 『빨치산의 딸』을 내놓은 지 30년을 훌쩍 넘겨 첫 산문집을 냈다. 술과 사람에 관한 재미있고 코끝이 찡한 34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술꾼은 말했다. “모든 존재가 서글펐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슬픔을 애도하며 나는 한 방울의 눈물을 찔끔 떨궜다. 위스키든 소주든 천천히 오래오래 가만히 마시면 누구나 느끼게 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연민을.”1부, 스물여섯 살 나이로 잠수를 탈 때 영하 20도가 넘는 지리산 뱀사골 산장에서 최초의 위스키 패스포드를 몰래 마시는데, 잠든 줄 알았던 여섯 명의 등산객에게 들..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책이름 :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지은이 : 김선현펴낸곳 : 한길사 자신에 대한 성찰,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고백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54)의 〈벨벳 드레스를 입은 자화상〉 1926. 외로움과 소외로 고통 받는 천재 에곤 실레(Egon Schiele, 1890-1918)의 〈줄무늬 셔츠를 입은 자화상〉 1910. 삶에 대한 환멸과 자기 내면의 세계 페르낭 크노프(Fernand Khnopff, 1858-1921)의 〈누가 나를 구원할 것인가?〉 1891. 과감한 색의 부조화, 강렬한 야수성의 거친 색조와 투박한 형상 카를 슈미트로틀루프(Karl Schmidt-Rottluff, 1884- 1976)의 〈모자를 쓴 자화상〉 1919.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진정한 자유인의 삶 키키 드 ..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책이름 :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지은이 : 정희진펴낸곳 : 교양인 여성학연구자ㆍ서평가 정희진(鄭喜鎭, 1967- )은 지금까지 11권의 단독 저서를 냈다. 첫 책 『페미니즘의 도전』(2005)은 페미니즘 입문서이자 교과서로 불렸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흘러서야 나는 책을 만났다. 그후 저자의 책이 출간될 때마다 온라인서적을 통해 구입하거나 군립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다.『페미니즘의 도전』은 사회 정의로서 여성주의를 소개했다. 18년 만에 나온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은 한국 사회 일상을 뒤덮은 성정치학의 문제들을 재구성해 페미니즘이 나가야 할 길을 물었다. 책은 4장에 나뉘어 29편의 글을 담았다. 부록 「죽어야 사는 여성들의 인권: 한국 기지촌 여성 운동사 1986~1998」은 저자가 25년 ..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

책이름 :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지은이 : 최종천펴낸곳 : 창비 삼풍백화점이 주저앉았을 때 / 어떤 사람 하나는 / 종이를 먹으며 배고픔을 견디었다고 했다 / 만에 하나 그가 / 예술에 매혹되어 있었다면 / 그리고 그에게 한권의 시집이 있었다면 / 그는 죽었을 것이다 / 그는 끝까지 시집 종이를 먹지 않았을 것이다 / 시의 의미를 되새김질하면서 / 서서히 미라가 되었을 것이다 / 그 자신 하나의 상징물이 되었을 것이다 「상징은 배고프다」(45쪽)의 전문이다. 그렇다. 이 詩였다. 아니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나는 이 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가 실린 시집은 온라인 서적에서 품절이었다. 그 시절, 나는 현장노동자가 펴낸 시집들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할 수 없이 신간시집을 손에 넣었다. 『고양이의 마술』..

또 한 권의 벽돌

책이름 : 또 한 권의 벽돌지은이 : 서현펴낸곳 : 효형출판 요즘 나의 독서여정에서 즐겨 나타나는 이가 건축가 서현(徐顯, 1963- ) 이었다. 군립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할 때마다 그의 책 한 권이 포함되었다. 서문 「가가린, 알바 알토 그리고 나의 독서」에서 말했다. “독서는 마음의 산책”이라고. 건축가는 “건축을 이루는 공간조직은 사회조직의 물리적 구현”이라는 생각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으로 여행과 독서를 꼽았다.  종교는 과학과 양립할 수 없으며 종교, 특히 기독교가 얼마나 비이성적 방식으로 존재의 가치를 실현해왔는가를,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한국의 가장 큰 암초는 탈법과 불공정 거래,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 삶과 죽음 그리고 거기 엮여 짓누르는 무게와 허무한 가벼..

전쟁 이후의 세계

책이름 : 전쟁 이후의 세계지은이 : 박노자펴낸곳 : 한겨레출판 『당신이 몰랐던 K』가 나온 지 3년 만에 박노자(朴露子/블라디미르 티호노프, 1973- )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나는 부리나케 군립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했다. 2022. 2. 24.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3년이 다 되었다.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구를 점령, 아르메니아계 인종청소를 강행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정면충돌했다.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터졌고, 수단은 내전 중이다. 2023년은 ‘전쟁의 해’였다. 20세기 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터졌다. 21세기는 또다른 전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전쟁 이후의 세계』는 1부 12편은 혁명국가였던 소련(러시아)이 일으킨 침략전쟁, 2부 12편은 러시아ㆍ우크라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