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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속죄의 저편

책이름 : 죄와 속죄의 저편지은이 : 장 아메리옮긴이 : 안미현펴낸곳 : 필로소픽 생지옥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환한, 이탈리아 화학자 프리모 레비(Primo Levi, 1919-1987)의 『이것이 인간인가』(돌베개, 2007), 오스트리아 신경학자 빅터 프랭클 (Viktor Frankl, 1905-1997)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청아출판사,2005), 오스트리아 작가 장 아메리(Jean Amery, 1912-1978)의 『죄와 속죄의 저편』(길, 2012)을 나는 '아우슈비츠 3대 문학 작품'으로 꼽겠다. 이제 세 작품을 모두 읽었다.내가 잡은 책은 10년 만에 나온 개정판 『죄와 속죄의 저편』이었다. 프리모 레비와 빅터 프랭클의 수기는 인간성을 박탈당한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의미와 가능성을 모색..

숲을 읽는 사람

책이름 : 숲을 읽는 사람지은이 : 허태임펴낸곳 : 마음산책 식물분류학자는 자신을 ‘초록草綠 노동자’로 규정했다. 한 권의 책을 접했지만 젊은 학자의 글에 매료되었다. 벌써부터 다음 책이 기다려졌다. 나는 그녀의 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지구라는 별에서 자신의 서식지를 지키는 일에 가장 서툰 생물은 아마도 인간일 것”(223쪽)2023년 늦가을에 포스팅한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의 마지막 단락이다. 『숲을 읽는 사람』은 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허태임(許泰任, 1986- )의 두 번째 책이었다. 군립도서관 신간도서 목록에서 벽력같이 눈에 띄었다. 책의 헌사獻詞는 “길이 없는 곳에 사는 식물들을 찾아가기 위해 길을 만드는게 나의 일이니까”였다. 3부에 나뉘어 25편의 글을 담았다.1부 그 캄..

시와 물질

책이름 : 시와 물질지은이 : 나희덕펴낸곳 : 문학동네 『시와 물질』은 시인 나희덕(羅喜德, 1966- )의 열 번째 시집이었다. 시인은 소외되고 침묵을 강요받는 존재들의 맨 얼굴과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인간이 점차 잃어가고 있는 생명과 연대 감각의 회복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끌어안았다. 1부 ‘밤과 풀’ 12편, 2부 ‘파편들’ 13편, 3부 ‘피와 석유’ 13편, 4부 ‘산호와 버섯’ 13편에 나뉘어 모두 52편이 수록되었다.많은 시편들이 생물학·생태학·사회학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의 저서를 참조했다. 가비노 김의 『동시대 미술의 파스카』(2021), 버니 크라우스의 『자연의 노래를 들어라』(2013), 슈테판 클라인의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2014), 리베카 솔닛의 『오월의 장미』..

액체 현대

책이름 : 액체 현대지은이 : 지그문트 바우만옮긴이 : 이일수펴낸곳 : 필로소픽 『왜 우리는 계속 가난한가?』,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폴란드계 유대인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1925-2017)의 책을 네권째 잡았다. 『액체 현대』는 세계적 지성의 대표작이었다. 2000년 첫 출간된 『Liquid Modernity』는 국내에서 『액체 근대』(강, 2009)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2012년 개정판을 펴내면서 『액체 현대』로 표제를 바꾸었다.바우만은 자유를 얻음과 동시에 질서와 규범이 사라진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불안과 불확실성에 사로잡혔다고 지적했다. 정해진 형태를 유지하는 고체와 달리 끊임없이 변화하는 성질을 가진 액체에 빗..

남쪽으로 튀어!

책이름 : 남쪽으로 튀어! 1·2지은이 : 오쿠다 히데오옮긴이 : 양윤옥펴낸곳 : 은행나무 도쿄 나가노의 낡아빠진 목조 이층 건물 단독주택을 전세로 살고 있는 우에하라家. 아버지 이치로는 185센티미터의 거구로 힘이 장사였다. 왕년의 혁공동(革共同, 아시아 혁명 공산주의자 동맹)의 행동대장이었다. 미일 안전보장 조약 개정 반대 ‘안보 파기 투쟁’이후 학생운동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하는 일 없이 집에서 빈둥거리는 자칭 작가였다. 하지만 활자화된 글은 없었다. 현관 신발장 앞에는 체 게바라의 사진이 붙어있고, 걸핏하면 집앞에 형사들이 진을 쳤다. 수학여행 건으로 항의하러 학교에 간 아버지가 달려드는 경찰관들에게 소리를 질러댔다.“국가의 개들, 거기서 세 번 빙빙 돌고 왕왕 짖어봐라!”(112쪽)운동권의..

자본주의와 생태주의 강의

책이름 : 자본주의와 생태주의 강의지은이 : 강수돌펴낸곳 : 북튜브 생태경제학자 강수돌(姜守乭, 1961- )의 『자본주의와 생태주의 강의』의 부제는 ‘강수돌 교수의 기후위기 특강’이었다. 5개의 강의와 보론으로 구성되었다. 책은 자본주의의 작동원리, 자본주의의 철학적 배경과 역사적인 전개과정을 추적했다. 인간중심주의가 자기 소외를 낳았고 전지구적 생태계를 망가뜨리게 되었는지를 풍부한 예시로 설명했다. 경제학자는 말했다. “기후위기는 자본주의 경제구조와 자본주의적 생활방식이 총체적으로 결합한 결과”라고.자본주의와 생태주의 개념과 철학을 정리 1강. 자본주의란, 자본의 관점에서는 ‘돈 놓고 더 큰 돈을 먹는 사회’라 할 수 있고, 사람 또는 노동의 관점에서는 ‘노동력을 팔고 또 노동력을 다시 만드는 사회’..

우리 문화 이웃 문화

책이름 : 우리 문화 이웃 문화지은이 : 신영훈찍은이 : 김대벽펴낸곳 : 문학수첩 초판 1쇄 1997. 5. 오래묵은 책이다.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글쓴이 목수木壽 신영훈(申榮勳, 1935-2020), 찍은이 백안伯顔 김대벽(金大壁, 1929-2006) 두분 모두 돌아가셨다. 부제는 ‘우리것의 소중함을 찾는 문화기행’으로, 350여 점의 도판이 독자의 눈을 맑게 했다.1 집家. 중국 후한 도옥陶屋, 돼지우리 위에 집이 들어선 모습을 형상화한 집家. 치명적인 독사毒蛇의 피해를 막기 위해 넓은 돼지우리 안에 자리 잡은 마루깐 오두막집. 쌀농사가 보편적인 중국 하북 지방의 사다리 걸친 토담집의 측간 아래 돼지우리. 동지나해 유구(琉捄, 현 오끼나와)의 뒷간과 함께 만들어진 돼지우리. 2 한국의 대청. 한..

내가 사랑한 거짓말

책이름 : 내가 사랑한 거짓말지은이 : 장석남펴낸곳 : 창비 ‘90년대를 대표하는 서정시인’. 약관의 나이로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맨발로 걷기」가 당선되어 등단한 인천 앞바다 덕적도 출신의 시인 장석남(張錫南, 1965 - ). 시인친구 함민복(咸敏復, 1962- )이 자주 입에 올렸던 시인. 막상 손에 펼친 책이 없었다. 산문집, 그것도 개정판 『물의 정거장』(난다, 2015)이 유일했다. 군립도서관의 신간 시집을 대여했다.‘탁월한 언어 감각과 섬세한 감수성으로 서정시의 지평을 넓혀 온 시인’. 2025년 ‘창비시선’ 첫 번째 시집은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이었다.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창비, 2017) 이후 8년 만에 펴낸 시집이었다. 시집은 자야子夜 여사가 출연한 기금으로 1997..

건축이란 무엇인가

책이름 : 건축이란 무엇인가지은이 : 승효상외펴낸곳 : 열화당 초판 2005년, 오래 묵은 책이다.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부제가 ‘우리 시대 건축가 열한 명의 성찰과 사유’ 이었다. 『건축이란 무엇인가』는 파주 출판단지와 헤이리 예술마을에 참여한 건축가 열한명의 치열한 경험과 사유를 담았다. 이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에 건축이 미친 영향에 대해서 성찰하고 반성했다.대표저자 승효상은 서문 「귀하고 귀한 울림」에서 말했다. “담론을 형성하지 못하는 건축가, 이들을 신뢰하지 않는 클라이먼트, 우리 사회의 건축을 만드는 두 주체가 이렇다면 건축은 문화로 존재할 수 없다.” 내가 활자로 만난 건축가는 승효상, 정기용, 이일훈 세 명이었다. 표지사진은 민현식 〈인포룸(현 문학수첩 사옥)〉 파주출판도시, ..

강화꽃동네노인요양원 - 5

어머니가 요양원에 입소한 지 육개월 열흘 만에 집에 오셨다. 나는 6. 2 ~ 6. 4. 2박3일간 어머니의 외박을 신청했다. 첫날, 아침 8:25 주문도 살곶이항 삼보6호 1항차에 승선했다. 10:00 강화꽃동네노인요양원에 도착했다. 요양보호팀장께서 물품을 건넸다. 몇 벌의 옷과 기저귀, 복용약 4일치(풍랑·안개 결항 대비) 손전화와 충전기였다. 섬으로 이사 오기 전에 살았던 김포 한들고개로 향했다. 성당 동료면서 이웃사촌이었던 친구 어머니 댁에 도착했다. 한 달 여의 병원생활로 수척해진 이모를 들녘 건너 마을에서 모시고 오고 모셔다 드렸다.18년 만의 상봉이었다. 어머니들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애틋하고 짠했다. 이모가 말했다. “죽기 전에 언니를 보게 해줘서 고맙다.” 친구 어머니가 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