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한 지 2주가 지났다. 실밥을 뽑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보름 전이었다. 뒷집 형수가 파김치를 담겠다고 마당가의 월동 쪽파를 함지박에 뽑아 놓았다.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가 쪽파를 다듬으려 하시기에 나는 마루에 비닐과 신문지를 깔고 의자를 준비했다. 어머니가 쪽파를 다듬으며 나오는 껍질과 뿌리 잔챙이를 그러모아 마당건너 산자락에 쏟아버리고 방으로 들어왔다.온돌방 앉은뱅이책상 노트북에 앉았다. 하루에도 예닐곱 번씩 반복되는 동작이었다. 왼발이 장판에 미끄러지며 무릎이 접질렸다.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20여 년 전 공을 차다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은 무릎이었다. 무릎이 곧게 펴지지 않았다. 마루에 나갈 수조차 없었다. 작은형한테 전화를 했다. 내일 아침배로 섬에 들어오시라고. 통증에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