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들이 깨어져 모래알이 되고조개들은 그 빛의 알갱이로 집을 지어파도에 마음을 실어 보냈다가다시 불러들이던 섬 밥 묵어라 어둠이 석양 옷자락 뒤에 숨어죄송하게 찾아오는 시간,슬쩍 따라온 별이가장 넓은 밤하늘을 배불리 빛내던 달빛 계곡 꿈을 꾸면쪽배가 저보다 큰 텔레비전을 싣고울 아버지, 하얗게 빛나는 이빨 앞장세워 돌아오듯이제 다친 길을 어루만지며 그만 돌아와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 여린 삐비꽃을 씹으며애들 소리 사라진 언덕에 앉으면 석양은머리가 하얀 사람들 애벌레처럼 담긴 마당에관절염의 다리를 쉬다 가고빚으로 산 황소가 무릎을 꺾으며경운기 녹슬고 있는 묵전을 쳐다보는 곳그대가 파도 소리에 안겨 젖을 빨던그 작은 섬으로 p.s 전남 완도 출생 시인 김일영의 등단작 「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 전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