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408

길상작은도서관

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다. 뭍에서 섬에 들어오려면 당연히 다리를 건너야한다. 두 대교가 놓였다. 북부권역의 중심지 강화읍으로 들어오는 강화대교, 남부권역의 중심지 길상면과 통하는 초지대교이다. 나의 삶터 주문도에서 뭍에 나오는 포구는 화도면 선수항으로 남부권역이다. 서울과 인천, 고양과 김포로 향하려면 초지대교를 건너 김포시 대곶에서 김포―인천간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나의 일상에서 강화대교를 건너는 일은 아주 드물었다. 대부분 강화읍에서 도서관, 병원, 마트, 은행…… 일을 보고 섬으로 돌아왔다.강화군공공도서관은 강화읍에 《강화도서관》, 선원면에 《지혜의숲》, 내가면에 《내가도서관》, 그리고 《작은도서관》이 길상·교동·하점·화도면 네 곳에 있다. 강화도의 중심을 횡단하는 중앙로를 기준으..

일미식당의 생선구이

강화대교를 이용하는 북부권역의 중심지는 강화읍이었다. 초지대교를 건너는 길상면은 예나 지금이나 강화도 남부권역의 중심지였다. 강화읍에 인접한 선원면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상대적으로 길상면 온수리의 구시가지는 쇠약해져갔다. 그만큼 상권이 시들해질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작은형과 점심을 같이 했다. 삼사년 전 어머니가 천식으로 대학병원에서 퇴원하실 때 세모자가 섬으로 들어가는 포구부근 식당에서 순두부찌개로 늦은 점심을 때웠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김을 큰 박스 택배로 작은형 앞으로 주문했다. 섬은 택배운송비가 너무 비쌌다. 작은형과 〈길상작은도서관〉이 자리 잡은 공용주차장에서 만났다. 형제는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도서관에서 온수리 삼거리 방향으로 20m쯤 걸으면 인도에 접한 식당이 나..

건평돈대에서 바다를 보다.

나의 돈대를 향한 한여름 여정은 서너 번 헛걸음만 반복했다. 내비가 가리키는 목적지는 해안도로에 잇댄 깎아지른 바위절벽을 덮은 우거진 칡넝쿨 뿐이었다. 진입로는 찾을 수 없었고 낙석방지용 키 높은 철책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낙엽 지는 계절의 나목이 드러나길 기다렸다. 건평乾坪돈대墩臺를 검색했다. 돈대를 찾아가는 길을 포스팅한 블로그를 만났다. 어이없게 돈대가는 길은 내가 읍내 일을 보고 섬으로 돌아가는 포구로 향하는 지름길에서 시작되었다. 이정표도 입간판도 없었다. 건평항 삼거리의 양지 방면으로 들어서면 바로 좌측에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나타났다. 구불구불 마을길을 1㎞ 남짓 서행했을까. 키작은 나무 이정표가 보였다. 산으로 오르는 초입에 바위가 길을 막았다. 차를 버리고 산길을 탔다. 인적 없..

계룡돈대에서 바다를 보다.

스무날 전 읍내 일을 마치고 화도 선수항 배터로 차를 몰았다. 2항차 오후 1시에 출항하는 삼보6호에 승선할 생각이었다. 시간은 넉넉했다. 영재 이건창 묘소에 들를까. 장곶돈대 언덕배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시집을 펼칠까. 그렇다. 계룡鷄龍돈대墩臺가 있었다. 나는 외포항을 향해 급하게 핸들을 꺾었다. 외포항에서 고개를 올라 삼암돈대와 석모대교로터리를 지나 고개를 내려서면 황청포구였다. 포구를 지나면 드넓은 망월 벌판이 펼쳐졌다. 강화나들길 16코스 〈서해황금들녘길〉 구간이었다.시골마을 고샅을 빠져나가자 황금들녘에 벼베기가 한창이었다. 일찍 벼를 벤 필지마다 ‘볏짚 원형 곤초 사일리지’가 거대한 공룡알처럼 나뒹굴고 있었다. 인천광역시기념물 제22호 계룡돈대는 광활한 벌판 끝자락 바닷가의 낮은 구릉에 자리 ..

온실 찾은 야생초

절기는 바야흐로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에서 김장을 담그는 입동立冬으로 향하고 있었다. 2024년(갑진년甲辰年)은 유사 이래 가장 더웠다는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늦봄부터 더위가 극성을 부리더니 열대야는 추석까지 이어졌다. 도시 사람들은 한가위에 무더위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하지만 등거죽을 벗길 듯한 폭염도, 어느 하루 온종일 비가 내리더니 거짓말처럼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이제 정말 한반도에서 가을이 사라진 것일까. 위 이미지는 봉구산 정상의 주문도공용기지국으로 올라가는 전봇대에 부착된 계량기였다. 환삼덩굴 한줄기가 계량기 틈새로 숨어들었다. 식물도 호흡한다는 것을 플라스틱 투명 창에 서린 물방울이 증명하고 있었다. 환삼덩굴은 나의 블로그 〈daebinchang〉에 포스팅된 「선창에 토끼가 나타났..

망양돈대에서 바다를 보다.

강화도에서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 중의 하나가 젓갈시장이 자리 잡은 내가면 외포항外浦港이다. 석모대교가 놓이기 전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 보문사를 가려면 외포항에서 카페리호를 타야했다. 이날이태까지 나의 발길이 무수히 닿은 곳으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의 돈대를 등한시했었다. 외포항은 강화도에서 횟집과 모텔들이 밀집한 포구였다. 돈대를 가려면 바다를 가로막아선 횟집들 골목을 이리저리 뚫고 가야했다.바다를 향해 돌출한 절벽에 가까운 급경사에 등을 기대고 〈삼별초군호국항몽유허비三別抄軍護國抗爭遺墟碑〉가 서있다. 삼별초가 고려왕조의 몽고 화친을 반대하고 진도로 떠난 곳이 외포항이었다. 잘 알다시피 삼별초 항쟁은 진도와 제주도로 이어졌다. 진돗개와 제주도 돌하르방 모형이 유허비를 지키고 있었다. 유허비를 뒤로..

내가도서관

인천광역시 강화군 내가면內可面 고천2리 면소재지의 〈내가도서관〉가는 길은 두 가지로 모두 고비고개를 타는 길이었다. 내가면 외포항에서 고개를 오르면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 제8호 〈곶창굿당〉과 드라마 ‘백년의유산’ 촬영지로, 강화돈대를 모티프로 새롭게 건축ㆍ구성한 〈LOY 카페〉를 지나 고개를 내려서면 면소재지다.반대편 길은 강화읍에서 서문과 국화저수지를 지나 구절양장의 험한 고비고개를 넘으면, 강화도에서 가장 큰 고려저수지의 호안을 따라 내가면소재지로 들어서는 길이다. 두 길 모두 사행蛇行으로 눈은 풍광을 쫓지만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길이다. 면사무소, 보건지소, 도서관이 한 구역에 몰려 있다.강화군의 행정구역은 1읍12개면으로 구성되었다. 공공도서관은 강화읍에 《강화도서관》, 선원면에 《지혜의숲》, 내..

어머니 투병기

병원 본관 앞 도로건너 약국거리에서 잡은 D병원의 정면모습이다. 어머니가 몸이 편찮으실 때마다 입원했던 대학병원은 먼저 세상을 떠난 누이가 엄마를 위해 일러준 유산이었다. 어머니가 첫 수술을 받으신지 어느덧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그 해 봄, 나는 같은 도시의 다른 병원에서 피부이식수술을 받았다. 주문도저수지 고갯길에서 자전거와 나뒹군 사고였다. 이름난 피부전문의를 찾아간 곳이 D병원이었고 통원치료를 했다.2015년 초여름, 누워계신 어머니가 자주 눈에 띄었다. 당신은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셨다. 아픈 몸을 막내가 걱정할까봐 숨겨 오신 거였다. 나는 인천지역의 대학병원에 예약을 했다. 그때 누이가 의견을 내었다. 섬에서 교통편이 좋은 서울외곽 지역의 대학병원이었다. 피부치료를 받으..

2024년 갑진년甲辰年 한가위

이미지는 2024년 갑진년甲辰年 한가위 전날 저녁 8시경 우리집 슬라브 옥상에서 잡은 동녘 하늘이다. 검은 실루엣의 능선 위로 두텁게 흰 띠를 드리운 것처럼 구름이 덮었다. 보름달 오른편 아래 길쭉한 구조물은 봉구산 정상 주문도 공용기지국의 안테나가 매달린 철탑이다. 왼편 아래 환한 불빛은 섬에서 흔하지 않은 2층 건물 서도면사무소와 주민자치센터 보안등이었다.추석 연휴 내내 일기예보의 날씨가 흐렸다. 추석연휴 이틀째 저녁 산책에서 돌아와 옥상에 올랐으나 달은 구름 속으로 숨어버렸다. 달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한가위 전날 다행스럽게 때맞추어 둥근달이 구름띠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의 사형제중 두 분이 저 세상으로 떠나셨다. 주문도 살꾸지항 저녁배로 작은형네 세 식구가 섬을 찾았다. 설날과 추석 명..

무임승차無賃乘車

어디서 또 소를 잃어버렸을까. 안전사고 예방조치가 강화되었다. 그동안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한 시간이 채 못 미치는 객선 운항내내 차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배 직원들이 차량마다 철저하게 점검하며 승선객들을 2층 객실로  올려 보냈다. 객실은 냉방기의 찬바람으로 얼어있었다. 구석자리를 찾아 몸을 뉘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몸이 먼저 알았다. 일어서면서 객실창을 내다보니 저 멀리 화도 선수항이 보였다. 그때 램프 끝머리의 괭이갈매기 두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여객선 램프는 육상과 연결되는 부분으로 승하차시 발이 끼거나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요했다. 나는 그동안 턱주가리로 명명했었다. 녀석들이 오늘의 삼보6호 무임승차無賃乘車 주인공이었다. 괭이갈매기는 이름그대로 고양이 울음소리를 냈다. 모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