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새해농업인실용교육

대빈창 2025. 3. 4. 07:00

 

강화군은 1읍12개면으로 구성되었다. 교동대교가 2014년도, 석모대교는 2017년도에 완공되었다. 강화도의 행정구역에서 부속도서로 섬다운 섬은 서도면西島面이 유일했다. 강화도의 서쪽에 위치한데서 이름을 얻었다. 서도 군도群島는 사람 사는 섬으로 면소재지 주문도, 가장 넓은 면적의 볼음도 그리고 아차도, 말도 네 개 섬과 무인도 9개 섬으로 이루어졌다.

주민들의 특별요청으로 5년여 만에 섬마을에서 〈2025 서도면 새해농업인실용교육〉이 열렸다. 이미지는 지난달 20일 볼음1리 마을회관의 교육 장면이다. 흔히 농민들은 예전처럼 ‘새해영농설계교육’이라고 불렀다. 2020년 코로나19가 무섭게 번지면서 새해영농교육은 중단되었다. 더군다나 이 땅의 농업정책은 농민말살정책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흔이 넘은 노인네들이 어쩔 수없이 고향을 지키며 농사를 짓는 것이 현실이었다.

한국의 식량자급율은 20퍼센트를 간신히 넘겼다. 농업인구는 4.5퍼센트에 불과했다. 쭈그러든 농업현실을 따라 농민교육 과정도 축소되었다. 예전에는 새해가 시작되면 13개읍면을 돌며 새해영농설계교육을 열었다. 언제인가부터 면단위 교육이 사라졌고 일괄적으로 농업기술센터에서 작목별 새해농업인실용교육을 가졌다. 섬주민들은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되었다. 이른 새벽밥을 먹고, 첫배를 타고나가 고작 네댓시간 교육받고 막배를 타고 섬에 돌아오는 성심을 발휘할 주민은 없었다.

 석모도 하리항에서 출항한 행정선 ‘단군 아라호’로 강사진이 섬에 들어왔다. 볼음도에 5명, 주문도에 5명으로 벼농사와 고추 교육을 가졌다. 교육장소는 볼음도는 볼음1리 마을회관, 주문도는 주문1리 노인회관이었다. 정오가 한참 지나 교육이 끝났고, 농민들은 점심을 드셨다. 주문도는 부녀회원들이 애쓴 잔치국수를, 볼음도는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극자본주의 미국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속물적인 나라가 되었다. 이 땅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을 끊임없이 학대하고 있었다. 지구가열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식량의 안정적 생산에 빨간불이 켜졌다. 농업말살정책으로 일관했던 위정자들은 한치 앞을 보지 못한 청맹과니였다. 돈벌레들에게 무시당하며 묵묵히 땅을 일구던 나이 드신 농민들이 돌아가시면 누가 있어 고달픈 농사를 지을까. 전지구적 기상변화로 식량수출 국가에 흉년이 들면 우리들은 자동차와 선박, 스마트폰과 반도체를 씹어 먹으며 살것인가. 식량자급율 20퍼센트, 다섯 사람 가운데 단 한 명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진정 '농업천하지대본'이 돌아올 수 있을까. 섬에 삶터를 꾸린지 20여년이 다되었다. 강사진은 오후 두시가 다 되어서 행정선으로 섬을 떠났다. 그들의 얼굴이 앳되어보였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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