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눈이 잦습니다. 제가 살아가는 서해의 작은 외딴 섬 주문도는 눈이 귀한 섬입니다. 입춘 추위가 시작된 지 5일 지났지만 매서운 동장군은 여전합니다. 삼한사온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넉가래와 빗질로 마당에 쌓인 눈을 치웠습니다. 텃밭 계단을 내려서면 창고 한 칸, 우리집 지킴이 느리의 집앞 눈도 쓸어냈습니다.
늦은 아침 산책에 나섰습니다. 주문도에 블리자드blizzard가 닥쳤습니다. 눈을 뜰 수 없었습니다. 몹시 추운 날씨에 눈보라를 동반한 강풍에 몸이 휘청거렸습니다. 대빈창 해변으로 향하는 산책 A코스를 버리고, 봉구산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나의 비밀 B코스입니다. 이미지는 ‘강화도 나들길’ 이정표가 서있는 산중 옛길입니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종을 이룬 봉구산은 맵찬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입니다. 20여년 저쪽 계곡을 일구어 만든, 버려진 다랑구지를 따라 내려가는 산길은 바닷가에 닿습니다.
이번 추위는 한 주간 계속 될 것으로 예보되었습니다. 섬 날씨는 온도가 급강하하거나 궂으면 바람이 일었습니다. 여지없이 강화도를 오가는 카페리호가 하루종일 결항되었습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 배편 결항이 잦았습니다. 날씨의 변덕이 죽 끓듯 합니다. 강풍·풍랑 특보·주의보가 빈번합니다. 날이 풀려 푸근하면 여지없이 해무가 몰려왔습니다.
한반도를 강타한 입춘 한파는 지구가열화의 영향이라고 합니다. 따뜻한 남쪽의 공기가 북극권의 찬 공기와 만나면서 북극의 온도가 올라갔습니다. 밀려난 북극권의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연일 혹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후 현상으로 2030년 한반도 국토의 5% 이상이 물에 잠기고 332만명이 침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에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침수 피해는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은 서해안이 동해·남해안보다 두드러지게 높았습니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경고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해안과 하천의 홍수가 잦아지면 수조 원을 들인 국가 기간시설의 기능이 마비되고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침수 예상지역에 인천공항, 김포공항을 비롯한 항만시설과 화력·원자력발전소, 제철소 등 여러 사회간접자본(SOC)이 포함되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작은 섬 주문도의 봉구산 고마이 계곡, 버려진 계단식 다랑구지에 바닷물이 점점 차 오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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