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절기는 날이 풀려 봄기운이 돋고 초목이 싹트는 우수雨水를 지나,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벌레들이 활동을 시작한다는 경칩驚蟄이었다. 2025년 을사년 乙巳年에도 농기계수리가 2. 27 ~ 3. 1까지 2박3일간 여지없이 진행되었다. 농기계순회수리는 연중행사였다. 이미지는 농기계순회수리 첫날 주문도 정미소 공터였다. 살곶이 선착장에서 주문1리(진말)을 지나 주문2리(느리 마을)로 향하는 아스팔트가 훤하다.
왕복 2차선에 시속 30㎞에 불과하지만 서해의 작은 외딴섬의 아우토반이었다. 주문도와 아차도, 아차도와 볼음도을 잇는 연도교連島橋 착공에 들어가면서 길닦이가 한창이었다. 다른 해보다 올해 유달리 고장 농기계가 많았다. 트랙터, 트레일러, 경운기, 분무기, 예초기…가 농기계수리 기사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비기술연구회원 20여명이 화도 선수항에서 삼보6호 첫배로 아침 9시경에 수리장소에 도착했다. 매년 그렇듯이 네다섯 분이 행정선으로 아차도에 건너가 농기계수리를 마쳤다. 둘째날 아침 삼보12호 첫배로 정비기사들은 볼음도로 이동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가정집 민박에서 수리기사들의 숙박을 해결했다. 강화군농기계은행은 농업기술센터의 본점과 교동, 삼산, 북부(송해), 남부(화도)에 분점을 두었었다. 면소재지마다 농기계수리점이 자리 잡아 농업인들은 수시로 고장 농기계를 수리할 수 있었다. 강화군에서 유일한 섬다운 섬으로 교통이 불편한 서도면은 1년 전 손봤던 농기계들에 다시 기름을 먹였다. 섬의 농기계는 수륙양용이었다. 대중교통이 없는 섬에서 경운기와 트랙터는 이동수단이었다. 본연의 논밭일과 더불어 갯벌을 오가며 채취한 상합을 마을로 실어 날랐다.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수리기사는 땀방울을 떨구며 경운기 바퀴에 연신 곡괭이를 휘둘렀다. 짠물에 쩐 타이어와 휠이 엉겨 붙고 녹이 슬어, 복스대가 먹혀들지 않았다. 곡괭이 넓적한 날을 틈에 쑤셔 넣어 힘으로 떼어낼 수밖에 없었다. 두드리고, 때리고, 찢고, 붙이고, 끼우고, 빼내고, 용접하고, 갈고, 기름 먹이고, 땜질하고, 매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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