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고니의 고독

대빈창 2025. 4. 7. 07:00

 

큰고니는 오리과로 동아시아·북유럽·러시아 등에 분포하며 흑고니, 고니와 함께 월동하는 겨울철새이다. 몸길이는 약 152㎝이고, 날개를 편 길이는 약 225㎝이다. 암수 모두 흰 깃으로 백조白鳥라고 한다. 호수·논·습지·해안·간척지에서 수초, 조개, 물고기 등을 잡아먹고 산다. 우리나라는 천연기념물 제201-2호 및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월동하는 무리는 100개체 미만으로 조사되었다.

대빈창 들녘을 찾은 진객珍客을 만난 것은 스무날 전이었다. 고니는 가족 단위로 움직인다고 하는데 내 눈에 뜨인 고니는 홀로였다. 녀석은 동료와 떨어져 고독하게 텅 빈 논을 소요하고 있었다. 큰 덩치와 부리 절반이 노란 반점으로 뒤덮여, 녀석은 틀림없이 큰고니였다. 저녁 산책에서 대빈창 해변 솔숲을 지나 봉구산 방향 옛길로 방향을 틀었다. 들녘을 가로지르는 중앙농로와 대빈창 마을과 해변, 연못골 둠벙으로 향하는 사거리의 길가 논이었다. 해토가 되면서 흙살이 풀어지는 논에, 사나흘 전부터 지하수를 퍼올렸다. 큰고니의 발목이 잠길 정도로 물이 흥건했다. 써레질을 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었다. 겨우내 흙속에서 월동하다 날이 풀려, 바깥으로 나오는 미꾸라지를 먹이로 삼았을 것이다.

나의 생에서 만난 야생조류에서 가장 덩치 큰 녀석이었다. 손전화로 서너컷 이미지를 잡는 동안 녀석은 수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의 발걸음이 가까워지자 큰고니는 큰 날개를 펼쳐 허공으로 떠올랐다. 덩치 때문인지 녀석의 비행 고도는 낮았다. 나는 사십여년 전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던 귀에 익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지막은 1983년 발표된 가수 이태원(1948- )의 〈고니〉 가사다. 꿈과 이상을 품고 살아가는 순수한 존재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상처받고 사라지는 안타까움을 담았다.

 

가난한 시인의 집에 / 내일의 꿈을 열었던 / 외로운 고니 한 마리 / 지금은 지금은 어디로 갔나 // 속울음을 삼키면서 / 지친 몸을 창에 기대고 / 약속을 지키지 않는 / 사람들이 미워졌다고 // 날아도 날개가 없고 / 울어도 눈물이 없어 없어라 / 이제 다시 이제 다시는 / 볼 수 없는 아아 우리의 고니 // 이제 다시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 아아 우리의 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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