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무릎 반월연골판 봉합술

대빈창 2025. 4. 11. 07:00

수술한 지 2주가 지났다. 실밥을 뽑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보름 전이었다. 뒷집 형수가 파김치를 담겠다고 마당가의 월동 쪽파를 함지박에 뽑아 놓았다.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가 쪽파를 다듬으려 하시기에 나는 마루에 비닐과 신문지를 깔고 의자를 준비했다. 어머니가 쪽파를 다듬으며 나오는 껍질과 뿌리 잔챙이를 그러모아 마당건너 산자락에 쏟아버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온돌방 앉은뱅이책상 노트북에 앉았다. 하루에도 예닐곱 번씩 반복되는 동작이었다. 왼발이 장판에 미끄러지며 무릎이 접질렸다.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20여 년 전 공을 차다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은 무릎이었다. 무릎이 곧게 펴지지 않았다. 마루에 나갈 수조차 없었다. 작은형한테 전화를 했다. 내일 아침배로 섬에 들어오시라고. 통증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혼자 한방파스를 붙이고 물파스를 바르고 애를 썼다.

주문도 느리항에서 삼보12호 1항차 7시배에 승선했다. 오른발을 쓸 수 있어 운전이 가능했다. 무릎과 어깨 통증으로 관절 주사를 맞았던 김포 소읍의 정형외과 2차병원을 찾았다. MRI 결과 왼무릎 반월 연골판 파열이었다. 오후에 수술이 잡혔다. 하반신 마취를 하고 1시간30분 수술을 받았다. 6시간이 지나서 마취가 풀렸다. 어릴 적 주말이면 곧잘 업어주었던 친구아들이 읍사무소 공무원이었다. 녀석이 내가 부탁한 손전화 충전기와 전복죽을 사들고 병문안을 왔다. 대견했다.

통원치료가 번거로워 2주를 입원, 실밥을 제거하고 퇴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없던 병도 생길 지경이었다. 4인실 병실은 비좁았고, 화장실은 공용이었다. 변비로 뒤를 볼 수 없었다. 병문안오는 친구에게 부탁한 시럽용 변비약도 소용없었다. 왼손목에 링거가 매달렸고, 왼무릎은 곧장 편 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휠체어를 타고 화장실을 들락거리기도 만만치 않았다. 5일째 되는 월요일 회진을 도는 담당의께 말했더니, 그가 씩! 웃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살 것 같았다. 작은 형이 어머니를 보살피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목발을 짚고 보조기를 무릎에 매단 일상이 시작되었다. 집에서는 마음이 편해 그런지 쉽게 뒤를 볼 수 있었다. 수술 받은 지 2주가 지났고, 병원으로 향했다. X-ray를 찍고 실밥을 풀었다. 물리치료를 받았다. 《강화도서관》과 《지혜의숲》에서 일곱권의 책을 대여했다. 더부룩한 머리도 이발했다. 교통이 불편한 섬사정을 아는 의사는 2주에 한번 내원하라고 처방전을 내렸다. 걸을 때 목발을 이용해 체중을 분산시키고, 무릎보조기는 4주가 지나서야 뗄 수 있었다. 발수갑에서 벗어나려면 아직도 한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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