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무릎 반월연골판 봉합술-2

대빈창 2025. 5. 9. 07:00

어제, 왼무릎 반월연골판 봉합술을 받은 지 6주차 병원진료를 다녀왔다. X-ray를 찍고 담당의를 만났다. 무릎보호대를 보여주었다. 이제 무리하지마시고 활동해도 괜찮다고 한다. 걷는 것과 계단 오르내리는데 지장은 없을 거라고. 물리치료를 받겠냐고 하길래, 나는 집에서 꾸준히 재활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처럼 때타올 두 개를 묶어 혼자 무릎을 꺾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장작처럼 굳었던 무릎이 부드럽게 구부러졌다. 스스로 흐뭇했다.

의사의 언성이 높아졌다. 내가 말씀드리지 않았냐고. 강제로 무릎 꺾는 운동은 하지 말라고. 의사가 하지 않은 얘기를 착각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못 들은 것인지 모르겠다. 아닌말로 이 땅의 의료 환경은 의사가 갑이고, 환자가 을이지 않은가. 끓는 부아를 가라앉혔다. 의사는 입이 무거운 분인지 모르겠다. 퇴원하는 날도, 퇴원후 2주차 실밥 뽑는 날도 나는 치료경과에 대한 구체적인 말을 듣지 못했다.

'환자가 지켜야 할 주의사항'같은 인쇄물을 준비하지 못한 병원측의 배려가 아쉬웠다. 2차병원의 한계인지 모르겠다.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다. 왼무릎을 올리면 시큰거리는 통증이 두려움으로 밀려왔다. 2주차부터 복용약을 입에 대지 않았다. 걱정으로 마음이 무거워진 나는 다시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보조기·목발을 벗어던지니 살만했다. 그동안 노예가 쇠공을 발목에 찬 기분이었다. 내가 너무 극성스러운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만의 재활도구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무릎보호대를 풀어 장롱에 갈무리했다. 한달 뒤에 병원을 찾았을 때 무릎 반월연골판 봉합술에 이상이 없었으면 좋겠다.

무릎의 붓기가 쉽게 빠지지 않았다. 재활훈련을 할 때마다 무릎보호대를 벗기면 눌린 자국이 선명했다. 2주차 실밥 뽑은 날 물리치료실에서 보조기가 쉽게  140도까지 꺾였다. 물리치료사와 환자는 서로 어이가 없었다. 나는 생각했다. 벌써 재활훈련에 들어가는구나. 수건을 이용한 재활훈련을 동영상에서 보았다. 나는 탄성이 강한 때밀이수건을 이용했다. 실밥을 뽑고 이틀이 지나 무릎을 감싼 붕대를 끌렀다. 겁이 났다. 꿰멘 부위에 물집이 크게 잡혔고, 핏물이 많이 고였다.

토요일이었지만 병원을 찾았다. 담당의는 말했다. 괜찮다고. 무리해서 그렇다고. 핏물을 뽑고, 항생제 주사를 맞고 2항차로 섬에 돌아왔다. 비바람이 세찼지만 카페리호가 출항했다. 며칠이 지나 상처를 들추었다. 거즈가 핏물에 떡이졌다. 인천집에 갔다 섬에 돌아오는 작은형께 부탁해서 멸균생리식염수를 구입했다. 화장실에서 목욕의자에 앉아 조심스럽게 거즈를 떼어냈다. 주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무릎은 오래간다고, 수술이 문제가 아니라 재활이 힘들다고. 나는 고통을 참으며 재활훈련을 해왔다. 무릎을 꺾으면 시큰거리는 통증을 참아왔다. 아는 게 병인가. 고통을 이겨내는 참을성이 스스로 대견했었다. 수술을 받은 지 6주차 병원에 다녀온 날, 마음 한구석에 걱정이 태산처럼 들어앉았다.

p.s 노예의 발목에 매달린 쇠공을 떠올리게 하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보조기에 대한 의문을 덧붙이겠다. 병원에서 연결해 준 회사는 〈보조기〉였다. 통화를 하면서 요구받은 정확한 치수를 불러주었다. 다음날 물리치료를 받는데 판매원이 얼굴을 내밀었다. 병실로 올라가 신용카드체크기로 28만원을 일시불로 결제했다. 20대초반 남성의 말투는 어눌했고, 자리를 피하고 싶은 기색이 역력했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보조기는 포장도 없이 알몸으로 나에게 건네졌다. 라벨 한 개 붙어있지 않았다. 여기저기 긁힌 흠집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분명 다른 환자가 사용했던 보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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