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지은이 : 임승유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詩 이해도가 형편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3주에 한번 꼴로 읍내에 나가면서 군립도서관에 발걸음을 했다. 대여도서 목록에 시집 한두 권을 어김없이 포함시켰다. 나는 왜 꾸준히 시집을 펼치고 있을까? 아주 오래전에 읽은 책이었다. 미국 초월주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1817-1862)의 글에서 만난 문장이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세상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할 것이다.”
기억이 온전한지 모르겠다. 미국 신비주의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1882)이 워싱턴D.C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할 때였다. 지나가는 이가 물었다. "당신이 이런다고 세상이 바꿔지지 않는다." 시인이 대꾸한 말이다. 시를 잘 모르지만, 시집을 펼쳐 읽다보면 ‘존재’가 정화되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나는 천민자본주의에서 때 묻지 않은 가장 순수한 부족을 시인이라 믿고 있다.
시인 임승유(1973- )은 2011년 ‘『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에서 「계속 웃어라」외 4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문학과지성사, 2015), 『그 밖의 어떤 것』(현대문학, 2018), 내가 잡은 책은 세 번째 시집이었다. 표제는 두 번째 시 「지역감정」(10-11쪽)의 마지막과 마지막 두 번째 연이었다.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 여름에 있었다
시인은 그동안 “일상에 밀착된 언어들을 활용해 알 것 같으면서도 확실히 이해할 수는 없는 낯선 상황들을 만드는 작업”을 지속해왔다고 한다. 나에게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낯선 시편들이 5부에 나뉘어 59편이 실렸다. 문학평론가 김태선은 해설 「이행하는 말들과 지속적인 삶」에서 말했다. “시를 쓰는 일은, 이렇게 시어가 서로 다른 것들을 어울리게 하고 그러한 만남과 함께 스스로 다른 것이 되어가는 이행과 만나는 일이다.……… 시인이 시를 쓰는 일은 지속적인 삶을 살기 위한 탐색이기도 한다.”(120쪽) 마지막은 시집은 여는 첫 시 「문법」(9쪽)의 전문이다.
눈을 뜨니 // 풀밭이 펼쳐졌다. 펼쳐지는 풀밭의 속도를 따라잡으려다가 멈춘 것처럼 꽃이 있었다. 예쁘다고 말하면 뭐가 더 있을 것처럼 예뻤다. // 뒤로 물러나면 더 많이 보이고 많이 봐서 끝이 보일 때 // 뭐가 있어? // 이불을 끌어다 덮으며 네가 물었고 뭐가 있다고 하면 끝이 안 나는 풀밭이었다. 눈을 감으면 // 눈꺼풀 안쪽까지 따라오는 풀밭이었다. 빛이 부족해지면 풍경은 생기다 말았다는 듯 풀이 죽었고 // 그만해 // 그런 말은 풀을 뜯어내고 남은 말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