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박사와 성자
지은이 : 아룬다티 로이
옮긴이 : 서정
펴낸곳 : 소명출판
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y, 1961- )는 인도의 소설가·수필가·사회운동가다. 우리에게 1997년 부커상(Booker Prize)을 수상한 『작은 것들의 신』으로 잘 알려졌다. 내가 처음 접한 책은 생태인문출판사 《녹색평론사》가 펴낸 정치평론집 『9월이여, 오라』였다.
정치평론집 『아룬다티 로이,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와 르포르타주 『자본주의―유령이야기』를 잡았다. 그녀를 세상에 알린 소설 『작은 것들의 신』을 뒤늦게 펼쳤다. 나는 아룬다티 로이를 소설가보다 사회운동가에 방점을 찍었다. 20년 만에 나온 소설 『지복의 성자』를 대여목록에서 뒤로 물렸다. 반갑게 『박사와 성자』가 눈에 띄었고, 면소재지 도서관에 기어이 발품을 팔았다.
표제의 박사는 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Bhimrao Ramji Ambedkar, 1891-1956)를, 성자는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1869-1948)를 가리켰다. 책은 4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박사와 성자」는 『카스트의 소멸』의 입문서였고. 2장 「빛나는 길」은 간디·3장 「선인장 숲」은 암베르카르를 조명했고, 4장 「대립」은 간디와 암베르카르의 정치투쟁을 그렸다.
암베드카르는 1936년 라호르에서 특권 카스트 힌두교도를 상대로 카스트 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한 연설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팜플렛 『카스트의 소멸』을 준비했다. 행사를 준비했던 개혁단체는 힌두교의 근본에 대한 지적 공격이 불편했고 초청을 철회했다. 팜플렛은 2014년에 인도·영국·미국에서 연이어 정식으로 출판되었다. 아룬다티 로이는 78년이라는 간극을 메우는 장대한 입문서를 썼고, 그것이 『박사와 성자』였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전통으로 고착화된 가문의 직업과 신분이었다. 족벌화된 직업군이 수천 개 카스트(계급)으로 나뉘었다. 브라만·크샤트리아·바이샤·수드라·불가촉천민이었다. 불가촉천민들은 자신들을 부서진 자, 즉 달리트라고 지칭했다. 불가촉천민이 압도적으로 분포된 직업은 청소부다. 머리에 바가지를 이고 오물통에 맨 몸으로 들어가 배설물을 퍼올리는 재래식 화장실이 일터였다. 간디는 달리트들에게 자신들의 유산을 사랑하라고, 유전적 직업이 주는 기쁨 이상을 열망하지 말라고 설교했다. 아룬다티 로이는 간디의 ‘청소부 일’에 대한 예찬을 이렇게 비꼬았다. “이외 세상의 다른 사람들이 그런 소란을 피우지 않고 자신의 뒷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것은 중요치 않아 보였다.”
불가촉천민 암베드카르는 온갖 수난과 멸시를 겪으며 가촉민학교을 졸업하고 미국유학 기회를 잡았다. 박사가 된 그는 신분제 오물통 고국에 귀국하여 불가촉천민운동에 온 몸을 던졌다. 그는 간디에 맞서 불가촉천민이 스스로 자기 신분집단을 대표하는 정치력을 갖는 법제화 투쟁에 앞장섰다. 간디가 차지하는 위상은 고귀하다 못해 신성했다. 나는 간디의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을 읽고, 자체업무를 책임지는 마을 자치의 옹호자가 되었다. 하지만 인도의 지방자치 보조단위, 마을회의 판차야트panchayat의 완고한 카스트 편견은 끔찍했다.
간디는 카스트가 인도 사회의 천재성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인도의 100대 부자들은 인도 총생산GDP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12억 인구의 국가에서 8억명 넘는 사람들이 하루 20루피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거리를 청소하고, 맨홀로 내려가고, 하수를 처리하고, 화장실을 닦고, 기타 잡역을 위해 청소부로 지정되어 인도 정부에 고용된 사람들의 거의 90%가 달리트였다.
간디는 성인이 된 후 반세기가 넘는 동안 아프리카 흑인, 불가촉천민, 노동계급의 타고난 자질에 대한 발언들은 일관되게 모욕적이었다. 오늘날 인도 전역에는 간디 동상과 암베드카르 동상이 서있다. 간디는 바가바드기타를, 암베드카르는 인도 헌법을 손에 쥐고 있었다. 박사와 성자는 전근대와 근대, 전통과 반전통, 국가종교 힌두교의 문제를 두고 대립했다. 간디는 1948년 힌두 급진주의자들에게 암살당했고, 암베드카르는 1956년 불교로 개종했다.
아룬다디 로티는 “불가촉천민에 대한 문제를 해결않고 신분제에 관한 개혁을 이룬다는 것이 얼마나 큰 망상”인지를 보여주었다. 인도 국립범죄보관소에 따르면 16분마다 달리트에 대한 범죄가 벌어지고 있었다. 매일 네 명 이상의 불가촉천민 여성이 가촉민에게 강간당했다. 매주 열세명의 달리트가 살해되었다. 여섯명의 달리트가 납치되고 있다. 달리트에 대한 강간이나 기타 범죄가 신고된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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