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달에 울다
지은이 : 마루야마 겐지
옮긴이 : 한성례
펴낸곳 : 이룸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두 번째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책을 만났다. 문학평론가가 “이 소설들은 거의 완전무결한 축복이다.”라고 극찬한 여섯 편의 중편·경장편 소설의 한 편이었다. 『달에 울다』라는 표제로 그동안 세 곳의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다. 《예문》(1995), 《이룸》(2009), 《자음과모음》(2015).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 1943- )는 스물세살, 첫 작품 『여름의 흐름』으로 제23회 ‘『문학계』신인문학상’과 제56회 ‘아쿠타카와상介川賞’을 수상했다. 그때까지 최연소수상자였다. 2년후 그는, 문단과 도쿄로부터 완전히 단절하고 고향 나가노현 오마치시 아즈미노로 거처를 옮기고 은거에 들어갔다. 그는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고 인간관계를 거절하고 아이도 낳지 않고 최소한의 생활비로 버티면서 세상에 부대끼지 않으면서 철저하게 소설만 창작했다. 장편소설·중단편소설집·에세이를 거의 매년 출간했고 지금까지 150편 이상의 작품을 썼다.
‘문단의 이단아’, ‘반항적인 삶’, ‘아나키스트 기질’, ‘엄격한 문학적 구도 정신’ 등. 마루야마 겐지에 붙은 수식어는 세속의 명성이나 문단의 영리를 쫓지 않고 소설을 통한 구도求道의 길을 나선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43세때 쓴 『달에 울다』는 80년대 이후 그가 추구한 새로운 경지의 시소설詩小說의 정점에 선 중편소설이다. 책은 두 편의 중편소설이 실렸다.
「달에 울다」의 주인공 나는 사과밭 농가의 외아들로 태어나 40살이 넘도록 혼자 살며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 그동안 아끼던 백구가 죽고,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인생에서 유일하게 사랑했던 연인 야에코도 도시로 나갔다가 시골로 돌아와 죽었다. 첫 문장은 ‘봄 병풍의 그림은 중천에 걸려있는 흐릿한 달, 동풍에 흔들리는 강변의 갈대, 그리고 걸식하는 법사法師다.’ 주인공이 그 앞에서 잠드는 병풍에 그려진 사계절 속의 법사는 세상을 유랑하는데 주인공 내면의 흐름을 상징했다. 사계절 병풍 속은 허구의 공간이었다. 봄은 30년 전 열 살, 여름은 20년 전 스무 살, 가을은 10년 전 서른 살, 겨울은 40년하고 10개월이 된 현재의 나였다.
「조롱을 높이 매달고」의 주인공 나는 42세로 전반기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도시로 인사발령받아 홀로 보낸 지 5년이 흘렀다. 돌아가보니 주위 사람들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표를 내고 호적을 지우고 집값 대부금이나 예금, 보험 명의를 변경하고 집을 나갔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온 가족이 떠났던 고향마을 M이었다. 온천 지역이었던 해안마을 M은 온천개발 사업이 실패하면서 사람들이 떠나가 폐허가 되었다. 나는 이발소였던 벽돌집 2층에 거주했다. 어린 시절 대부분의 집 처마에는 대나무로 만든 조롱鳥籠에 수컷 피리새를 키웠다. 폐허의 북쪽외곽 토굴속 작은 오두막에 비쩍 마른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는 K시에서 몸을 파는 빨간하이힐이 어울리는 딸의 부양으로 목숨을 연명했다. 나는 노인을 격렬하게 비난했고, 그는 자살했다. 노인의 피리새가 든 조롱을 들고 마을을 떠나면서 두릅나무에 조롱을 매달고 문을 열어주었다. 소설은 환상과 현실이 교차했다. 작가는 생의 본질을 파고드는 리얼리티로 인간과 운명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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