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시 읽는 일이 봄날의 자랑이 될 때까지

대빈창 2026. 1. 6. 07:30

 

책이름 : 시 읽는 일이 봄날의 자랑이 될 때까지

지은이 : 김해자외

펴낸곳 : 걷는사람

 

2023년 말과 2024년 초, 우리나라 3대 문학 출판사가 반년 남짓한 시간동안 일제히 기념시집을 출간했다. ‘문학과지성시인선’ 600호 기념 시집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2024. 4)는 500번대 뒤표지에 담긴 글들을 묶었다. ‘창비시선’ 500호 기념 시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2024. 3)은 401호에서 499호까지, 각 시집에서 한편씩을 선정했다. ‘문학동네시인선’ 200호 기념 티저 시집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2023. 10)는 앞으로 시인선을 통해 시집을 펴낼 시인들의 신작시를 실었다.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걷는사람 시인선’ 100호 기념시집 『시 읽는 봄날이 자랑이 될 때까지』(25. 1)는 시인선 1호에서 99호까지 대표작 1편을 엄선해 실었다. 1호 김해자의 『해자네 점집』(2018. 4)에서, 99호 휘민의 『중력을 달래는 사람』(2024. 8)까지 98편이 실렸다. 시인 정덕재는 17호 『간밤에 나는 악인이었을지도 모른다』, 55호 『치약을 마중 나온 칫솔』 두 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김해자의 『해자네 점집』, 송진권의 『거리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 김성장의 『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 김신용의 『비는 사람의 몸속에도 내려』

 

내가 잡은 ‘걷는사람 시인선’의 시집들이다. 고작 네 권은 모두 시인선 초창기 시집들이었다. 기념시집은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삽사리문고 읽다 까무룩 잡이 들면’ 24편은 문명에 대한 통찰과 동시대성을 견지한 시들. 2부 ‘밤새 우는 아기를 안은 창백하고 질긴 얼굴’ 25편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창작 활동을 이어 온 시인들의 작품. 3부 ‘왜 아직 거기에 있는 걸까 붉은 노을은’ 24편은 현대인이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질문과 통찰의 깊이가 있는 시들. 4부 ‘한 발 나갔다가 두 발 물러서는 사랑’ 25편은 몸과 마음에 대한 인식, 일상 속 경이로움과 위트를 포착한 시들을 담았다.

출판사 《걷는사람》의 대표 김성규는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다. 나는 그가 펴낸 시집 세 권 전부를 손에 들었다. 발문 「걷는사람과 걷는 사람들」을 쓴 시인 송진권과 충북 옥천이 동향이었다. 누구나 충북 옥천하면 「향수」의 시인 정지용을  떠올릴 것이다. 마지막은 표제를 따온 문신의 「시 읽는 눈이 별빛처럼 빛나기를」(101쪽)의 부분이다.

 

그렇게 시를 읽다가 살구꽃 터지는 날을 골라 내 눈에도 환장하게 핏줄 터지고 말 것이다 시 읽는 일이 봄날의 자랑이 될 때까지 나는 캄캄한 살구나무 아래에 누워 시를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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