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신정일의 新택리지―산과 강의 풍수
지은이 : 신정일
펴낸곳 : 쌤앤파커스
문화사학자·도보여행가 신정일(辛正一, 1954- )의 책을 처음 접했다. 미안한 마음이 일었다. 눈에 익은 저자이면서도 이제야 책을 펼치다니. 그는 현재까지 100여권(개작까지) 이상의 책을 펴냈다. 학력은 국민학교 졸업이 전부였다. 답사 기행을 한 지가 40여년이 되었다.
『신정일의 新택리지―산과 강의 풍수』는 시리즈 열 번째 책이자 완결판이었다. 그의 발걸음은 백두대간에서 해남 땅끝까지, 울릉도·독도에서 안면도까지 바다 건너 한라산 백록담까지 모든 곳에 닿았다. 산과 강, 풍토, 물산, 역사와 전설 등 인문지리학적 통찰을 담아낸 종합교양서였다.
산과 강은 이 땅의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을 이루는 근원적인 개념이었다. 강호동양사학자 조용호는 추천사 「강과 길에 대한 국토지리지」에서 “18세기 중반 이중환은 20년의 현장답사 끝에 환갑 무렵 『택리지』를 내놓았다. 신정일 선생은 40년 넘게 전국의 산천을 답사한 전문가다. 이중환보다 더 다녔으면 다녔지 못 다닌 것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 책은 10장으로 구성되었다.
1 산수: 만민이 우러러보는 우리 산하. 중국 전한前漢의 문신 유향劉向의 《설원設苑》에서 “대저 산은 높은면서도 면면이 이어져 만민이 우러러 보는 것”. 삼천리 금수강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산, 그래서 우리나라는 ‘산의 나라’.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은 《회우록會友錄》 서문에서 조선의 산을 “삼한三韓 36도都의 땅을 두루 돌아서 동으로 동해에 이르면 바다가 하늘과 맞닿아 있고 명산거악名山巨嶽이 그 가운데 뿌리박고 있다. 100리 되는 평야가 드물고 1000호 되는 고을이 없으며 그 지세가 편협하다.”
2 백두대간에 자리 잡은 여덟 개 명산: 백두산이 오지랖을 벌리고. 우리 국토를 백두대간과 연결된 1정간, 13정맥으로 분류하여 고유의 지리학 체계를 마련한 여암旅菴 신경준申景濬. 땅위에 실존하는 산과 강에 기초하여 산줄기를 그린 《산경표山徑表》.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리’는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 백두산 장군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는 도상거리 1577킬로미터, 실제거리는 2103킬로미터. 옛 사람들은 우리나라 2대 명산으로 백두산을 ‘산의 聖子’, 금강산을 ‘산의 才子’라고 일컬음. 대표적인 骨山 설악산. 신령스러운 산 오대산. 하늘과 땅과 조상을 숭배해 온 고대신앙의 성지 태백산. 조선 중기 천문지리학자 남사고南師古가 많은 사람을 살릴 산이라고 칭송한 소백산.
3 속리산에서 지리산으로 백두대간은 이어지고: 높다란 사면 푸른 연꽃 같은 봉우리. 국내에 하나 밖에 없는 오층목탑 팔상전을 비롯한 국보 5점과 보물 21점의 문화유산이 자리잡은 법주사法主寺가 있는 속리산俗離山. 비경을 자랑하는 계곡 일대 33곳을 명승지로 지정한 덕유산 아래 무주구천동. 노고단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주능선이 42킬로미터, 백두대간이 끝나는 높이 1915미터, 둘레 800여리에 달라는 지리산智異山.
4 백두대간을 따라 이어지는 명산: 백두산 일지맥이 동으로 흘러나려. 천태만상의 기암절벽이 우뚝우뚝 솟아 절경을 이룬 함북 명천의 칠보산七寶山. 서산대산 휴정은 “금강산은 빼어나지만 웅장하지 못하고, 지리산은 웅장하지만 빼어나지 못하다. 구월산은 빼어나지도 웅장하지도 못한데, 묘향산은 빼어나기도 하고 웅장하기도 하구나”라고 했다. 팔만대장경 법보 사찰 가야산伽倻山 해인사海印寺. 조선 주세붕周世鵬이 예찬한 청량산淸凉山. 단군이 머물렀다는 구월산九月山.
5 사람들이 가까이하여 즐겨 찾는 산: 한가함을 틈타서 마음 놓고 등반했노라. 바깥에 산을 세우고 안을 비운 형국 변산邊山. 해안선을 따라 98킬로미터에 이르는 코스를 ‘바깥변산’, 수많은 사찰과 암자가 있는 안쪽은 ‘안변산’. 선운산禪雲山에서 모인 물이 인천강(인냇강)을 이루어 곰소만으로 들어가는. 높이를 헤아릴 수 없고 견줄만 한 상대가 없어 등급을 매기고 싶어도 매길 수 없다는 뜻의 무등산無等山.
6 누구에게나 오름을 허락하는 산: 마음 맑게 하는 곳 여기에 있으니. 남도의 소小금강으로 불리는 평지돌출산 영암 월출산月出山. 호남 5대 명산의 하나 장흥 천관산天冠山. 광양 백운산, 순천 조계산, 대구 팔공산, 합천 황매산. 비슬산, 천성산, 운문산, 가지산. 포항 내연산, 청송 주왕산. 안성 서운산, 삼척 두타산, 충주 월악산, 강화 마니산, 청양 칠갑산, 진안 마이산, 양평 용문산. 정읍 입암산, 내장산. 장성 백양산.
7 바다에 인접한 명산: 솔밭처럼 우뚝한 하늘 남쪽의 아름다운 곳. 전설 속 삼신산三神山의 하나 한라산漢拏山. ‘남해의 소금강’ 금산錦山. 경주 용당산, 남산. 해남 두륜산 대흥사 표충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조직하여 공훈을 세운 서산 휴정, 사명당 유정, 뇌묵당 처영 등 3대사의 충의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사우. 가장 큰 섬인 울릉도를 비롯해 관음도, 죽도, 독도 등 여러 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행정구역 울릉군.
8 나라 안에 이름난 절: 적적한 산골 속 절이요, 쓸쓸한 숲 아래 중일세. 화엄종찰 영주 부석사.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영취산靈鷲山 통도사通道寺. 법상종의 3대 사찰 팔공산 동화사棟華寺. 계룡산과 더불어 민중신앙의 텃밭 모악산 금산사. 화엄십찰의 하나 모악산 귀신사歸信寺. 정혜결사의 중심지 조계산 송광사松廣寺, 산사의 모범답안 선암사仙巖寺. 천불천탑 신앙 화순 운주사運舟寺.
9 나라 안의 여러 고개: 구부구부가 눈물이로구나. 영嶺이란 지형상 산줄기가 낮아져 안부(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우묵한 부분)를 이룬 곳으로 길을 내어 이쪽과 저쪽이 통하는 것. 청천강 유역과 자강고원을 연결하는 적유령. 관북의 중부 해안 지방과 개마고원의 내륙을 연결하는 후치령. 서울과 의주간을 잇는 간선도로상 전략적 요충지 자비령. 북로北路의 중요한 길목 철령. 속초에서 인제로 가는 고갯길 미시령. 인제와 양양을 잇는 한계령. 서울과 영동을 잇는 대관령. 백두대간이 영남과 호서를 갈라놓은 길목 죽령. 영남과 호남을 잇는 추풍령. 백두대간 고갯길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계립령과 죽령. 서울과 과천을 잇는 남태령.
10 사람의 길, 땅의 길: 길 끝에서 언제나 또 다른 길이 시작된다. 걷기는 세상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 자신의 마음 속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 신경준은 《도로고道路考》에서 말했다. “무릇 사람에게는 그침止이 있고 행行함이 있다. 그침은 집에서 이루어지고 행함은 길에서 이루어진다……. 길은 원래 주인이 없고 오직 그 위를 가는 사람이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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