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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찾은 야생초

절기는 바야흐로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에서 김장을 담그는 입동立冬으로 향하고 있었다. 2024년(갑진년甲辰年)은 유사 이래 가장 더웠다는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늦봄부터 더위가 극성을 부리더니 열대야는 추석까지 이어졌다. 도시 사람들은 한가위에 무더위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하지만 등거죽을 벗길 듯한 폭염도, 어느 하루 온종일 비가 내리더니 거짓말처럼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이제 정말 한반도에서 가을이 사라진 것일까. 위 이미지는 봉구산 정상의 주문도공용기지국으로 올라가는 전봇대에 부착된 계량기였다. 환삼덩굴 한줄기가 계량기 틈새로 숨어들었다. 식물도 호흡한다는 것을 플라스틱 투명 창에 서린 물방울이 증명하고 있었다. 환삼덩굴은 나의 블로그 〈daebinchang〉에 포스팅된 「선창에 토끼가 나타났..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책이름 :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지은이 : 정여울펴낸곳 : 홍익출판사 이탈리아 카프리 섬은 지중해의 보석. 체코 프라하 블타바강 카를교는 현존하는 가장 아름다운 석교.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알토 다리는 베네치아 최초의 돌다리. 슬로베니아 불레드 섬 성모마리아 승천성당은 알프스 자락의 블레드 호수. 헝가리 부다페스트 왕국 언덕의 ‘어부의 요새’.이탈리아 친퀘테레 리오 마조레는 리비에타 해안마을. 스페인 알안달루스 특급열차는 20세기 초반 스타일의 관광열차. 스페인 론다 누에보 다리는 과달레빈강과 깊이 120m의 협곡. 터키 이스탄불 피에르 로티 언덕은 프랑스 소설가의 슬픈 사랑 이야기.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구시가지는 중세의 여운을 담은 작은 도시.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 투어는 안도티오 가우디 건축..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

책이름 :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지은이 : 신경림펴낸곳 : 우리교육 김지하(1941-2022) 전남 목포 출생, 「타는 목마름으로」은 급박한 호흡과 화려한 이미지로 우리 저항시의 한 전범. 특권층의 부정과 부패를 판소리 가락을 통해 통렬하게 풍자한 담시 『오적』. 1970년대 전 기간 동안 신화․전설이었던 시인. 정회성(1945- ) 경남 창원 출생, 「저문 강에 삽을 씻고」는 한국시의 기교가 도달한 가장 높은 수준의 모범시. 열 편 쓸 것을 한 편으로 압축하고, 열마디 할 소리를 한마디로 줄이는 자세가 시를 쓰는 시인의 태도.김종길(1926-2017) 경북 안동 출생, 등단작 「성탄제」는 상고주의尙古主義로 고향을 밑바닥에 깐 유가적 전통의 시적 승화. 우리 현대 시사에서 가장 뛰어난 이미지스트. 김..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1

책이름 :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1지은이 : 신경림펴낸곳 : 우리교육 뇌리에 입력된 책은 언젠가는 손에 펼치기 마련이었다. 내가 잡은 책은 초판본으로 1쇄가 나온 지 26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지. 《길상작은도서관》에 오래 묵은 책이 있었다. 책은 시인이 한국 현대 시사를 빛낸 22명 시인의 행적을 찾은 기행 글이었다. 생가와 시비, 그리고 시인의 삶의 흔적이 남은 곳을 돌아보았다. ‖여는글‖에서 “시인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조건 아래서 살았으며, 그 시를 쓸 당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현장을 찾아다녔다고 한다.정지용(1902-1950) 충북 옥천 출생. 「향수鄕愁」. 근대시의 아버지, 일본 도오시샤(同志社) 대학을 졸업하고, 16년간 휘문고보에..

카탈로니아 찬가

책이름 : 카탈로니아 찬가지은이 : 조지 오웰옮긴이 : 정영목펴낸곳 : 민음사 1936. 1. 스페인 선거에서 공화파․공화좌파․사회당․공산당으로 이루어진 인민전선 정부 수립. 1936. 7. 스페인령 모로코에서 프란시스코 프랑코군의 파시스트 반란이 본토 각지의 병영에 파급. 노동계급의 강력한 저항은 마드리드․바르셀로나․발렌시아를 비롯한 전국의 3분의 2 지역에서 군부를 막아내며 스페인 내전으로 돌입. 파시스트 국가 독일․이탈리아가 즉각 반란군 지원. 스페인 내전은 파시즘 대 반파시즘의 싸움으로 세계의 많은 지식인들이 반파시즘 전선에 자원. 노동계급의 반란군 저지는 혁명을 급진전. 정부의 형식적 권력과 노동자계급의 실질적 권력의 이중권력의 상황. 1937. 5. 사태는 공산주의 세력이 무정부주의자를 탄압...

순한 먼지들의 책방

책이름 : 순한 먼지들의 책방지은이 : 정우영펴낸곳 : 창비 시인 정우영(鄭宇泳, 1961- )은 1989년 『민중시』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력詩歷이 35년이 되었다. 『순한 먼지들의 책방』은 다섯 번째 시집이었다. 평균 7년에 시집 한 권을 상재하는 과작의 시인이었다. 나에게 『집이 떠나갔다』(창비, 2005), 『살구꽃 그림자』(실천문학사, 2010)에 이어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었다.4부에 나뉘어 57편이 실렸다. 시인 진은영은 추천사에서 시인을 “영원하고 순한 사랑을 믿는 이”라고 했다. 문학평론가 소종민은 해설 「고요하고 낮고 자잘한 생명의 거처」에서 “고향으로, 흙으로, 나무와 꽃으로, 아스라한 기억으로, 그을음이나 실금 같은 것으로, 나풀거리거나 미약하거나 금세 없어지는 ..

빈센트 나의 빈센트

책이름 : 빈센트 나의 빈센트지은이 : 정여울펴낸곳 : 21세기북스 한국인들에게, 아니 전세계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화가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일 것이다.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이 팔린 지독한 가난과 불운. 생활비와 화구를 살 돈을 동생 테오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던 예술가. 예술인공동체를 꿈꾸다 고갱과의 불화로 자신의 귀를 자른 이.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의문의 권총 자살로 이른 나이 서른일곱에 생을 마감한 인물. 반 고흐는 미술책를 펼칠 때마다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었다. 나는 그동안 반 고흐에 대한 책으로 『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학고재, 2000), 『반 고흐, 영혼의 편지』(위즈덤하우스, 1999), 『반 고흐, 영혼의 편지 2』(위즈덤..

사생활의 천재들

책이름 : 사생활의 천재들지은이 : 정혜윤펴낸곳 : 봄아필 여행에세이 『여행, 혹은 여행처럼』, 『퇴사는 여행』 그리고 인문주의자 인터뷰 모음집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에 이어 『사생활의 천재들』은 나에게 CBS라디오 PD․독서가 정혜윤의 네 번째 책이었다. 카피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인생은 일상이다’라는 카프카의 말이었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사소한 일상, 곧 사생활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책은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여덟 명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였다.1. 박수용(1964- ) 자연다큐멘터리 감독. 야생의 시베리아 호랑이를 1,000시간 영상으로 기록한 7편의 다큐멘터리 제작. 숲을 걸으면서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종에 다 해당되는 규칙이 있을 거란 생각. 초..

오늘의 착각

책이름 : 오늘의 착각지은이 : 허수경펴낸곳 : 난다 『오늘의 착각』은 시인 허수경(許秀卿, 1964-2018)의 유고 산문이었다. 문학계간지 『발견』에 2014-2016년까지 2년 동안 8회에 걸쳐 연재된 글들을 모았다. 생전 시인의 요청으로 머리말 대신 ‘연재를 시작하며’가 실렸다. ‘어떤 상황을 착각으로 살아내는 미학적인 아픔의 순간이 시에는 있을 뿐이다.’(5쪽) 여덟 편의 에세이는 시인의 손에 들린 시편과 책들, 뉴스가 알려 준 소식, 듣게 된 음악, 만난 사람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원체험 자연 속에서 만난 ‘착각’에 대한 이야기였다.1. 물고기 모빌, 혹은 화어花魚. 침실 전등아래 나무로 만든 여러 빛깔의 물고기 모빌은 필리핀을 여행한 친구가 선물한 현지 목공예품. 독일 공동묘지는 마을 안에..

마음 농사 짓기

책이름 : 마음 농사 짓기지은이 : 전희식펴낸곳 : 모시는사람들 『마음 농사 짓기』는 나에게 글쓰는 농부 전희식(1958- )의 다섯 번째 책이었다. 농부는 산골 집과 마을,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읍내와 오일장 그리고 중국, 일본, 남미에 이르는 탐방과 연수까지. 논밭에서 작물을 기르고, 삶의 현장에서 더불어 일하는 이야기를 1부 20편, 2부 14편, 3부 22편에 담았다.1부 농부, 마실을 나가다. ‘담마코리아’의 11박12일 위파사나 명상수련은 완전한 묵언생활. 30년 전 주안 인천시민회관의 5․3사태 회고(수배, 구속, 고문).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주 산촌 생태공동체의 26일간 명상 수련. 용서는 용서받는 사람을 살릴 뿐 아니라 용서한 사람을 더 복되게 만들어준다. 선풍기․냉방기를 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