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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양돈대에서 바다를 보다.

강화도에서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 중의 하나가 젓갈시장이 자리 잡은 내가면 외포항外浦港이다. 석모대교가 놓이기 전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 보문사를 가려면 외포항에서 카페리호를 타야했다. 이날이태까지 나의 발길이 무수히 닿은 곳으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의 돈대를 등한시했었다. 외포항은 강화도에서 횟집과 모텔들이 밀집한 포구였다. 돈대를 가려면 바다를 가로막아선 횟집들 골목을 이리저리 뚫고 가야했다.바다를 향해 돌출한 절벽에 가까운 급경사에 등을 기대고 〈삼별초군호국항몽유허비三別抄軍護國抗爭遺墟碑〉가 서있다. 삼별초가 고려왕조의 몽고 화친을 반대하고 진도로 떠난 곳이 외포항이었다. 잘 알다시피 삼별초 항쟁은 진도와 제주도로 이어졌다. 진돗개와 제주도 돌하르방 모형이 유허비를 지키고 있었다. 유허비를 뒤로..

강박에 빠진 뇌

책이름 : 강박에 빠진 뇌지은이 : 제프리 슈워츠옮긴이 : 이은진펴낸곳 : RHK 정신과 의사․강박장애 전문가 제프리 슈워츠(Jeffrey M. Schwartz)의 『강박에 빠진 뇌』는 강박장애로 고통 받는 40만 환자를 구원한 의학계의 고전 베스트셀러였다. 미국에서 1996년 발간된 초판은 우리나라에서 2010년에 번역되었다. 내가 잡은 책은 20주년 특별기념판으로 2016년에 출간된 책을 출판사 《RHK》에서 2023년에 다시 내었다.‖머리말‖은 미국의 억만장자 하워드 휴스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말년을 멕시코 아카풀코의 프린세스 호텔 스위트룸에서 보냈다. 세균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묵고 있는 방을 병원처럼 꾸몄다. 전형적인 증증 강박장애(OCD, Obsessive Compulsive Disord..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

책이름 :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지은이 : 진중권펴낸곳 : 창비 책은 미학자 진중권의 우리 시대 문화․예술 분야의 거장들 8인의 인터뷰를 실었다. 인터뷰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작가들이었다. 예술가가 지닌 통찰력, 작품의 뒷얘기, 창작의 고뇌를 다루었다. 사진 매체의 실험적 가능성을 개척한 사진가 구본창(1953- ), 건축을 통한 혁명을 꿈꾸는 한국의 대표 건축가 승효상(1952- ), 한국 영화계의 ‘지식인 상’ 아이콘 문성근(1953- ), 민중미술의 거장 미술가 임옥상(1950- ), 기행奇行과 독특한 작품 세계의 소설가 이외수(1946-2022), 대중음악의 방향을 제시하고 의미를 탐색해온 대중음악평론가 강헌(1962- ), 독보적 한글 글꼴 디자인의 타이포그래퍼 안상수(1952..

갑진년甲辰年 한로寒露의 텃밭

한로寒露는 추분秋分과 상강霜降 사이에 있는 24절기 중 17번째 절기다. 찰 한寒, 이슬 로露가 말해주듯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이슬이 서리로 변해가는 시기였다. 찬 이슬이 맺히면서 기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섬주민들의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봉구산의 넓은잎나무는 단풍이 물들어가고, 겨울 철새 기러기가 다랑구지 대빈창 들녘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왔다. 위 이미지는 슬라브 옥상에서 잡은 ‘한로의 텃밭’이다.카테고리 〈텃밭을 부치다〉를 뒤적였다. 3년전 신축년辛丑年 한로에 올린 글이 있었다. 어머니가 고갯길의 텃밭 진입로 경사로에서 호박넝쿨을 뒤적이고 계셨다. 늙은호박을 갈무리하시려는 모양이다. 3년전, 그 시절이 그리웠다. 어머니는 텃밭작물을 돌보면서 큰 낙을 얻으셨다. 텃밭 두둑마다 각종 채소가 가득 들어찼다. ..

텃밭을 부치다 2024.10.10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

책이름 :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지은이 : 곽효환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임시정부 수립 60주년 기념  흔적 답사, 쓰촨성 청두 실험학교에서 열린 국제 시 행사. 세월호 참사 희생 250명 아이들의 3년 늦은 명예졸업식, 한중수교 15주년 기념 한중작가 교류 행사. 연해주 고려인 스탈린강제이주, 시베리아횡단열차, 만선열차. 백담사, 청계천, 천변 모전탑 옛 절터, 월출산. 폐교 무건분교, 큰 강의 물머리 양구.연해주 포시예트 구역에 지신허 마을을 개척하고 최초로 정착한 최운보,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의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 조선 최초 볼셰비키 여성 혁명가 김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아폴로11호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우루과이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도. 독..

우리 문화의 황금기 진경시대 2

책이름 : 우리 문화의 황금기 진경시대 2지은이 : 최완수․김기홍․오주석․유봉학․강관식․방병선펴낸곳 : 돌베개 2권은 ‘예술과 예술가들’ 편으로 최완수, 김기홍, 오주석, 유봉학, 강관식, 방병선의 일곱 편의 글을 실었다. 진경시대 서예사의 계보, 겸재 정선․현재 심사정․단원 김홍도의 생애와 작품, 풍속화․초상화․백자의 양식과 이념적 기반을 다룬 글들이었다. 표지그림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1751년, 견본담채, 79.2㎝x138.2㎝, 호암미술관 소장)였다. 도판자료 138컷은 독자의 눈을 맑게 트여, 조선 후기 예술과 예술가들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1. 안평대군 용(安平大君 瑢, 1418-1453)은 송설체를 조맹부보다 더 수려연미秀麗姸媚하게 구사, 현존하는 대표작은 ..

우리 문화의 황금기 진경시대 1

책이름 : 우리 문화의 황금기 진경시대 1지은이 : 최완수․정옥자․유봉학․지두환․정볌상․이세영펴낸곳 : 돌베개 내가 잡은 『우리 문화의 황금기 진경시대』는 1998. 3. 30. 출간된 초판본이었다. 진경시대眞景時代는 조선왕조 후기 문화가 조선 고유색을 한껏 드러낸 문화절정기文化絶頂期롤 숙종․정조대 125년간을 가리켰다. 진경시대를 다룬 최초의 연구서로 간송미술관의 최완수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의 수십년 간의 연구 성과를 담았다. 1권은 ‘사상과 문화’ 편으로 최완수, 정옥자, 유봉학, 지두환, 정명삼, 이세영의 여섯 편이 실렸다. 문화절정기 진경문화, 진경시, 경화사족의 사상, 경연 과목의 변천, 불교문화 그리고 사회경제적 변화를 다룬 글들이었다. 도판자료 79컷은 독자의 눈을 맑게 트여, 조선 후기 문..

내가도서관

인천광역시 강화군 내가면內可面 고천2리 면소재지의 〈내가도서관〉가는 길은 두 가지로 모두 고비고개를 타는 길이었다. 내가면 외포항에서 고개를 오르면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 제8호 〈곶창굿당〉과 드라마 ‘백년의유산’ 촬영지로, 강화돈대를 모티프로 새롭게 건축ㆍ구성한 〈LOY 카페〉를 지나 고개를 내려서면 면소재지다.반대편 길은 강화읍에서 서문과 국화저수지를 지나 구절양장의 험한 고비고개를 넘으면, 강화도에서 가장 큰 고려저수지의 호안을 따라 내가면소재지로 들어서는 길이다. 두 길 모두 사행蛇行으로 눈은 풍광을 쫓지만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길이다. 면사무소, 보건지소, 도서관이 한 구역에 몰려 있다.강화군의 행정구역은 1읍12개면으로 구성되었다. 공공도서관은 강화읍에 《강화도서관》, 선원면에 《지혜의숲》, 내..

부끄러운 문화 답사기

책이름 : 부끄러운 문화 답사기지은이 : 기록문학회펴낸곳 : 실천문학사 1995년 8월 15일. 광복 50주년을 맞아 반일․항일 기치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하지만 그뿐 행사는 단발성으로 그쳤고, 돈벌레들의 경제적 탐욕은 더욱 극성스러워졌다. 『부끄러운 문화 답사기』는 한국외국어대의 동아리 〈기록문학회〉가   1993년부터  3년여에 걸쳐 방방곡곡에 흩어져 있는 일제잔재 유산을 답사하고 기록한 글모음집이었다. 내가 잡은 책은 1997. 3. 15.의 초판이었다. 5년 뒤 개정판이 출간되었지만 모두 품절 상태였다. 부제는 ‘역사바로잡기에 나선 젊은이들의 생생한 현장 기록’으로 22편의 이야기를 담았다.〈우리를 생각하는 모임〉은 1984년 서울 백운산 정상과 노적봉에서 쇠말뚝 27개, 1993년 속리산 문..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책이름 :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지은이 : 정여울펴낸곳 : 웅진지식하우스 제1관 찬란한 내일을 여는 그림. 나른하게 음미하는 듯한 표정과 간절하게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표정이 뒤섞여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 블로흐 바우어 부인의 초상화〉. 휴식의 시간, 놀이의 시간을 꿈꾸며 행복해하는 시메옹 샤르댕의 〈라켓을 든 소녀〉. 스케이트를 타는 즐거움에 빠진 헨리 래빈의 〈스케이트 타는 목사님〉. 서커스의 화려한 몸짓을 보기 위해 몸을 기울인 조르주 쇠라의 〈서커스〉.못다 이룬 사랑의 꿈, 예술의 꿈,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모든 꿈 카미유 클로델의 〈불 옆에서 꿈을 꾸다〉. 예술의 수도 파리를 향한 구슬픈 비가悲歌 에두아르 마네의 〈폴리 베르세르 술집〉. 누군가 자신을 주시하는 사실을 의식할 수 없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