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강화군 내가면內可面 고천2리 면소재지의 〈내가도서관〉가는 길은 두 가지로 모두 고비고개를 타는 길이었다. 내가면 외포항에서 고개를 오르면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 제8호 〈곶창굿당〉과 드라마 ‘백년의유산’ 촬영지로, 강화돈대를 모티프로 새롭게 건축ㆍ구성한 〈LOY 카페〉를 지나 고개를 내려서면 면소재지다.
반대편 길은 강화읍에서 서문과 국화저수지를 지나 구절양장의 험한 고비고개를 넘으면, 강화도에서 가장 큰 고려저수지의 호안을 따라 내가면소재지로 들어서는 길이다. 두 길 모두 사행蛇行으로 눈은 풍광을 쫓지만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길이다. 면사무소, 보건지소, 도서관이 한 구역에 몰려 있다.
강화군의 행정구역은 1읍12개면으로 구성되었다. 공공도서관은 강화읍에 《강화도서관》, 선원면에 《지혜의숲》, 내가면에 《내가도서관》이 자리 잡았다. 《작은도서관》은 길상, 교동, 하점, 화도 네 지역의 면소재지에 있다. 세 곳의 도서관에서 《내가도서관》이 가장 외졌다. 나의 삶터 주문도를 오가는 카페리호 선착장이 내가 외포항에서 화도 선수항으로 옮겨가면서 그만큼 나의 발길에서 멀어졌다. 나는 두 달에 한번 이발을 하는데 외포항 미용실을 이용했다.
이발을 하는 날짜에 맞추어 《내가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했다. 도서 대출기간은 2주였고, 홈페이지에서 1주 반납연기를 신청할 수 있었다. 나는 책을 빌려오면 다음날 무조건 반납연기를 신청했다. 3주에 한번 꼴로 뭍에 나가 일을 보면서 도서관에 발걸음을 했다. 세 곳의 강화군공공도서관에서 가장 뜸하게 발걸음을 하는 도서관이었다.
내가 처음 발길을 재촉한 날은 2021. 10. 20. 이었다. 디아스포라 故 서경식 선생의 『경계에서 춤추다』, 『언어의 감옥에서』, 고전인문학자 정민의 『불국토를 꿈꾼 그들』까지 세권을 빌렸다. 2024. 9. 25.역사학자 김기협의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 시인 고형렬의 시집『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두 권까지 모두 41권을 대여했다. 강화군공공도서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시스템은 ‘상호대차’였다.
‘상호대차’는 타 도서관의 책을 원하는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이었다. 상호대차한 책은 오후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배 시간에 쫓기는 나에게 그림의 떡이지만, 빌린 책을 타 도서관에 반납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여지없이 강화읍의 《강화도서관》과 선원면의 세광 엔리치빌 아파트 단지의 《지혜의숲》에 반납했다. 외진 도서관에 발품을 팔지 않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항상 배시간에 맞추어 섬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나의 일상을 영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도서관》의 휴일은 금요일이었다.
나는 읍내에 출타할 때마다 여덟에서 열권의 책을 안고 섬에 돌아왔다. 읍내에 나갈 때마다 새 책을 만난다는 설렘에 들떴다. 어느덧 도서관을 이용한 세월이 5년을 넘어섰다. 이제 나는 도서관마다 분야별 책의 위치를 대략 어림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자칭 활자중독자로서 도서관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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