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또 소를 잃어버렸을까. 안전사고 예방조치가 강화되었다. 그동안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한 시간이 채 못 미치는 객선 운항내내 차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배 직원들이 차량마다 철저하게 점검하며 승선객들을 2층 객실로 올려 보냈다. 객실은 냉방기의 찬바람으로 얼어있었다.
구석자리를 찾아 몸을 뉘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몸이 먼저 알았다. 일어서면서 객실창을 내다보니 저 멀리 화도 선수항이 보였다. 그때 램프 끝머리의 괭이갈매기 두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여객선 램프는 육상과 연결되는 부분으로 승하차시 발이 끼거나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요했다. 나는 그동안 턱주가리로 명명했었다.
녀석들이 오늘의 삼보6호 무임승차無賃乘車 주인공이었다. 괭이갈매기는 이름그대로 고양이 울음소리를 냈다. 모녀지간으로 보였다. 왼쪽에 앉은 놈은 몸 전체가 갈색이었다. 부화한 지 3년이 지나야 어미처럼 예쁜 깃털을 뽐낼 수 있었다.
어미새는 머리ㆍ가슴ㆍ배가 흰색이고 등ㆍ날개는 회색이다. 다리ㆍ부리ㆍ눈은 노란색이다. 부리 끝은 검은색ㆍ붉은색이다. 눈테도 붉은색이다.
女: 엄마는 능력자.
母: 맞바람이 힘들었구나.
女: 이렇게 편하게 가는 방법이 있었네.
母: 옛날에는 앉아있을 짬도 없었단다.
女: 아니, 그렇게 바쁘게 뭐 했어요.
母: 사람들이 던져주는 새우깡 받아먹으려고 난리법석이었지. 세상이 많이 각박해졌구나. 새우깡 들고 배타는 사람들을 도통 볼 수가 없구나.
女: 엄마는 아, 그리운 옛날이네여.
석모대교는 2017년에 완공되었다. 30분 간격으로 내가 외포항과 석모도 돌캐나루를 오가던 객선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관음도량으로 유명한 보문사를 찾는 도시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나루터 슈퍼의 평상에 새우깡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너나없이 새우깡을 들고 배에 올랐다. 갈매기들은 날렵한 날개짓을 자랑하며 뱃전에서 허공에 뿌리는 새우깡을 덥석 물었다. 난간에 기대어 새우깡을 손가락으로 치켜들면 녀석들은 멋진 비행으로 부리로 과자를 채갔다.
그 시절, 외포항과 돌캐나루의 횟집 지붕들은 하얗게 갈매기 똥을 뒤집어 섰다. 환한 대낮에도 무리지어 날아오르는 갈매기들로 그늘이 드리웠다. 석모대교가 완공되고 석모도를 오가는 객선 선착장이 폐쇄되었다. 외포항에 모래가 쌓이면서 서도西島 군도群島를 오가던 객선들은 화도 선수항으로 옮겨갔다. 먹이를 뿌려주던 사람들은 사라졌고, 그 많던 갈매기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몇 마리의 갈매기가 옛 추억을 되새기고 있는지도 몰랐다. 새로 생긴 뱃길의 매표소 주변에는 새우깡을 팔 가게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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