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은 풀의 성장이 멈춘다는, 모기 주둥이가 구부러진다는 처서處暑였다. 주문도 느리항 7:00 출항 삼보12호 1항차를 타기 위해 길을 나섰다. 매표소와 마트앞 도로 정차구역에 물이 가득했다. 감이 왔다. 분명 바닷물이었다. 팔각정 뒤 물량장을 돌아 짠물을 피해 선착장으로 진입했다. 상황을 모르고 직진하려는 외지 차량을 손짓으로 우회시켰다.
2024년(갑진년甲辰年)에 년중 물이 가장 민다는 백중사리 열물이었다. 주문도의 최대 만조는 아침 6시58분으로 948이었고, 최대 간조는 자정을 지나 1시11분으로 -1이었다. 하루 동안의 조수 간만의 차이가 9미터를 넘겼다. 서도西島 군도群島 바다의 저수심으로 삼보 12호는 23-25일까지 2항차나 3항차가 결항이었다. 선착장을 넘어오는 바닷물에 해안도로가 잠겨들었다.
나는 하마터면 빗물로 착각할 뻔 했다. 9호 태풍 종다리JONGDARI가 착하게도 20일 저녁 열대저압부로 바뀌었다. 이튿날 서해의 작은 섬들에 단비를 뿌렸다. 강수량은 21일 44mm, 22일 3m이었다. 사나흘 전 나는 작은 형과 함께 텃밭 김장채소 두둑을 삽으로 일렀다. 무씨를 파종했고 배추 두둑은 단도리를 마쳤다. 꼬마 태풍 종다리가 뙤약볕을 연일 쏟아붓던 가뭄에, 모처럼 비를 뿌려 김장채소를 부칠 수 있었다. 무씨가 싹을 틔우면 나는 부직포를 걷을 것이다.
부모님의 고향 석모도의 재종 형님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파킨슨병을 4년째 앓아오셨다.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으면. 나는 어머니께 약이 떨어져 병원 간다고 말씀드리고 혼자 읍내로 향했다. 이른 아침 장례식장은 썰렁했다. 서둘러 문상을 마치고 배터로 향했다. 바람이 세차다. 섬 날씨는 항상 비가 바람을 몰고 왔다. 강풍ㆍ풍랑주의보가 발효되었다. 주문도 살꾸지행 직항노선 삼보6호 2항차(13시 출항)가 결항되었다. 〈길상작은도서관〉 열람실에서 시간을 때웠다. 오후 4시30분에 출항하는 삼보6호 3항차도 결항되었다.
나는 할 수없이 읍내로 향하면서 뒷집 형수께 전화를 넣었다. 어머니의 저녁식후 약과 취침 전에 드시는 약을 부탁드렸다. 형수는 고맙게도 어머니와 저녁을 함께 하고, 잠자리까지 돌봐드리고 집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하루를 묵고 다음날 화도 선수항 7시30분 1항차 삼보6호로 주문도에 들어왔다. 어머니와 늦은 아침을 먹고 하루가 밀린, 이반 일리치의 개념 ‘그림자노동’ 또는 마르크스의 '노동력 재충전'을 처리하느라 땀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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