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예수 왜곡의 역사

대빈창 2024. 11. 28. 07:30

 

책이름 : 예수 왜곡의 역사

지은이 : 바트 어만

옮긴이 : 강주헌

펴낸곳 : 청림출판

 

미국 근본주의 신학의 영향을 받은, 아니 청출어람의 이 땅에서 태어나 자란 나에게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을 비판하는 미국의 성서학자·초기 그리스도교 역사학자 바트 어만(Bart. D. Ehrman, 1955 - )의 책들은 폭염 속 소나기를 선사했다. 나는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갈라파고스, 2015)를 2017년에 처음 만났다. 그리고 출판사 〈갈라파고스〉에서 출간된 『고통, 인간의 문제인가 신의 문제인가』, 『기독교는 어떻게 역사의 승자가 되었나』, 『두렵고 황홀한 역사』를 2021년에 연이어 잡았다.

틈나는 대로 온라인 서적에 들어가 그를 검색했다. 오랜만에 신간 『신약성경』이 〈도서출판 서커스〉에서 나왔다. 『예수라는 사나이』가 인상적이었던 신생출판사였다. 나는 조급증이 나서 군립도서관에 책이 들어오는 시간을 견딜 수 없었다. 그런데 묵은 책 『예수 왜곡의 역사』, 『성경 왜곡의 역사』가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시원한 소나기를 맞으러 나는 서둘러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했다. 저자는 역사비평적 방법으로 성경을 재해석했다. 성경이나 현대인의 머릿속에 박제된 예수가 아닌 역사 속의 예수가 살아 돌아왔다. 책은 7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성경을 읽는 또다른 방법. 역사비평적 접근법은 성경의 저자들이 우리 시대가 아닌 그들의 시대와 공간에 살았다는 점을 강조. 분명히 내세來世가 없다고 말한 욥기와 전도서의 저자들. 세상이 무의미한 고통과 곤경에 짓눌려있는 상황에서 전지전능하고 선하신 사랑의 하나님이 계시다는 믿음의 어리석음.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쓰였으므로 역사적으로 어떤 오류도 있을 수 없다는 믿음이 그대로 유지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 책이 『예수 왜곡의 역사』.

2장 성경 속 모순 고찰하기. 약 70년 동안 16-17명의 저자에 의해 쓰인 스물일곱 권의 신약성서. 예수의 죽은 날짜가 서로 다른 마가복음과 요한복음. 이스라엘에서 가장 위대한 왕인 다윗과 관련 있다는(마태복음), 인류 전체와 관련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누가복음) 의도적으로 가계도를 조작. 네 복음서의 원전은 전해지지 않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쓰인 우리가 읽는 복음서.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일치하지 않는 네 복음서. 바울이 죽고 20-25년이 지난 후, 사도행전은 누가복음 이후 85-90년경에 작성.

3장 다른 관점, 다른 믿음, 다른 메시지. 공관복음이 많은 점에서 일치하는 이유는 동일한 자료를 사용. 마가복음을 바탕으로 어떤 구절에서는 단어까지 그대로 베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 구약성경이 그리스어로 번역될 때 ‘젊은 여자’가 ‘처녀’로 번역. 마태복음에서 예수는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기적을 행하기를 거부, 예수가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기적을 행하는 요한복음.

4장 누가 성경을 기록했을까. 예수의 제자들은 글을 모르는 하층민이거나 아람어를 사용하는 갈릴리 농부. 복음서 저자들은 팔레스타인 밖에서 살았을, 그리스어를 아는 그리스도인. 네 복음서가 익명으로 유포되고 거의 100년이 지난 후에 복음서 앞에 저자의 이름이 확실히 붙은 것. 예수를 몰랐던 사람들, 다른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 다른 언어를 사용했던 사람들이 수십 년 후에 쓴 복음서들.

5장 역사적 예수를 찾아서. 구전口傳에서 대부분의 정보를 얻은 복음서. 고대 이스라엘에서 미래의 왕은 하나님의 기름부음을 받은 자라는 뜻으로 ‘메시아’라고 불림. 유대인 지도자들에게 예수가 있는 장소를 말해준 게 아니라, 예수가 유대인의 ‘미래왕’을 자처한다고 알려 준 유다.

6장 성경은 어떻게 완성됐을까. 네 복음서로 시작하여 사도행전과 편지들이 뒤따르고 요한계시록으로 끝맺는 스물일곱 권으로 된 책 신약성경. 예수가 죽은 뒤 약 150년 동안 예수와 제자들의 가르침을 대변한다는 종파는 부지기수. 초기 교회에서 공경 받았지만 정전에 포함되지 못한 수많은 책들. 367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주교 아타나시우스는 신도들에게 교회에서 읽어야 할 책의 목록에 덧붙였는데, 현재 신약성경을 구성하는 스물일곱 권과 정확하게 일치.

7장 기독교인이 만들어낸 것들. 히브리어에서 ‘메시아’란 단어는 그리스에서 ‘그리스도’에 해당, ‘예수 그리스도’는 ‘예수는 메시아다’라는 뜻. 예수는 유대인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유대교 율법 선생이었으며, 주변 사람들도 유대인. 예수가 신이라는 생각은 훗날의 기독교인이 창작한 것으로 신약성경 중에서도 오로지 요한복음에만 존재하는 생각. 삼위일체는 실제로 신약성경의 어떤 책에도 기록되지 않은 교리. 3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종말론적인 유대교 예언자에서 하나님, 그리고 삼위일체의 한 인격이 된 예수. 예수와 바울을 비롯한 초기 기독교에서 영원한 삶이란 하늘나라가 아닌 우리가 지금 있는 이곳에서 육신으로 사는 삶. 천국과 지옥이란 믿음은 예수와 바울의 가르침에서 찾아볼 수 없는 믿음. 성경은 하나님의 작품이 아니라 인간이 오랜 시간동안 이루어낸 노력의 결정체.

바트 어만은 말했다.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서의 예수는 실제 예수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예수가 누구인지에 대한 훗날의 해석이다. 예수의 일생을 다룬 4복음서의 내용이 서로 모순되거나 일치하지 않으며, 예수 사후 수백년간 여러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기독교 교리에 따라 예수의 모습이 제멋대로 왜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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