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풍경의 발견
지은이 : 강영조
펴낸곳 : 효형출판
조경학자 강영조姜榮祚의 『풍경의 발견』은 명풍경 31곳을 찾아 우리 산하의 풍경을 아름다움의 근원이나 조망의 방법, 의미의 관점에서 해설했다. 풍경을 체험하는 조건에 따라 조망의 즐거움, 풍경의 표정, 사람의 풍경, 풍경의 노래, 풍경의 탄생 다섯 장으로 나누었다. 각 장의 주제를 글머리에 해설하여 독자의 풍경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배려가 새삼스럽다.
1. ‘이 대지 속에 산다는 것’―자기 몸을 움직이면서 외부를 볼 수 있는, 즉 조망과 은신의 양의적인 장소가 좋은 조망점. 덕유산 향적봉―하늘과 지평선이 이윽고 분간조차 안 되는 끝이 없이 먼 곳까지 산능선이 겹쳐지는. 소양호 빙원―이 지면이 허물어지면 죽음에 이를 것이라는 위태로움은 도리어 불변의 지지면으로서의 대지의 존재를 각성하게 하는. 김제 만경 평야―천공과 대지가 만나는 곳인 지평선은 푸른 들판의 윤곽을 뚜렷하게 그려내고. 구룡령―역동적으로 얼어섰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산능선이 아침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는 일망무제一望無際. 해운대 해변―넓은 폭의 백사장과 긴 해안 그리고 멀어질수록 급하게 휘어지는 해안선, 이 셋이 절묘하게 조합된. 남해 금산―남해 바다에서 아득히 멀어지는 해면의 공간감이 섬들의 배열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설악산 탕수통 계곡―오랜 시간 침식으로 빚어진 와폭臥瀑의 홈이 팬 물길과 탕盪 그리고 담潭과 소沼에 떨어지는 물의 표정.
2. ‘나는 풍경을 보고 풍경은 나를 보네’―자기의 자기에 대면하는 타자로서 세계를 지각하는 의인擬人 감각은 생득적인 세계 지각의 방법. 이른 봄 섬진강―강이 주변의 산하와 인간의 삶과 온전한 관계를 맺고 있을 때 비로소 아름다운. 영주 부석사―산 물결은 크고 작은 파랑을 일으키며 죽령고개를 넘어 순흥 벌판을 지나 안양루 아래의 석벽에서 바스러지고. 보문호 호반―아름다운 풍경이란 누군가가 발견하여 만들어지는 것. 아름다운 물 풍경은 물 자체가 아니라 물을 담고 있는 가장자리에서 그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설악산 대승폭포―자연의 심오함과 대담함 그리고 인위로 작위할 수 없는 장엄함 등을 직시하는. 월출산 기암봉―영암의 너른 들판에 수직의 암봉이 땅 속에서 갑자기 솟아난 듯이 우뚝 서있는. 충주호―산호山湖의 아름다움은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이 고요하고 맑은 수면 위에 아낌없이 반영反映되는.
3. ‘야생의 자연, 인간의 풍경’―수렵ㆍ채취사회에서 신석기시대 정착생활에 따르게 마련인 체계적인 사회조직과 통솔에 합의할 수 있는 것이 제도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추상적인 사고체계. 언양 작천정―답청踏靑, 화류花柳같은 세시 행사가 특별히 인상적인 것은 봄 풍경을 집단 체험으로 공유하기 때문. 울릉도―야생의 자연을 필사적으로 방어하여 획득한 아늑한 인간의 풍경. 한라산―풍경이란 풍토를 의식하는데서 탄생. 바람과 현무암질 토양과 바다를 의식한 풍경이 제주의 아름다움. 외도 해상 농원―작은 섬의 풍경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을 가꾼 사람들의 뜨거웠던 마음과 성실함, 자연에 대한 겸손함이 배어있기 때문. 창녕 남지교―현수교 형식을 띤 트러스트교를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은 다리의 축방향. 남해 가천 마을 다랑이 논―삶을 위하여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여주는 다랑이 논 논둑의 선형과 정교한 석축의 아름다운. 삼양 대관령 목장―이국적인 느낌의 초원은 몬순 풍토를 처절하게 극복한, 야생의 자연을 멀리 밀어버려 안전한 아름다운.
4. ‘말言語이 만드는 풍경’―정원ㆍ명승의 절경도 그 아름다움을 상찬한 노래ㆍ유래를 공유할 때 그 인상이 증폭. 보길도 세연정 원림―물막이 판석보는 우리나라 조원 유적 중 유일한 석보, 잘 만든 토목시설물은 정원 예술의 중요한 소도구. 정선 동강―자연은 풍경적 안목을 지닌 예술가들의 예술적 세례를 받고서야 비로소 풍경으로 태어나는. 거제 해금강―자연이지만 그것을 풍경으로 발견하는 것은 우리 인간, 풍경은 자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연에 대한 우리의 해석을 보는. 해운대 달맞이 고개―달 풍경의 백미는 달 그 자체의 형태나 달과 지상 경물과의 절묘한 구도보다는 달빛이 이 지상의 경물과 어우러지는. 담양 소쇄원―오곡류로 흘러드는 개울 위에 걸린 돌다리담은 소쇄원에서 가장 훌륭한 조경설계.
5. ‘쉼 없이 태어나는 풍경’―아름다운 풍경은 고정된 장소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를 둘러싼 상황이 만들어내는. 경춘선―도시와 전원 그리고 강과 산을 직선으로 질주하는 열차의 시선은 풍경의 서열적 배열을 비맥락적으로 관통. 운주사 천불천탑―기성의 형식을 거부하는 파격의 조형, 파격은 제도화된 조형의 거부, 파격을 통하여 반역을 도모, 현실의 부정으로서 파격은 새로운 현실의 창조를 도모. 태백산 설경―현란한 색조와 자기를 주장하는 윤곽선으로 현시現示되는 일상의 풍경을 타성惰性의 풍경으로 각성하는. 바래봉 철쭉 군락―팔랑치 산마루는 붉은 꽃이 온 산을 뒤덮고 있는 장관이 꿈결처럼 눈앞에 펼쳐진 만산홍화滿山紅花. 설악산 천불동 단풍―칼로 자른 듯이 급히 솟구친 암벽이 깊은 골 양편으로 끝없이 이어졌고, 그 암벽에 소나무와 단풍나무가 겨우 자라는. 다대포―조망 대상을 멀리 떼어놓고 바라보는 지리적인 ‘거리 두기’는 미적 체험의 필수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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