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나의 인생 나의 학문
지은이 : 김원룡
펴낸곳 : 학고재
도서출판 학고재學古齋는 ‘산문선’의 간행 취지를 “옛 것을 배워 우리 시대의 고전을 창출”한다고 했다. 첫 책을 한국 고고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삼불三佛 김원용金元龍(1922-1993) 선생의 글로 삼은 것은 안성맞춤이었다. 제자 안휘준은 서문에서 선생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선생은 책상 앞 벽면에 직접 그린 문인화와 편지봉투를 스카치테이프로 붙여놓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봉투에는 유서가 들어있었다. 책은 4장에 나뉘어 52편의 글을 실었다.
1장 노학생의 향수. ‘가난한 서생 김원용이 고생해서 구한 책이니, 읽는 자는 때를 묻히지 마시고, 빌리는 자는 닷새를 넘기지 마시오(貧書生元龍 苦心購得之書 用之須淸淨 借覽勿過五日)’. 학자, 정객, 관리인 등 정체불명의 교수들이 늘어나 곡학아세曲學阿世. 저녁 반주에 취하면 화상畵想이 북받쳐, 화선지에 취화醉畵, 광화狂畵한데서 일배화一杯畵. 박물관 사택은 집이 조그만 고와가古瓦家ㆍ암자 같아, 부부와 한 살짜리 장남 삼인가족이 살아 삼불암三佛庵이라고 부른 것이 아호. 영전 앞에서 울게 된 막역한 친구로 간송 전형필, 대학 동창 양재연, 대학 동료 송욱. 묵화는 무사무법無師無法, 고화첩ㆍ개자원화전介子園畵傳을 펴놓고 독학ㆍ독습. 1961년 장욱진 화백의 전람회에서 구입한 〈야조도夜鳥圖〉는 현대작가 작품의 처음이자 마지막.
2장 하루하루와의 만남. 한가한 주말에 아내와 찾는 광주 어느 산기슭의 작은 토담집 이석암二石庵. 웅천패총熊川貝塚 발굴 하루 작업이 끝나면 조그만 주막 ‘쪼가리집’에서 마산서 왔다는 술과 안주로 올라 온 꼬시락회 한 접시의 별미. 삼불암 아호를 새긴 현판의 자필자각自筆自刻한 울릉도 향나무에 얽힌 사연. 부산 피난민 시절 판잣집에 세 들어 살 때, 개 김덕구金德拘는 부산식으로 개를 부르는 ‘독꾸 독꾸’에서 명명. 만고불면의 주도酒道는 남이 술잔을 건네면 여하튼 받아서 곧 반배를 하고, 남이 술을 두 번 사면 한 번은 이쪽에서 살 것.
3장 삼불암 수상. 신라 서울 경주는 중국의 한漢․삼국․육조․수․당을 거쳐 북송초에 이르는 장장 1천년 간의 수도. 부산의 신석기시대부터 김해기에 이르는 수많은 패총. 석굴암 대청소를 한다고 압축중기로 부처님 살을 깎아내는 어이없는 만행. 타락한 세태의 국보 아미타여래의 도난사건. 대영박물관 동양전시실의 한쪽 구석에 진열된 천대받는 조선도자기. 국립박물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유물은 신라 조각실의 화강암불두花崗巖佛頭.
4장 나의 인생 나의 학문. 호우총壺玗塚 발굴에서 나온 청동합 굽바닥의 명문 4행16자가 새겨진 그릇은 서기 415년 을묘세乙卯歲 호태왕好太王의 묘전 廟田에서 쓰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제기 중 하나, 신라 고분에서 나온 유일한 절대 연대를 가진 유물. 50세쯤의 직업군인 미군상사 D. 체이스(D. Chase)는 서울부근 한강 연안 일대를 샅샅이 뒤져 십여군데의 선사시대 유적을 발견, 양주군 수석리 무문토기 주거지는 남한에서 최초로 발견된 선사시대 취락지. 조건부로 자리를 맡은 국립박물관장 열여덟 달의 마지막을 장식한 1971년 7월의 공주 무녕왕릉 발굴이라는 엄청난 행운은 나의 머리를 돌게 해, 몇 달이 걸렸을 발굴을 밤새 해치운 것이다.
제자는 선생이 생전에 펴냈던 『노학생의 향수』, 『하루하루와의 만남』, 『삼불암 수상』에서 뽑은 40여 편의 글과 선생이 만년 투병생활 중에 쓴 글들을 묶어 『나의 인생 나의 학문』에 담았다. 선생이 스스로 일배화一杯畵라고 이름붙인 묵화 44점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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