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눈먼 시계공
지은이 : 리처드 도킨스
옮긴이 : 이용철
펴낸곳 : 사이언스북스
『자비를 팔다』의 정치학자․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 1949-2011)를 영국 〈프로스펙트〉가 전 세계 100여 개국 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 ‘영향력 있는 지식인’ 5위를 한 인물로 소개했다. 그때 ‘세계 최고의 지성’으로 뽑힌 이가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ed Dawkins, 1941- )였다.
도킨스는 1976년 첫 저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DNA 또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기계’라는 『이기적 유전자』를 발표했다. 10년 뒤에 출간된 『눈먼 시계공』은 『종의 기원』이후 최고의 진화론 서적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 땅에서는 94년 〈민음사〉에서 처음 출간되었다가, 2004년 자매회사 〈 사이언스북스 〉에서 재출간되었다.
19세기 신학자 윌리엄 페밀리는 1802년에 출간한 「자연신학 또는 자연 현상에서 수립된 신의 존재와 속성에 관한 증거」라는 창조론 해설서에서, 복잡하고 정교한 시계는 시계공이 만들었듯이, 복잡한 우주 만물은 창조주가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도킨스는 생물체의 불완전성에서, 자연의 설계자가 시계공이라면 ‘눈먼 시계공’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책은 다윈의 ‘자연선택설’의 입장에서 생명체의 탄생, 오늘날의 복잡한 생명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11장으로 구성했다. 1․2장은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의 복잡성과 완벽함을 다루었다. 세포 하나하나의 핵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30권 전부에 들어있는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박쥐의 반향 위치 결정 기술은 훌륭한 소프트웨어로 프로그램된 정밀한 소형 전자 장치였다.
3․4장은 바이오모프 프로그램을 이용한 점진적이고 누적적인 자연선택에 의한 생물의 진화적 복잡성을 이야기했다. 진화의 궁극적인 목표가 인간이라는 믿음은 터무니없는 인간의 허영심의 산물에 불과하다. 단기간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여러 세대에 걸친 우연의 결과이다. 자연 선택이 얼마나 뛰어난 기관을 설계할 수 있는지를 눈의 진화, 대벌레의 외태, 폭탄먼지벌레의 혼합물, 허파의 분지分枝, 박쥐의 날개, 뱀의 독 등을 통해 설명했다.
5장은 유전자의 효율성 및 보존 능력에 대해 설명했다. 진화는 세대가 거듭됨에 따라 DNA가 각 저장장소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내용들 중 어떤 것이 득세하는가 하는, 유전자의 빈도 변화에서 비롯된다. 체세포들이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모양과 행동을 보이는 것은 세포마다 다른 유전자들이 ‘읽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세포 속에서는 하루에 대략 5,000개의 DNA 문자가 사라지지만 수리 메커니즘을 통해 즉시 복구한다.
6장은 생명 탄생의 기적을 수학적인 확률을 이용해 보여주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케언스미스의 점토이론, 유기 분자의 원시수프 이론을 소개했다. 7․8장은 자연선택과 성 선택, 혈연 선택을 통한 진화의 건설․폭발성을 입증했다. 대표적 기능이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유전자인 글로빈 유전자는 서로 다른 염색체 상에 8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약 11억년 전 글로빈 유전자의 선조는 중복을 일으켜 2개의 유전자가 되었다. 중복이 반복되면서 8개의 글로빈이 형성되었다. 공작의 꼬리는 진화적인 시간 속에서 일어난 일종의 제어 불가능하고 불안정한 폭발의 산물이었다.
9․10․11장은 다윈주의 대체이론을 자처하는 다른 진화 이론들을 논박했다. 스티븐 레이 굴드로 대표되는 단속평형설, 라마르크주의의 획득형질 유전과 용불용用不用의 원리, 일본 유전학자 기무라 모토오의 중립설, 창조론의 ‘순간적 창조’와 ‘인도된 진화’. 조직화된 복잡성이 원시적인 단순성으로부터 발생한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누적적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
책 후반부에 19편의 찬사의 글이 실렸다.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은 《처치 타임스》의 데이비드 L. 에드워드였다. “도킨스 박사는 신다윈주의에 입각한 생물학에서 허점을 찾아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또는 주장이라도 해 보려는 신학자들을 사냥하기 위해 태어났다.”(5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