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우리들의 하느님

대빈창 2025. 6. 27. 06:00

 

책이름 : 우리들의 하느님

지은이 : 권정생

펴낸곳 : 녹색평론사

 

장편소설 - 『한티재 하늘 1·2』(지식산업사, 1998)

소년소녀소설 - 『몽실언니』(창비, 2001), 『초가집이 있던 마을』(분도출판사, 2007), 『점득이네』(창비, 2012)

산문집 - 『우리들의 하느님』(녹색평론사, 1996), 『빌뱅이 언덕』(창비, 2012)

동시집 -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지식산업사, 1996)

 

나의 책장에서 어깨는 겯고 있는 아동문학가 고故 권정생(權正生, 1937-2007) 선생의 책들이다. 내가 잡은 책은 초판본 8쇄로 2001. 11. 26. 발행되었다. 책술과 책갈피는 손자죽마다 누렇게 변색되었다. 세월 묵은 책 중의 한 권이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우리들의 하느님』에 얽힌 에피소드다. 그 시절 MBC는 책을 소개하는 <!느낌표>라는 프로가 있었다. 추천된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작가는 억대를 넘는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다. 방송사 PD는 『녹색평론』 발행인 고故 김종철(金鍾哲, 1947-2020) 선생께 전화를 넣었다. 책 20만권을 미리 준비하시라고.

그런데 발행인은 거절했다. 방송사는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아니 천민자본주의에서 돈을 마다하다니. 이번에는 권정생 선생께 전화를 걸었다. 선생은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장 행복한 경험은 책방에서 자기 손으로 책을 고르는 일인데, 왜 그런 행복한 경험을 없애려는 겁니까.”

후에 김종철 선생은 말했다. “권선생님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당장 출판사는 돈을 벌겠지만 몸집이 커져버리면 시장논리에 타협할 일도 많아지고, 녹색평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못하는 상황도 올 것 아닙니까.” 권정생 선생은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이 〈새싹문학상〉을 빌뱅이 언덕에까지 와서 직접 전해주자, 다음날 상패와 상금을 소포로 되돌려주었다.

선생은 마흔 중반에 이르러서 빌뱅이 언덕에 다섯 평 두 칸짜리 흙집을 마련했다. 선생은 작고하시기까지 이 땅의 어린이를 위한 글쓰기로 일관하셨다. 책은 자신의 생애와 생활의 단상을 서술한 산문 32편과 3편의 동화를 묶었다. 1937년 9월 일본 도쿄 혼마치本町 빈민가에서 출생한 선생의 어린시절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고향 경북 안동 일직면 조탑동의 교회종지기로 교회 문간방을 얻어 살았던 선생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선생은 가난했지만 진실했던 시골교회를 회상하며 지독한 물질주의에 빠진 한국교회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선생은 개발·성장지상주의로 농촌·농민·농업이 붕괴된 현실에 분노했다.

 

“입으로 설교하는 목회가 아니라 몸으로 살아가는 목회자가 있어야 한다. 밭을 갈고 씨뿌리고 김매고 똥짐을 지는 농군이 바로 이 땅의 목회자다.(27쪽)

“도시에 밤마다 붉게 빛나는 교회의 십자가는 어찌보면 인간들이 저희들 취향대로 만들어낸 하느님 외의 또 다른 신神이며 우상일지도 모른다.”(118쪽)

 

동화 3편은 바보 삼촌이 소를 먹이러 나갔다가 어두워지고 소만 혼자 집에 돌아와 마을사람들이 손전등을 들고 온 산을 뒤진 끝에, 낮이면 양지바른 참나무숲 산비탈에 잠들어있는 「용구삼촌」. 추수감사절을 맞아 교인 스물한사람에 줄 큼직한 경단떡 스물한 개와 헌금 8천원을 준비하고 잠자리에 든 할머니, 배고픈 길손 두 명과 조그만 아이가 찾아와 경단떡 열한개와 헌금에서 5천원을 주고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나타난 그들은 한 분의 예수였다는 「오두막 할머니」.

「할매하고 손잡고」는 징용 가서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를 둔 놈이는 어머니와 농사를 짓고 살았다. 전쟁이 터져 인민군 망이는 한달동안 농사일을 거들었다. 어머니는 남편을 닮은 망이와 놈이의 혼인을 허락한다. 망이네 부대는 북쪽으로 후퇴하고, 어머니는 토벌대 총에 죽었다. 유복자 목이는 빨갱이 자식으로 손가락질 당하며 사고뭉치로 컸다. 살인까지 저지르고 서른다섯의 나이에 사형 당했다. 서울에서 온 만삭의 며느리는 아들 용이를 낳고 감옥의 남편이 죽자 어디론가 떠났다. 놈이 할매는 다섯 살 손자 용이와 매일밤 꿈속에서 남편·할배를 찾아 북녘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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