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콩는 한자로 땅속에서 열매를 맺는다고 하여 낙화생落花生이라고 한다. 앙증맞은 노란색꽃이 피었다. 수정되면 씨방의 밑부분이 길게 자라 신비스럽게 땅속으로 들어갔다. 땅속의 씨방은 점점 비대해져서 그물무늬 꼬투리를 형성했다. 꼬투리 안에 대개 2개의 열매가 들어찼다. 중국은 명나라 말엽에 들어간 것으로 우리나라는 1780년(정조 4)을 전후하여 도입된 것으로 추측되었다.
올해 땅콩 농사는 대풍년이었다. 욕심내서 세 두둑을 심었다. 닷새 전 작은형이 입도入島했다. 다음날 먼동이 터오고 형제는 텃밭에 내려섰다. 부슬비가 흩날렸다. 나는 땅콩줄기를 뽑아 창고로 날랐다. 작은형은 꼬투리를 떼었다. 빗줄기가 굵어지면 창고에서 작은형과 함께 작업을 하고, 비가 주춤해지면 다시 두둑의 땅콩을 뽑았다. 비가 퍼붓고, 맞춤하게 오늘 일을 끝냈다.
다음날 다행스럽게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쳤다. 작은형과 나는 힘을 합쳐 창고에 널었던 땅콩을 마당으로 옮겼다. 땅콩 줄기는 뒤울안 초입 공터에 쌓았다. 찬바람이 불고 줄기가 마르면 아궁이에 군불을 뗄 것이다. 작은형은 언덕길 가드레일 자투리땅과 마당 가장자리에 심은 땅콩줄기를 뽑았다. 흙투성이 꼬투리는 크기가 잘았다. 갈무리하기 좋게 그물멍석 다섯 군데에 나누어 널었다. 혼자 들 수 있는 무게였다. 소나기가 쏟아지거나 밤이슬을 피하려면 그물멍석 째 들어 뒤울안 평상위에 올려놓을 것이다.
다행스럽게 주말 햇살이 강렬했다. 사흘 말린 뒤에 그물망에 담아 놓으면 간수하기 편리할 것이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딸기포장 플라스틱 그릇으로 세 개면 한되가 된다. 작은형이 섬에 들어올 때 마다 땅콩 그물망 세 개를 까면 땅콩 알갱이만 한되가 나올 것이다. 겨우내 군것질거리였다.
두둑마다 가축퇴비 세 포를 뿌리고 삽으로 일렀다. 토양살충제를 뿌리고 쇠스랑으로 두둑을 평탄하게 골랐다. 땅콩용 투명비닐을 피복했다. 구멍에 땅콩을 두알씩 떨구었다. 두 줄로 난 구멍과 비닐이 덮이지 않은 고랑 양 모리서리까지 네 줄로 심어 나갔다. 땅콩은 제초만 신경쓰면 손이 가지 않는 작물이었다. 15년째 땅콩농사를 짓지만 농약을 한번도 뿌리지 않았다. 땅콩꼬투리를 일일이 손으로 까는 노동에 품이 많이 들었다.
“밭에 뭐라도 심어야 입으로 들어온단다.”
막내아들이 밭일을 마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마루문을 당기면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파킨슨병으로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어머니께서 도와주지 못해 안타까워 하셨다. 어린 어머니에게 당신의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셨다. 어머니는 주문도 텃밭 농사에서 양파와 땅콩을 거두어들이면서 대견해 하셨다. 김포 밭농사에서 구경도 못한 작물이었다. 완두콩은 김포 한들고개에서 심었던 종자가 여적 명맥을 유지했다. 십오년동안 피마자는 뒤울안에서 혼자 저절로 열매를 맺고 싹을 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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