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대빈창 2026. 9. 2. 07:00

 

책이름 :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지은이 : 칼 세이건

옮긴이 : 이상헌

펴낸곳 : 사이언스북스

 

점성술, 버뮤다 삼각지대, 설인, 네스호의 괴물, 유령, 흉안(凶眼, evil eye), 오라(aura, 후광), 텔레파시, 예지, 염동력, 천리안 같은 초감각 지각(ESP), 불행한 숫자 13, 피 흘리는 성상, 행운의 믿음 토끼의 발, 다우징, 막대기를 사용한 수맥 탐사, 자폐증 환자의 대화 능력을 키운다는 주장, 피라미드학(pyramidology), 죽은 자가 걸어온 전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범죄 발생이 증가하는 보름밤, 훈련한 플라나리아 사체를 먹은 훈련하지 않은 플라나리아가 훈련 내용을 학습, 수상手相, 관상觀相, 수비학數秘學, 거짓말 탐지학(polygraphy), 혜성은 흉조, 찻잎 점과 기괴하게 생긴 아이나 동물의 탄생, 예수와 관련된 과거 사건의 ‘사진’, 말하는 러시아 코끼리, 눈을 가리면 손가락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람, 엉터리 식이 요법사들, 임사 체험 같은 유체 이탈, 안수 치료하는 성직자들, 위저 보드(Ouija boaed), 거짓말 탐지기로 식물의 감정을 읽는, 물이 전에 녹았던 물질 분자를 기억하는, 100번째 원숭이(100th monkey), 많은 사람이 믿으면 현실이 된다는 생각, 우주가 도와 바라는 대로 된다는 믿음, 자연 발화 현상으로 불이 붙은 인간, 바이오리듬의 세 주기, 영구운동기계, 종말론자들, 심리 치료술 다이어네틱스(Dianetics), 노아의 방주를 찾았다는 주장, 귀신의 집, 콩고 공화국 밀림의 소형 브론트사우루스.

 

유사과학과 미신의 전형적인 헛소리들이다. UFO에 대한 가장 유명한 사건은 ‘로즈웰 사건’이다. 1947년 뉴멕시코주 로즈웰 근처에 한 대 또는 그 이상의 비행접시가 추락했다는 이야기가 퍼져 큰 소동이 일어났다. 외계인의 사체와 기계장치가 비행기에 실려 라이트패터슨 공군 기지에 있는 공군 군수 사령부로 운반되었다. 사건을 본 지역주민들을 알려져서는 안된다고 군관계자들이 협박했다. 사실은 로즈웰의 파편은 극비 기구 실험 계획 ‘모굴’ 프로젝트에서 유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구에 탑재된 장거리 저주파 음향 탐지 시스템은 (구)소련이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 경계인 권계면에서 수행하는 핵실험을 감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불가피하게 군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이 내려졌다.

내가 잡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과학, 어둠 속의 촛불』은 출판사 〈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2022년 개역판이었다. 원본은 1995년 연말,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 , 1934-1996)이 타계하기 1년 전에 출간되었다. 그가 생전 마지막으로 펴낸 책이었다. 20세기 후반 현재, 미국 하원의원 535명 가운데 상당한 과학 배경을 가진 의원수는 1퍼센트 정도에 불과했다. 미국인의 약 95퍼센트가 ‘과학 문맹’ 이었다.

미국에서 비디오 대여 순위 1위는 〈덤과 더머〉, 젊은 TV 시청자들에게 인기 있는 〈비비스와 버트헤드〉가 내세우는 간단한 교훈은 공부하고 배우는 것은, 과학만이 아니라 어떤 것에 관해서든 피하는게 좋고 심지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은 경이의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유사과학(사이비 과학)도 그렇다. 과학이 대중화를 소홀히 한 틈새를 사이비 과학이 파고들었다. 과학은 지식을 추구하는 완벽한 도구라고 할 수는 없다. 과학은 우리가 가진 최선의 도구일 뿐이다.

책은 과학에 대한 무지와 회의주의 정신의 부재가 낳은 유사과학의 유행을 그 기원과 역사로부터 현황과 대안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성찰했다.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현대적 회의주의 운동의 핵심 고전으로 평가받았다. 차례는 25장으로 구성되었다. 전반부는 UFO, 외계인이 벌인 납치사건, 바다속으로 가라앉은 대륙, 초고대 문명의 초고도 과학, 화성의 인면암人面巖, 크롭 서클(미스터리 서클), 악마 숭배, 환생한 뉴 에이지 그루, 초월 명상, 심령 수술 같은 유사 과학과 유사 종교의 헛소리를 파헤쳤다. 후반부는 과학의 오용, 과학에 관한 오해, 과학에 대한 반감을 천문학자가 생각하는 과학의 본질, 과학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해설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책장을 둘러보았다. 초고대 문명의 네트워크를 떠벌이는 그레이엄 헨콕의 『신의 거울』을 비롯한 몇 권의 변두리고고학서가 눈에 띈다. 10대 후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열광했고 관련서적을 찾아 헤매었다. MBC의 최장수 예능 프로그램은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로 무려 23년을 장수했다. 국내외의 여러 이슈나 오컬트, 미스터리 등을 직접 재연하며 소개했다. 한때 나는 재방송 시간을 메모해가며 휴일 아침 시간, 브라운관 앞을 떠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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