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맹자의 땀 성왕의 피
지은이 : 김상준
펴낸곳 : 아카넷
사회학자 김상준(金相俊, 1960- )을 정기구독하는 인문생태 격월간지 『녹색평론』에서 만났다. 『붕새의 날개 문명의 진로: 팽창문명에서 내장문명으로』(아카넷, 2021)에 이어 두 번째로 잡은 책이었다. 책들의 부피가 만만치않았다. 첫 책은 968쪽, 이번 책도 645쪽이었다. 사회학자는 ‘서구적 근대의 틀’을 파기하고 세계사를 새롭게 보는 틀로 ‘중층근대성론’을 내세웠다. 그가 말하는 근대는 성聖이 속俗을 ‘통괄적으로 포섭(통섭)’하던 시대에서 속이 성을 통섭하는 시대로 이행하였다는 것이다. 책의 구성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본문은 4부에 나뉘어 14장, 보론 3장으로 구성되었다.
제1부 ‘중층근대와 유교’는 인류문명사의 흐름 전체를 다시 새롭게 보는 방법. 제1장 중층근대성: 근대성 이론의 혁신. 서구 중심의 고전적 근대성 이론을 완전히 새로운 근대관으로 대체. 새로운 근대성 이론은 ‘근대성의 역사적 중층 구성론(중층근대성론). 근대세계란 세계성을 전면적으로 실현한 최초의 공간. 독일 철학자 칼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는 고대 이스라엘의 예언자들, 인도와 중국의 찰학자와 성인들, 이란의 조로아스터교, 그리고 그리스의 윤리철학이 출현했던 비슷한 시기를 기축(基軸, Axil Age)시대라 명명. 세계 윤리종교의 탄생을 원형근대성의 출현으로 보았던 이유는 그들 교의가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과 현실을 넘어서는 비전을 인류역사상 최초로 체계적인 형태로 제공.
제2장 맹자의 땀: 인류 진화와 도덕적 몸의 탄생. 장례 풍습이 생기기 이전에 들판에 방치된 부모의 처참한 시신을 목격한 고대인이 땀을 흘리며 괴로워했다는 (『맹자』, 「등용문」上). 이는 감관적·물리적 세계 밖의 또다른 차원이 인간의 의식 안에 출현한 것. 주희(朱熹, 1130-1200)가 집대성한 ‘정주학=주자학’은 일대전환의 사상적 표현. 주자학의 종교성은 비인격적이고, 형이상학적이며, 내재적인 초월의 종교성. 제3장 성왕의 피: 폭력과 성스러움, 유교적 안티노미. 안티노미란 필연적으로 없어야하는 곳에 반드시 있는, 동시에 마찬가지로 명백한 존재 속에서 절대적인 부재가 도출되어야만 하는 상황. 요순우탕 등 성왕聖王의 행적을 기록한 『서경』의 감추어진 이면에서 발견한 핏자국, 왕권을 둘러싼 폭력. 유교의 언어에서 ‘요순 시절’은 절대적인 죄 없음과 평화의 이상 시대. 성왕과 예禮는 유교의 현세적 초월주의 관념이 만들어낸 고유한 초월적 조정기구.
제2부 ‘유교세계의 작동원리’는 유교세계의 정치, 사회, 일상에서 모럴폴리틱의 작동 원리. 제4장 유교정치의 키워드: 모럴폴리틱. ‘모럴폴리틱Moralpolitik'은 정치와 윤리가 합체된 도덕정치. 윤리 또는 종교는 정치권력이 독점하고 있는 물리적 폭력을 정당화하기도 하고 이에 저항하기도 하는 이중적 기능을 수행. 모럴폴리틱은 이 갈등이 특유한 정치 행태로 응축된 상태. 제5장 유교의 예는 어떻게 사회를 규율했는가? ’맹자의 땀‘은 타자의 비참한 상황을 보고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 인仁의 마음을 포함하는 상징. 인간이 타자의 곤경에 윤리적으로 반응하는 가장 근원적인 동기. 유교 성왕론은 공공성의 정치철학, 평화사상, 세계시민사회론, 윤리론으로, 예의 사상은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 윤리로 승화되고 변모. 제6장 유교 노블레스 오블리주: 여성적 절의와 도덕권력.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귀족 혈통이 제약하는 바' 또는 '귀한 신분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뜻. 죽음 앞에 지키고자 하는 것을 바꾸지 않는 것(見死不更其守), 이 정신이 바로 유자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지조志操.
제3부 ‘동아시아 초기근대의 전개 양상’은 구체적인 역사분석으로 동아시아 전체사 차원에서 규명. 제7장 잊혀진 지구화: ‘긴 12세기’와 동아시아 초기근대혁명. 송대宋代에 이르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질적 변화 발생. 지조地租 금납화, 화폐 유통과 시장거래 급증, 제지·인쇄분야 발달, 제철·제강분야 비약적 발전, 관강법灌鋼法 사용, 수력을 이용한 방적기, 쌀농사 이앙법 도입, 화약·총·대포 발명, 수적주지주의數的主知主義, 탈진脫進 장치를 이용한 우주계측 기계의 제작 등. 제8장 유교사회 영구정체론, 아시아적 생산양식론 비판. 역사적 근대(historial modern era)는 중국 송대부터 시작. 역사적 근대의 시작이란 초기근대 시대의 개시. 중층근대성론의 기본적인 시대 구분은 둘로, ‘역사적 근대 이전’은 ‘고대’와 ‘중세’로, ‘역사적 근대’는 ‘초기 근대’와 ‘본격 근대’로 나뉘어지는.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구성체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 불가역적 서열 단계론이 아닌, 유형론으로 재구성하여 새롭게 도출되는 그 무엇.
제9장 동아시아 유교소농체제. 19세기 초반까지 세계경제 총량에서 동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경제의 30~40퍼센트로 압도적. 서구 세력이 19세기 중반 힘의 균형을 역전시키기 전까지 동아시아는 단연 초기근대 체계의 중심. 놀라운 생산력의 근원은 송대에 시작되어 명청 시대에 절정에 이른 동아시아의 수도작 소농 생산양식. ‘동아시아 수도작 소농체계’= ‘유교 경제’가 20세기 후반과 21세기의 동아시아 경제 도약의 역사적 근거.
제4부 '조선 후기 근대의 다이내미즘'은 노선 후기 역사 집중. 제10장 1659년 기해예송의 전말과 유교 국민국가의 태동. 17~19세기 대변동의 진앙지 기해년(1659)과 갑인년(1674) 예송. 예송은 유교 국가의 주권을 둘러싼 헤게모니 투쟁. 예송, 즉 예법을 둘러싼 투쟁은 모털폴리틱의 전형적인 형태의 하나. 유교사회에서 주권 투쟁이 벌어지는 고유한 양식. 제11장 유교군주와 근대주권: 윤휴, 정약용, 정조. 송나라 조정을 석권한 유자儒者들은 유교 교양의 능력주의에 따라 과거로 선발된 이념 세력. 신분 제약없는 공개 경쟁을 통해 선발된 근대형 정치-관료집단. 조선에서는 중기 이후 송나라 붕당세력과 유사하나 사림세력이 조정을 장악. 송대이후 중국과 조선 중기 이후의 유교주권은 종세 봉건형 왕통 권력과 근대형 이념 권력의 연합 주권. 정조대에 이르면 군주 일인의 의지에 조종되었고, 지방도 국왕이 직접 챙기는 직할관리 대상
제12장 “온 나라가 양반 되기”: 조선후기 유교적 평등의 메커니즘. 조선 양반층의 증가 추세는 17세기 후반부터 시작되어(전체 인구의 대략 10퍼센트) 18세기에 본격화되며(대략 40퍼센트) 19세기에 절정에 이른다(대략 60퍼센트) 영·정조는 왕권을 능가할만큼 강했던 사림정치 세력을 양반 내 분쟁을 유도하여 약화시키고, 신흥 양반세력을 자신의 수족으로 삼아 왕권을 강화. 제13장 동학東學: 대중유교와 인민주권. 동학은 유교적 자원에 의거하여 조선 유교사회 안으로부터 근대적 지평을 여는. 조선후기 사회의 대중유교란 양인과 노비층이 맹렬하게 흡수했던 대중화된 유교.
제14장 결론: 21세기 문명의 흐름과 유교의 재발견. ‘위기지학爲己之學’, 즉 윤리적 자아의 완성을 위한 학으로서의 유학을 강조하였던 핵심. 주희는 천하위공의 원칙을 벗어나는 왕권행사에 대해 목숨을 건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직유直儒, 감언지사敢言之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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